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자료

고전으로 배경지식 키우기 점술서로 알고 있는 '주역' 본래는 '수양 경전'

설경. 2008. 2. 28. 12:45


김영우 명지대 교수
[고전으로 배경지식 키우기]
'주역'(周易)은 '시경'(詩經), '서경'(書經)과 함께 공자가 편집한 권위 있는 경전(經傳) 가운데 하나이지만, 일반적으로는 미래를 예측하는 신비하고 난해한 책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주역'을 여러 번 탐독한 나머지 책을 묶은 가죽 끈이 세 번이나 끊어졌다는 위편삼절(韋編三絶)의 고사만 보아도 공자는 이 책을 매우 중시했던 것 같다. 공자는 이 책이 군자가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고치는 데 가치가 있다고 보고, '이 책을 읽는 사람은 허물이 없을 것이다'라는 말도 남겼다. '주역'이 '마음을 씻는 경'이라는 의미의 세심경(洗心經)으로 불리는 것도 이 책이 군자의 수양 윤리서로서의 의의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반 대중에게 '주역'은 윤리적 저술이라기보다는 동양의 심오한 우주론을 담고 있거나 인간의 운명을 알게 해주는 신비한 능력이 있는 저술로 이해된다. 오늘날에도 역학에 조예가 깊다는 사람을 만나면 사람들은 대개 자신의 사주팔자(四柱八字)를 묻거나 개인적인 고민을 먼저 꺼낸다. 점술가들이 자신들을 역술가 혹은 역학자로 자처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그러면 왜 '주역'이 한편에서는 수양을 위한 경전으로, 다른 한편에서는 운명을 점치는 점술서로 이해되고 있는 것일까? '주역'의 기원을 생각해보면 그 대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주역'이란 글자대로 풀이하면 '주(周)'의 역(易)이다. 주(周)란 기원전 10세기에서 기원전 265년까지 상(商)을 이어 중국에 존재했던 나라로 중국의 문화와 문명이 완성된 나라이다. '주역'이란 바로 이 주나라 시대에 만들어진 역이다. 주나라 이전에도 역은 있었지만 현재 남아 있는 역은 '주역'밖에 없기 때문에 '주역'이 역의 대명사처럼 쓰이는 것이다.

최초의 역은 점을 치기 위한 목적에서 만들어졌다. 역 이전에는 거북을 이용한 복(卜) 이 있었지만, 거북점이 쇠퇴한 이후 시초(蓍草)라는 풀을 이용한 점으로 대체 되는데 그것이 바로 역이다. 따라서 역은 정치적, 군사적, 종교적 행위에 앞서 길흉을 점쳤던 경험들이 총괄된 책이라 할 수 있다. 그것은 현재 우리가 읽는 '주역'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주역'에 나오는 문장들은 보통의 경전에서 볼 수 있는 내용이 아니라 '흉하다'거나 '길하다'거나 하는 말처럼 점과 관련된 내용으로 돼있다. '주역'이 점을 친 기록들과 관련되어 있다는 점에서 '주역'을 해석하기 위해서는 점을 치는 방법이나 점사를 해석하는 원칙들을 알아야 하기 때문에 '주역'의 문장은 해석하기가 어려운 것이다. 더구나 해석 원칙들도 학자들마다 다르기 때문에 실로 '주역' 해석에 대해 '귀에 걸면 귀걸이요, 코에 걸면 코걸이다'라는 자조 섞인 푸념도 나오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역의 발달 과정을 보면 역을 단순히 점과 관련해 이용한 사람은 적다. 오히려 대부분의 학자들은 역의 구성 원리나 역의 기록들에 근거하여 역을 자연의 변화나 인생의 문제와 관련하여 탐구하였다. 역을 새롭게 편집한 공자는 역을 학술적으로 연구하고 활용하게 한 대표적인 인물이다. 공자는 점사로만 구성된 역에 대해 역의 원리와 정신을 설명하고 해설한 '십익'(十翼)이라는 저술을 남겨 역을 학술적으로 연구하는 길을 열었다. 역은 점술로도 이용할 수 있지만 수양서로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성리학을 완성한 주희(朱熹)는 '십익'을 근거로 성리학의 우주론과 형이상학을 체계화함으로써 역을 유가 철학의 대표적 저술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성리학이 동양 근세사회의 학문과 사회를 지배하였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면 '주역'의 중요성도 가늠해 볼 수 있다. 성리학의 중요한 개념들이 '주역'에 기원을 두고 있다거나 한의학의 이론에 역의 원리가 반영되어 있다는 점, 또 신년에 보는 '토정비결'에서도 그 자취를 볼 수가 있다. 무엇보다 우리나라의 태극기에서는 태극기를 구성하는 태극, 음양, 건·곤·감·리의 팔괘(八卦)가 모두 '주역'을 구성하는 기본 요소들이다.

사회가 합리적이지 못하고 미래의 예측이 어려울수록 사람들은 비합리적인 점술에 기대게 되지만, 다른 한편 아무리 과학이 발달하고 생활이 나아졌다고 하더라도 한 개인이 놓여있는 고민과 불안의 상황마저 사라지지는 않기 때문에 그런 점에서 '주역'은 여전히 마음을 위로하고 문제를 한 발 떨어져서 보게 하는 점술로서의 기대를 갖는다. 하지만 오랫동안 동양 정신문화의 보고였던 '주역'은 경전으로서의 그 가치에 대해서도 주목 받고 깊이 연구되어야 할 것이다. 




[김영우 명지대 교수]
[☞ 모바일 조선일보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