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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고있는 판ㆍ검사 사관학교

설경. 2008. 10. 24. 16:08

한국 사회에서 최고 엘리트 집단으로 꼽히는 판검사에 최근 10년간 대원외고와 순천고 출신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나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2일 대법원과 법무부가 박민식 한나라당 의원에게 제출한 최근 10년간 판검사 임용자(변호사는 제외) 출신 고교 분석에 따르면 대원외고는 모두 70명(판사 49명ㆍ검사 21명)을 배출해 1위를 차지했다.

순천고는 검사 26명을 배출해 검사 출신 고교 1위를 기록했고, 판사 18명을 합쳐 모두 44명의 판ㆍ검사를 배출해 2위를 기록했다. 전통 명문고인 서울고 33명(3위)과 경기고(25명)를 큰 차이로 제쳤다.

이같이 순천고가 법조인 배출 비율이 높은 이유는 지역에 인문적인 소양이 강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아직도 지역 곳곳에 향교가 많아 어릴 적부터 법조계에 관심이 높다는 것. 문ㆍ이과 진학 현황을 보면 순천고는 1학년 때 전교 상위권이 던 학생이 대부분 문과로 진학한다.

1993년 순천고를 졸업한 안중권 씨(35ㆍ로스쿨 입시학원 PLS 원장)는 "다른 학교에 비해 상위권 학생의 인문계 진학률이 높아 상대적으로 의대나 상경대를 가는 비율이 낮다"며 "법조계도 변호사보다는 판검사를 더 선호한다"고 말했다. 2004년까지 비평준화 고교였고, 상대적으로 낙후한 생활 환경도 한몫했다는 분석도 있다. 김연빈 순천고 교장은 "이 지역이 아직 발전하지 못해 가난한 집안 수재들이 사회에서 출세할 수 있는 지름길로 사법고시를 보고 판검사가 되는 길이라는 판단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그는 "호남 지역이 홀대를 받는 정서도 영향을 끼쳤다"며 "조직 안에 들어가는 행시보다는 개인이 주체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법조인 쪽을 선택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대원외고 출신이 1위를 차지한 것은 고교 때부터 치열한 입시를 뚫고 입학한 인재들이 서울대 등 명문대에 대거 진학하면서 초석을 다졌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최원호 대원외고 교장은 "우수 학생들이 몰려 있다 보니 명문대 법대와 경영대 등 진학 비율이 높아서 그에 따른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신창 유웨이서울로스쿨 평가연구소장은 "외고는 치열한 입시경쟁을 거쳐야 하고 순천고도 인재가 대거 몰리는 학교"라고 설명했다. 사회 전반에 특목고 열풍이 확산되면서 판검사 사회에서도 외고 약진이 뚜렷하다. 최근 10년간 판검사 임용자 배출 1~30위 고교에는 대원외고 외에도 한영외고(29명ㆍ4위) 명덕외고(19명ㆍ13위) 대일외고(16명ㆍ24위) 이화외고(15명ㆍ28위) 등 외고가 5곳이나 된다. 명덕외고 출신 판사는 "매년 사법연수원생 중 15%가량이 외고 출신"이라며 "앞으로는 외고 출신이 전통 명문고를 제치고 법조계 중추 구실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재만 기자 / 김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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