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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우리말 논술
유형별 논술 교과서 / 20. 추론
◎ 기출문제 유형 1 / 한국외대 2006학년도 수시2 예시 [난이도 수준-중2~고1]
[논제] 제시문에서 필자가 ‘그 음악가가 가장 어리석은 말을 한 반면에는 가장 값있는 뜻을 우리에게 가르쳐 주었다.’ 라고 한 말의 의미를 제시문의 내용을 바탕으로 350~400자로 기술하시오.
옛날에 어떤 음악가 한 분이 하루는 넋을 놓고 울더란다. 그래서 누가 그 이유를 물으니까 한참 후에 하는 말이 이제는 음악 곡조가 얼마 안 돼서 하나도 생기지 못하리라고. 그 이유는 ‘도, 레, 미, 파, 솔, 라, 시’ 일곱 개의 음을 가지고 하도 많이 요리 붙이고 저리 붙여 옛날 작곡가들이 만들어 놓았기 때문에 이제는 다시 꾸며낼 수가 없다고 하는 것이 이유라고 하였다고. 그러나 지금에 보면 그 음악가가 가장 어리석은 말을 한 반면에는 가장 값있는 뜻을 우리에게 가르쳐 주었다.
일곱 개의 음이 세상의 모든 소리를 표현할 수가 있다. 지금도 그러하려니와 이후에도 그러할 테지만 일곱 개의 음이 얼마나 진리를 가졌고 또는 영원불멸의 성질이 있는지 모른다. 우리가 쓰는 국문의 모자음(母子音) 스물다섯 자나 서양의 알파벳 스물여섯 자가 그 많고 복잡하고 만들어졌다 없어졌다 하는 말을 표현할 수 있다. 이와 같이 단순한 것이 심장한 의미와 영구한 진리를 가졌다.
‘평지에 낙상한다’는 말이 있다. 어떤 미친놈이 평지에 낙상하랴. 그러나 우리는 가끔 가다 평지에 낙상하는 것처럼 그렇지 않은 일에 잘못하는 일이 많다. 그리고 세상에서는 그것을 보고 의당히 그럴 일로 아는 일이 많다.
세상에는 극단과 극단이 오묘하게도 똑 들어맞는 일이 많다. 또는 ‘有’(유)가 ‘無’(무)와 같다는 말을 한 사람이 있는 듯하다. 나는 아무것도 없는 데서 있는 것을 찾아내려고 노력한다. 없는 데서 있는 것을 찾아낸다 하면 세상 사람은 웃을 것이다. 그러나 옛날에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하려 할 때 그때 사람에게는 아메리카가 없었다. 그러나 콜럼버스에게만은 있었던 것이다. 그것이 오늘의 인류 전체에게 있게 되었다. 그와 마찬가지로 모든 과학자와 모든 철학자와 예술가들은 없는 데서 있는 것을 찾아내는 힘이 있는 것이다.
-나도향, <단상(斷想) 두 개>
◎ 해결 전략
논제에서는 제시문에서 ‘가장 값있는 뜻’의 의미를 추론해낼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리고 그 의미를 서술할 때 제시문의 내용을 논거로 적절히 활용하라는 조건이 추가된다. 전형적인 추론형 독해 논제에 해당한다.
제시문의 독해를 통해 추론해 낼 수 있는 의미는 세 가지이다.
먼저, 7음계를 통해 표현할 수 있는 음악이 제한적이라는 점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새로운 창조의 필요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 발견하지 못한 새로운 진리에 대한 탐구를 지속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두 번째, 일곱 가지 음계는 진리에 해당한다. 그러므로 진리란 단순하고 일상화되어 있지만 우리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진리에 대한 재조명이 필요하다는 의미를 지닌다.
세 번째, 작곡가가 더 이상 자신의 음악을 창조해낼 수 없다는 주장은 진리를 발견하려는 의지 부족을 반영하고 있다. 즉, 자신의 능력과 인식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서는 진리를 추구하려는 강력한 의지가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결국 세 가지 추론은 공통적으로 새로운 진리 추구, 즉 창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 자료 검색
■ 나도향의 문학세계
1921년 4월 모교인 배재고등보통학교에서 펴내는 <배재학보> 2호에 ‘출학(黜學)’을 발표한 이후, 죽을 때까지 6년 동안 30여 편의 소설을 남겼다. 그의 문학세계는 제3기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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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기는 1923~24년으로, 현실비판을 내용으로 한 비판적 사실주의 계열에 속하는 소설을 발표했다. 행랑 자식이지만 인간의 존엄과 자부심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주인공을 통해 가난한 사람들의 고결한 정신을 보여준 <행랑자식>(개벽, 1923.10), 주인공의 기구한 운명을 통해 자본주의 사회의 위선과 비인간성을 비판한 <자기를 찾기 전>(개벽,1924.3) 등이 이에 해당된다.
제3기는 1925~26년으로, 전기의 경향을 한층 발전시켜 사회문제와 관련된 현실비판의 정도가 더 예리화된 소설을 발표했다. 대표작 <벙어리 삼룡이>(여명, 1925.7)를 비롯해 <물레방아>(조선문단, 1925.9)·<지형근(池亨根)>(조선문단, 1926.3~5) 등이 이에 속한다. <물레방아>는 구성이 잘 되어 있고 인물의 성격묘사가 뛰어난 작품이며, <벙어리 삼룡이>는 초기의 감상적 낭만주의를 극복하고, 인간의 진실한 애정과 그것이 주는 인간구원의 의미를 보여준 작품이다.
그밖에 <추억>(신민공론, 1922.1),<은화·백동화>(동명, 1923.1),<여이발사>(백조, 1923.9),<꿈>(조선문단, 1925.11),<뽕>(개벽, 1925.12) 등을 발표했다.
-브리태니커
■ [토론]
명제: 진리란 잠정적인 것으로 진리추구는 절대적 진리를 향한 과정이다!
주장1. 그렇다.
(가까워져) 인류 역사에서 진리는 항상 시대의 변화와 인식의 진전으로 수정되어 왔다. 그래서 ‘진리는 역사적 산물이다’라는 말도 생겼다. 과거에 보편적 진리로 받아들여졌던 것이 현대사회에서 오류로 판명된 경우가 적지 않다. 진리를 판정하는 항구적이고 초역사적인 기준은 존재하지 않으며 그 어떤 이론도 새로운 비판이나 반증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현재의 진리도 오류가 발견되고 새로운 진리가 등장할 때까지 잠정적인 것이다. 중세까지 진리로 여겨졌던 천동설이 지동설로 대체되었으며, 우주의 법칙으로 여겨졌던 뉴턴의 물리학도 이 세상 모두를 설명할 수 없는 이론임이 밝혀졌다. 인문학의 영역은 말할 것도 없다.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인문학에서 다루는 진리의 영역도 변하고 있다. 이처럼 진리추구는 절대적 진리에 도달하기 위한 끊임없는 과정이며, 토론은 진리추구의 유력한 방법 중 하나다.
주장2. 아니다.
(가까워지기 힘들어) 일시적이고 잠정적인 진리를 진정한 의미에서 ‘진리’라고 부를 수 없다. 진리는 시공간을 초월하여 옳다고 인정되는 보편타당성을 지녀야 한다. 즉, 때와 장소, 사람에 따라서 들어맞기도 하고 안 맞기도 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과 공간, 주관을 초월하여 타당한 것이라야 진리인 것이다. 지식과 진리를 혼동해선 곤란하다. 그러한 혼동은 진리의 범위를 지나치게 확장시킨다. 오류 가능성이 있는 이론이라면 단지 그 시대에 통용되는 하나의 지식일 뿐 진리 그 자체는 아니다. 물론 현재 우리가 진리라 여기고 있는 그 무엇이 세월이 흘러 잘못된 것으로 드러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았거나 잘못 검증된 인식일 뿐이다. 특히 과학적 진리는 정합성과 보편성을 필요조건으로 한다. 특정 조건에서만 적용되거나 일부분만 타당한 것이어서는 안 된다. 진리가 잠정적일 수 있다는 주장은 결국 진리의 상대성을 인정하는 방향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는 이 세상을 파악할 수 없다는 회의론으로 이어질 뿐이다.
-<강원도민일보>, 2008년 11월12일치
◎ 관점 넓히기
배 목사의 죽음과 종교의 ‘알짬’
탈레반에 납치되었던 이들이 돌아왔다. 슬프게도 두 사람은 주검으로 돌아왔다. 배 목사가 목숨을 바쳐가면서 전하려 했던 진리는 무엇일까. 대문 아래 밀어 넣어진 교회 전단지를 보니 그 답이 짐작된다. “이제 당신이 구원을 받고 행복한 삶을 누리기 위해 해야 할 일이 무엇일까요? 하나님께서는 당신의 선행이나 노력을 원하지 않고 있습니다. … 당신 입으로 ‘예수님이 나의 구주이십니다. 예수님이 나의 죄의 빚을 갚으시고 십자가에서 죽으시므로 나를 살리셨습니다’라고 고백만 하시면 당신은 하나님의 자녀요, 구원 받은 행복한 삶을 살게 될 것입니다.” 배 목사는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에게 바로 이 말을 전하고 싶었을 게다. 신학적으로 죄가 무엇인지, 죄의 빚을 어떻게 남이 대신 짊어질 수 있는지, 어떤 상태가 구원인지에 관해 논쟁이 있어 왔다. 그런데 기독교의 본고장인 유럽이나 미주에서는 이런 전도지 교리를 바꾼 지 오래다. 미국의 일부 보수교단과 한국 개신교에서만 이런 믿음이 여전하다. 참새가 날아가는 나비를 잡아먹는 것, 교인들이 같은 피조물인 짐승이나 식물을 먹는 것은 죄가 아닌지, 어려서 죽은 영혼은 어린 아이의 몸과 마음으로, 노인은 노인의 그것으로 영생하는 것인지, 조금만 생각해 보면 그리 간단하게 믿고 남에게 전할 일이 아니다.
과학자 아닌 일반인들의 세계 인식은 원시시대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않다. 세계란 우리가 보고 듣고 만지는 그대로의 절대적인 모습이 아니라는 것은 과학계의 상식이다. 초당 10회의 비율로 초음파를 보내 물체를 인식하는 박쥐의 세계는 우리가 보는 세상과는 전혀 다르다. 감각기관과 감각대상은 분리되어 따로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로 묶여 있다. 불가에서는 이미 직관으로 이를 알아 본 바 있다. 상대성 이론에 이르면 공간은 중력 탓에 휘어져 있고, 움직이는 속도가 빛에 가까워지면 시간도 느리게 간다. 절대 기준이 되는 공간과 시간의 개념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과학적 진리 앞에서 3000년 전 유대문화에서 비롯한 죄며 구원 같은 시·공간적 개념들 역시 크게 바뀔 수밖에 없다. 그래도 마지막까지 남는 종교의 알짬은 명백하다. 모든 종교를 통틀어 ‘조건 없는 사랑, 자비’다. 이집트 백성은 죄 없는 어린아이까지 모조리 죽이는, 유다성서의 신 여호와는 유다인들이 특정시기에 가졌던 신앙고백일 뿐. 신은 모든 존재들을 조건 없이 사랑하는 사랑 그 자체라는 믿음이 기독교에도 널리 퍼져 있다.
“우리 주는 부활자이다. 그는 모든 존재의 주인이며 모든 한계를 초월하기 때문에 모든 존재적 한정을 거부한다. 그는 대자비(사랑)의 문을 열어 그 인식의 빛에 의해서 모든 존재로 하여금 영원성을 보는 자, 듣는 자, 말하는 자이게 한다.”
12세기 이슬람 시아파 예언자 살람은 기독교의 교리와 똑같이 가르쳤다. 예수의 본질이 사랑, 대자비임을 알지 못한 채 예수라는 이름에 매달려 입으로 예수가 구세주임을 믿고 고백하기만 하면 착한 일이나 노력도 필요 없이 구원받는다는 생각은 이제 버릴 때가 되었다.
김형태 변호사, <한겨레>, 2007년 9월4일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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