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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理知논술/고전여행]오스카 와일드,‘도리언 그레이의…’"

설경. 2007. 9. 3. 00:09

[동아일보]

19세기 말 아름다운 청년의 이야기가 세상에 나왔습니다. 바로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The Picture of Dorian Gray)’입니다. 이 작품의 작가인 오스카 와일드는 ‘행복한 왕자’라는 동화로 더 유명하지요.

‘행복한 왕자’는 가난하고 어렵게 사는 사람들을 도우며 행복해하는 왕자의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인 행복한 왕자는 동상(銅像)입니다. 사람들은 이 왕자의 동상을 보면서 참 아름답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가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을 도왔기 때문에 아름답다고 말한 것은 아닙니다. 사람들 눈에 아름답게 보인 것은 왕자가 쓰고 있는 왕관의 보석, 그가 차고 있는 허리띠 장식, 그리고 칼에 박혀 있는 온갖 보석들이었지요. 그래서 그를 둘러싼 보석들이 모두 사라지자 사람들은 그를 외면합니다. 사람들은 보석 같은 물질적 아름다움을 좋아하나 봅니다. 여러분은 어떤 아름다움을 좋아하나요?

소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의 주인공 도리언 그레이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아름다움 그 자체”라는 평가를 받은 인물입니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누구나 그를 만나고 싶어 했고, 그와 함께 이야기 나누기를 원했지요. 사람들은 왜 그를 아름다움의 표상으로 생각했을까요? 해답은 그의 초상화에 있습니다.

배질이란 화가는 도리언 그레이를 보는 순간 혼을 빼앗깁니다. 도리언이 지독히도 예쁘고 아름답게 생겼기 때문이지요. 배질은 일생일대에 한 번 만날까 말까 하는 도리언 그레이의 아름다움을 화폭에 담고 싶어 합니다. 인간은 언젠가는 늙기 마련이고 그렇다면 아무리 아름다운 도리언 그레이라 할지라도 세월이 가면 주름 많은 노인이 될 테니까요. 배질은 자신이 만난 아름다움의 극치를 꼭 남겨놓고 싶어 했고, 드디어 그의 초상을 그리게 됩니다.

도리언은 자신의 아름다운 모습이 담긴 초상화를 들여다봅니다. 흡사 그리스 로마 신화 속에 등장하는 나르시스처럼요. 하지만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본 두 인물의 반응은 사뭇 다릅니다. 나르시스는 호수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사랑한 나머지 죽음에 이르게 되는데, 도리언은 자신의 초상화를 보며 오히려 질투를 느낍니다. 도리언은 자신의 아름다움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초상화를 보면서 ‘초상화’가 늙기를 기도합니다. 자신의 초상화가 그려지던 순간, 바로 그 순간의 아름다움을 실재하는 시간 속에서 영원히 간직하고 싶어 했지요.

여러분은 도리언이 한 기도가 이루어질 거라고 생각합니까? 가능한 일일까요? 물론 아니라고 고개를 내저을 겁니다. 하지만 도리언 그레이는 마흔에 가깝도록 팽팽한 젊음을 유지합니다. 용모 역시 그대로였지요. 이 때문에 일 년 전에 만난 사람도, 십 년 전에 만난 사람도 모두 젊고 유려한 용모의 도리언, 똑같은 모습의 도리언을 기억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사람들은 도리언 그레이를 거의 숭배하다시피 합니다. 그러고 보면 사람들은 ‘젊음’과 ‘유려한 용모’를 ‘아름답다’라고 생각하나 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젊음은 아름다운가요? 유려한 용모는 아름다운 건가요?

언젠가부터 사람들은 그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나이가 들었음에도 여전히 20대 청년의 미모를 지닌 도리언은 여전히 부러움의 대상이었지만, 동시에 비난과 질책을 받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심지어 그를 악마라고까지 부릅니다. 왜 그럴까요? 해답은 역시 그의 초상화에 있습니다.

도리언이 얼마나 아름다운 인물인지, 그가 어떻게 젊음을 유지할 수 있었는지, 도대체 초상화는 어떤 모습인지, 사람들은 왜 그에게 비난을 퍼부었는지 궁금하다면 지금 바로 그 첫 장을 열어보십시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이 여러분을 향해 미소 짓고 있을 겁니다.

여러분은 도리언 그레이를 따라 자신의 몸속에 있는 천국과 지옥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장을 닫는 순간 ‘아름다움’에 대한 고민을 시작할 것입니다.

이승은 학림 필로소피 논술전문 강사

출처 : 별먹는 빛
글쓴이 : 설경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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