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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고등학교에 대한 인기가 갈수록 높다. 하지만 '외고입학=장밋빛'만은 아니다. 일부 외고생들은 치열한 경쟁과 일찌감치 경험하지 못한 '난감한' 성적, 스트레스 등으로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일반계 고교로 전학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지난 한 해 동안 외고에서 최상위권 성적과 모범적인 학교생활을 해온 선배들에게 성공적인 외고 생활방법을 들어봤다.
수원외고 신동건군
공부에 자신 있는 학생들만 모이는 외고에서 항상 전교 1등을 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신군은 학교에서 전교 1등을 거의 놓친 적이 없고, 수차례 치른 모의고사에서도 상위 0.1%이내의 성적을 유지했다.
신군은 외고에 합격하더라도 영어에만 너무 집중하지 말고 수학이나 다른 과목도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외고에 합격한 학생들은 기본적으로 영어를 잘하기 때문에 영어 외의 다른 과목에서 차이가 생기기 때문이다. 특히 수학은 외고에 입학하기 전까지 기본개념을 철저히 이해해야 한다.
신군은 "다른 과목들은 외고에 입학한 후 공부해도 늦지 않지만 수학은 기본 실력이 없으면 따라갈 수 없다"며 "외고 합격과 상관없이 꾸준히 수학을 공부한 것이 좋은 성적을 받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신군은 외고에 입학한 직후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아는 친구도 없고 모두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 속에서 좋은 성적을 받아야 한다는 부담감이 컸다. 그러나 이 어려움은 스스로 극복해야 한다고 다짐했다. 무엇보다 자신감을 얻기 위해 열심히 공부했다. 좌절하지 않고 인내심을 가지고 공부해나가다 보니 스트레스가 점차 줄어들었다. 성적도 최상위권을 유지할 수 있었다.
영자신문을 매일 읽고, 일주일에 한번씩 타임지를 읽는 방법으로 영어공부를 지속했다. 'Living on Earth'라는 환경관련 프로그램을 인터넷(www.loe.org)에서 다운받아 MP3파일로 들으면서 영어듣기 실력은 물론 환경관련 지식도 쌓을 수 있었다. 수학은 많은 문제를 풀기 보다는 한 문제라도 제대로 푸는 실력을 쌓는데 주력했다. 제대로 푼 한 문제가 답만 구해낸 10문제보다 낫다고 봤기 때문이다. 내신 공부는 시험 전 한 달 동안 집중적으로 공부했다. 영어와 수학은 평소 많이 하기 때문에 내신 기간에는 암기 과목 공부에 집중했다.
"성적이 나쁘게 나왔다고 좌절할 게 아니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극복하는 게 가장 중요해요. 남 탓 하지 말고 내가 더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성적을 받아야겠다는 결심이 꼭 필요합니다."
신군은 외고 입학 전 가능한 한 많은 책을 읽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3 겨울방학때 읽은 독서가 생각을 크게 살찌웠다고 한다. 신군은 "언어나 사탐에서 좋은 성적을 얻은 학생들은 한결같이 중학교 시절부터 많은 책을 읽은 학생이었다"고 말했다.
이화외고 이주은양
이화외고에서 줄곧 최상위권의 성적을 유지했고 교내 실력고사에서 성적우수상을 수차례 받았다. 이양은 외고 합격이 해피엔딩이 아니라 진정한 공부를 시작하는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이양은 "많은 외고 신입생들이 합격한 사실에만 기뻐하며 입학 전까지 제대로 공부하지 않고 노는 경우가 많다"며 "외고에 붙었다고 해이해지지 말고 자신보다 뛰어난 친구들과 대등하게 공부할 수 있도록 미리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양 역시 다른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슬럼프를 겪었다. 이양은 1학년 2학기 기말시험 한달 전 갑자기 공부가 너무 싫어졌다. 치열한 입시에 대한 부담감과 구속감 때문에 책이 손에 잡히지 않았던 것. 수일간 공부도 못하고 시간만 허비했다. 그러나 좌절에 빠진 자신의 모습에 실망감과 부끄러움을 느끼면서 공부에 대한 열의가 다시 솟았다. 친구들이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에 자극도 받았다. 스트레스가 심할 때는 피아노를 치면서 기분을 풀었다.
이양은 "내가 왜 공부를 하는지 생각하고, 주눅이 든 자신에게 '내 진짜 모습이 아니다'라고 되뇌니까 공부하고 싶은 의욕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양의 공부비법은 간단하다. 공부한 내용을 '정리노트'에 따로 차곡차곡 담아두는 것이다. 노트에는 수업필기 내용부터 오답 문제까지 총망라돼 있다. 중학교 때는 거의 모든 과목에 대해 각각의 노트를 만들었지만 고등학교에 들어서서는 노트를 정리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려 국어, 영어, 수학, 과학, 사회 등 5개 과목만 만들었다. 노트를 만들 때 중요한 키워드나 그냥 넘어가기 쉬운 부분은 괄호로 비워놓고, 다시 공부할 때 빈 곳을 채우는 식으로 활용했다. 국어의 경우 책이나 신문을 꾸준히 읽으며 제시문 감각을 키웠다.
이양은 "외고는 공부 잘하는 학생들만 모였기 때문에 어느 정도 성적은 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고 강조한다.
"남의 말에 휘둘리지 말고 어떤 상황이든지 항상 긴장하고 자신만 열심히 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어요."
[글=류재광 맛있는공부 기자 zest@chosun.com]
[사진=김승완 기자 wanfot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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