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톤은 철인(philosopher)에 의해 통치되는 사회를 이상적이라고 했다. 정신적 가치를 중시했던 그였지만, 역설적으로 그가 강조한 것은 통치계급인 철인이 현실적 이해관계를 갖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아무리 현자라 할지라도 인간인 이상 물질적·경제적 이해관계에 얽매이는 순간 현자다운 사고와 처신을 못하게 될 것을 염려해서일 게다. 그러나 이러한 이상론은 사회가 경제적으로 더욱 긴밀하게 얽히게 된 근대 이후의 사회에서 통용되기 어렵다. 근대 시민사회가 부르주아 사회, 즉 재산을 가진 계층의 사회이고, 제반 사회제도와 법은 그 계층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마련됐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더욱 그러하다. 부르주아는 자유를 최고의 가치로 삼는다. 그런데 자유의 물질적 토대가 바로 재산이다. 물질적 기반이 없다면 자유는 허울뿐이다. 인간의 (정당한) 노동에 의해 획득한 재산은 신의 것을 정당하게 차지하는 것인 까닭에 신이 부여한 것에 다름아니다. 따라서 재산은 천부불가침의 권리가 되는 것이고, 자유 역시 마찬가지다. 부르주아 내지는 인간들 사이의 형평 문제는 그 다음이다.
민주주의적 가치와 권리가 덜 확장되고, 물질적·경제적 가치의 획득이 무한하다고 생각되었을 때까지는 이런 이상론이 통용될 수 있었다. 가치의 부족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 가치를 생산해내는 과학과 기술의 발달이 문제가 되었을 뿐이다. 인간의 욕망을 억제하여 사회적 균형과 조화를 이루려고 한 플라톤이나 토머스 모어의 이상사회는 매력적이지 못했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욕망덩어리이므로 이를 인위적으로 억제하는 것은 비인간적이고 비자연적이며, 오히려 인간이 스스로의 욕망을 성취하려는 자발성을 고취함으로써 더 풍요로운 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런 점이 자유주의의 핵심요소 중 하나다.
철학적으로나 역사적으로 볼 때 자유주의는 두 가지 얼굴을 보여주었다. 천부적 인권이라고 정당화된 재산권이 안정적으로 확보되지 않았던 초기부터 이어진 것으로, 재산권의 천부인권성의 확보와 이것의 무제한적 행사를 중요한 가치로 간주하는 모습이 그 하나다. 여기에서는 인간의 욕망에 제한이 가해져서는 안 된다고 본다. 그러나 20세기 이후의 자유주의는 인간의 욕망을 적정한 선에서 규제하는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특히 1929년 대공황을 전후해서 이런 흐름이 강했는데, 여기에서는 인간의 욕망 추구를 인정하되 그 가이드라인을 제시함으로써 합리적인 범위 안에서 욕망이 조절될 수 있도록 한다.
자유주의(liberalism)라는 용어가 구체적 내용을 가지고 등장한 것은 역사적으로 19세기 중반 이후라고 한다. 20세기에 들어서도 자유주의란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이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 20세기의 절반은 세계대전, 그 나머지 절반은 이념 대결로 점철되었기 때문에 자유주의의 현실적 실천과 그 내용이 완전해질 수 없었던 것이다. 자유주의에 더 실천적이고 구체적인 의미와 내용을 부여하려 했던 새로운 움직임이 30여년 전에 태동하여 최근까지 맹위를 떨치고 있는 ‘신자유주의’라 할 수 있는데, 2008년 금융위기로 그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이상사회가 현실로 곧바로 구체화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이상사회를 외면해서도 안 된다. 과거 제시되었던 이상사회는 그 비현실성 때문에 외면받기도 하지만, 왜 그런 발상이 생겨났는지에 대한 성찰은 필요하다. 근대 이후 그리고 우리가 받아들이고 있다고 하는 자유주의 사회는 과연 온전한 이상사회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가도 성찰해 보아야 한다. 우리는 부분적인 면만을 너무 강조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도 해보아야 한다. 종합부동산세의 부분위헌 판결이나 조세정책, 각종의 경제정책 등을 좀더 심도있게 성찰하고 그것의 정당성이나 타당성을 따지는 데 있어서, 과연 우리가 의존하고 있는 가치 또는 가치관 내지는 이상사회가 무엇인지를 반성해보는 것은 매우 유익한 일이다. 단편적인 것만을 가지고 갑론을박할 경우 반복적 소동과 소요만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1 종부세 부분 위헌판결에 대해 논의해보라.
2 이상 사회의 이념으로서 자유주의를 논해보라.
3 자유주의에서 말하는 ‘자유’의 의미를 논의해보라.
<최윤재 | 서울디지털대학 문창학부 교수·한국논리논술연구소장 klogic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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