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대입 자율화 내세워 내신 기본 점수조차 감춰
2009학년도 대입전형에서 학교기록생활부(내신)를 무력화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는 고려대 등 수도권의 일부 사립대학들이 세부 입시요강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또다른 논란이 일고 있다. 학부모와 수험생들은 최소한의 전형 기준이라도 밝혀 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대학들은 자율화라는 명분 아래 이 같은 요구를 묵살하고 있다.
고려대는 지난달 23일 수시 2-2 일반전형 1단계 합격자를 17배수 내외로 추리면서 내신 성적이 우수한 일반고 수험생들을 무더기 탈락시키고 이들보다 내신 성적이 나쁜 외국어고 수험생들을 대거 통과시켰다. 고교등급제를 사실상 도입했다는 논란이 확산되면서 고려대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진상조사까지 받고 있지만 어떤 기준으로 전형했는지 공개하지 않고 있다.
경기 지역 고3 담임인 강모 교사는 3일 "고려대가 수시 총점 1000점에서 교과 영역 900점, 비교과 영역 100점이라고만 밝힐 뿐 교과 영역 기본점수가 정확히 몇 점인지, 비교과 영역은 어떤 방식으로 전형했는지 등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기준이 드러나지 않는 시험이 도대체 어떻게 치러질 수 있다는 것이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강 교사는 "고려대 외에도 대다수 주요 사립대들이 내신 기본점수 등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내신반영률 공식도 현실에 맞게 수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행 내신반영률 산출 공식으로는 내신 기본점수나 등급간 점수차이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내신의 실제 반영률이 나오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비난도 거세다. 이모(51·서울 상계동)씨는 "아들이 2년 전 내신을 위해 외국어고를 자퇴했는데 아들과 성적이 비슷했던 외고 친구들은 고대 수시에 붙고 우리 아들은 떨어졌다. 대체 전형 기준이 뭐냐"고 지적했다. 고려대 입학 관계자는 "나름대로 기준에 맞춰 전형했으나 기준 자체는 정책적 판단에 따라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교육 현장의 불만이 쌓여가는데도 현재로선 대학들의 '묻지마 전형'을 제어할 방법이 없다는 데 있다. 교과부 관계자는 "대입 자율화 시행 초기부터 정부가 개입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대학들이 여론의 뭇매를 맞고도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그때 가서 (제재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며 내신 무력화 논란에 대한 제재를 암시하기도 했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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