교육뉴스

수학ㆍ영어 경시대회 뜨겁네

설경. 2008. 6. 25. 13:08


서울 강남 고등학교 3학년인 조 모군(18ㆍ서울 송파구 문정동)은 얼마 전 치른 경시대회 2차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서울대 의대 진학을 희망할 정도로 성적이 좋지만 '만약'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경시대회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조군은 "강남, 분당에서 경시대회에 관심 있는 학생이 많다"며 "학교에서도 선생님들이 경시대회가 열리는 사실을 알려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3학년 딸을 둔 학부모 박 모씨(49ㆍ서울 서초구 방배동)는 "학부모들끼리 만나면 경시대회 얘기가 나오고 자녀가 무슨 상을 받았는지 묻곤 한다"고 전했다.

고등학생 사이에서 '경시대회 열풍'이 불고 있다.
대입 자율화에 따라 대학이 보다 다양한 조건으로 학생을 선발하기 위해 대폭 늘린 수시모집에 맞추기 위해 수험생이 몰렸기 때문이다.

19일 하늘교육에 따르면 한국수학인증시험(KMC)과 성균관대 주최 전국 영어ㆍ수학 학력 경시대회 고등학생 참가자 수는 지난해에 비해 각각 129.6%와 100.1% 증가했다.

경시대회에 대한 관심은 최상위권 학생들도 마찬가지다.
과학고와 외국어고 등 특목고와 자립형 사립고 학생들의 경시대회 참가도 전년에 비해 많이 늘었다.

대구과학고는 지난해 KMC 출전 인원이 17명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54명으로 껑충 뛰었다. 동두천외고에서도 지난해 1명만 참가한 성균관대 경시대회에 올해 61명이 참가했다.

경시대회 참가 학생이 늘어난 것은 대학마다 수시모집을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9학년도 대입은 수시모집에서 전체 모집인원 중 56.7%인 21만4481명을 선발한다. 정시보다 수시 문이 넓어진 것이다. 또한 입시가 대학 자율로 맡겨짐에 따라 각 대학도 '성적' 외에 다양한 요소를 평가하고 있다. 전형은 다양화 됐고 일부 대학은 입학사정관까지 도입했다.



서울 목동 A학원 직원이 학원 복도에 경시대회 포스터를 붙이고 있다. <이승환기자>
이에 따라 학생들은 자신의 능력을 입증할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경시대회에 힘을 쏟고 있는 것이다.

김종인 한영외고 교감은 "수시모집이 확대되고 대학에서 우수 학생을 대상으로 한 글로벌 리더 전형과 국제학부 전형에서 경시대회 수상 기록은 가산점을 받는 요인이 된다"며 경시대회 열풍을 설명했다.

한영외고는 KMC와 성균관대 경시대회에 지난해 54명을 출전시켰지만 올해는 6배에 가까운 318명을 보냈다.

대학 입시 담당자들은 경시대회 열풍을 우려 섞인 시선으로 보고 있다.
문흥안 전국입학처장협의회 회장(건국대 입학처장)은 "경시대회 성적은 사정 과정에서 학생 잠재능력을 엿볼 수 있는 참고자료로서 가치가 있을 뿐"이라며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옥상옥(屋上屋)' 식으로 경시대회를 준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문 회장은 이어 "대학마다 인정하는 경시대회가 상이하기 때문에 학생들은 국가적으로 공인을 받거나 희망 대학에서 인정받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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