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인생

<변 전실장 등이 신정아씨에 빠진 이유는?>

설경. 2007. 9. 15. 01:04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변양균 청와대 전 정책실장 등이 신정아 전 동국대 교수에 빠져든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드러난 신정아씨의 행적과 인터뷰 등을 지켜본 정신과 전문의들은 신씨에 대해 자기과시형의 행태를 보이는 '나르시스틱(자기애성) 인격장애' 성향을 갖고 있다는 조심스런 분석을 내놓고 있다.

따라서 주변인물들은 바로 신씨의 이런 행태적 특성 때문에 관심을 가졌을 것이라는 진단이 가능한 대목이다. 변 전 실장이 자기애성 인격장애를 가진 여성들의 성향인 자기과시와 유혹적 행태에 오히려 매료됐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자기과시형,유혹적 행태가 오히려 매력(?)" = 신정아씨의 학력위조와 과시적 소비, 그리고 언론에 대한 대응에 대해 정신과 전문의들은 자기애성 인격장애 또는 경계성 인격장애가 의심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자기애성 인격장애는 자신을 유능하고 아름다운 존재로 믿는 만큼 자기과시형 행태를 보인다. 이 런 유형의 인격장애를 가진 여자 가운데는 끊임없이 주변의 주의를 끌고자 하며 유혹형(seductive) 행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게 대체적인 진단이다.

상대방은 이런 신씨의 행동을 '매력적'으로 느꼈을 수 있다는 추론이다. 실제로 자기애성 인격장애를 가진 여자들은 많은 남자들과 쉽게 가까운 관계로 발전하는 경우가 많다고 정신과전문의들은 입을 모았다.

특히 '예술 컴플렉스'가 있는 한국의 중장년층에게 신씨 같은 젊은 여성 예술인은 오랫동안 품어온 '판타지'에 부합했기 때문에 신씨에게 쉽게 끌렸으리라는 설명도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경계성 인격장애도 의심된다. 이런 장애를 가진 사람은 사물을 모두 주관적으로 받아들이며 거짓말을 계속하는 모습을 보인다. 꾸며낸 일을 사실이라고 믿고 거짓말을 계속하는 현상인 '공상적 허언증상'도 인격장애의 대표적인 현상 가운데 하나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최상섭 공주치료감호소장(정신과전문의)은 "신씨의 자기 노출적.과시적인 모습은 히스테리성 인격장애로 해석될 수도 있다"며 "인격장애를 겪고 있는 사람은 곤경에 빠지기 전까지는 스스로 전혀 고통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다른 정신장애와 달리 의료현장에서 치료를 받게 되는 경우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관심, 주의 끌기 위한 과시 행동 = 자기가 상상하는 모습이 현실이라고 믿는 것은 '에즈 이프(As if) 인격장애'에 해당하는 견해도 있다. 서울대 입학이나 예일대 박사 그리고 부유한 커리어 우먼의 모습을 꿈꾸면서 자신이 바로 그 사람이라고 믿는다는 것. 다른 정신질환과 달리 오히려 인간관계에서 성공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삼성서울병원 정신과 유범희 교수는 "에즈 이프 성격장애의 경우 허위학력이 발각되기 전 신씨처럼 사회생활에서 여러 가지 일을 성취하고 좋은 대인관계를 유지하는 사례가 많다"고 설명햇다.

이같은 인격장애는 약물치료가 아닌 장기간의 심층 정신치료와 정신분석을 통한 치료가 필요하다. 인격장애 환자는 좀처럼 현실을 인정하려 하지 않기 때문에 치료도 쉽지 않다.

고대안암병원 정신과 이민수 교수는 "이들은 '초라한 신정아'를 인정하기 보다는 거짓에 머물러 있고자 하기 때문에 치료가 쉽지 않다"며 "유능한 의료진으로부터 장기간 치료를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언론 등 겉으로 드러난 정보만으로 신정아씨가 인격장애 등 정신과적 문제가 있는 것으로 속단하기 어렵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유범희 교수는 "신씨를 직접 면담하지 않은 채 거짓말을 습관적으로 하다는 사실만으로 정신적 문제로 몰아가는 것은 지나치다"며 "누구나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는 다른 사람이 보기에 불합리한 내용으로 자기방어를 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tr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