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대입

'외국어 우수자 전형' 대비법 특별전형 합격자에게 듣는다.

설경. 2008. 3. 6. 11:22


특별전형 합격자에게 듣는다 ③ '외국어 우수자 전형' 대비법

영어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외국어 우수자 전형(국제화, 글로벌 전형)을 실시하는 대학이 늘고 있다. '영어만 잘하면 대학 간다'는 말이 나올 정도. 하지만 정말 영어만 잘하면 외국어 전형에 합격할 수 있을까. 그들의 합격 노하우가 궁금했다.


최찬 /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1학년

고1 겨울방학 무렵 처음으로 외국어 우수자 전형에 대해 알게 됐다. 최군은 어린 시절, 미국(초등 3~5학년)과 캐나다(중 1~3학년)에서 거주하면서 영어 실력을 쌓았다. 그로서는 한 번 도전해볼 만한 경험이라 생각했다. 물론 연세대 등 몇몇 대학에서도 '국제화 전형'이란 이름으로 학생을 선발하고 있었다. 고3이 되자 대학마다 비슷한 전형이 많아져 지원 기회가 더 많아졌다. 최군이 서강대 외국어 우수자 전형에 지원한 까닭은 무엇일까.

"지원 요건이 '토플 성적'에 한정됐기 때문"이란다. 몇몇 대학들은 SAT 시험이나 AP과목 성적을 요구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럴 경우 특목고나 자사고 출신 학생들이 훨씬 유리하다. 일반계 고등학교를 다닌 학생들로선 손해가 아닐 수 없다. 그런 관점에서 최군은 주요 대학의 전형요소를 꼼꼼히 살펴 지원했다. 그는 "같은 외국어 우수자 전형이라도 전형 요소나 방법이 대학마다 달라 입시 요강을 잘 살펴 자신에게 유리한 대학에 지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외국어 우수자 전형은 토플, 영어에세이, 영어면접 등을 고루 공부해야 한다. 그는 외국어 우수자 전형을 준비하는 친구들을 모아 스터디 모임도 만들었다. 스터디 모임에서 영자신문은 물론 세계정세와 환경, 기아, 전쟁 등 국제관계를 다룬 책을 다양하게 읽으며 친구들과 영어토론을 벌였다. 이화여대에서 주최한 영어토론대회, 서울모의유엔회의(MUNOS)에도 참가했다. 같은 전형으로 대학에 진학한 선배들을 만나 지원시 주의사항이나 면접 비결 등 다양한 조언도 들었다.

대학 지원 당시 최군의 토플 성적은 CBT 약 280점, iBT 113점이었다. 보통 대학생들도 받기 힘든 높은 성적이지만, 외국어 우수자 전형에서는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성적이다. 최군은 "지원자들의 토플 성적은 대부분 비슷한 수준이라 변별력이 없다"며 "그만큼 면접 등 다른 전형요소를 신경 써서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군의 경우, 고3 여름방학 동안 면접 준비에 집중했다. 국제학부 전공서적을 미리 읽으며 국제사회에서 통용되는 전문용어를 따로 암기했다. 최군은 "영어면접 시 전문용어를 써가면서 대답해 '준비된 학생'이라는 이미지를 줬다"고 밝혔다. 게다가 1차 서류전형에서는 내신도 중요하게 작용하므로, 나름대로 내신관리에 공을 들였다.


구주영 / 경희대 한의예과 2학년

구양은 일반계 고등학교 출신으로 외국 체류경험도 없이 외국어 우수자 전형에 합격한 케이스다. 각 대학 모집 요강을 비교 분석한 뒤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전형을 골라 지원한 덕분이다.

구양은 의학계열 진학을 희망했지만, 고2 말 무렵의 내신과 모의고사 성적으로는 합격을 보장할 수 없는 불안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전국 모든 대학 의학계열의 특별전형을 조사해 자신이 도전할 만한 전형이 있는지 물색했다. 그 중 경희대 외국어 우수자 전형을 골랐는데, '토익' 성적으로 지원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구양은 "토익은 집중해서 공부해 문제유형을 익히면 단기간에도 높은 성적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다"고 지원 동기를 밝혔다.

목표를 정한 뒤로는 토익 공부에 집중했다. EBS 토익 강좌를 들으며 좋다고 입소문이 난 토익 교재를 여러 권 사서 반복해 풀었다. 문제 유형과 요령을 파악하자 성적이 가파르게 올랐다. 고2 겨울방학이 끝날 무렵에 본 토익 시험에서는 990점 만점을 받았다. 구양은 "토익 공부도 기본적으로 수능 외국어영역 공부와 크게 다르지 않아 준비하기가 수월했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꾸준히 영화와 미국 드라마를 보아온 것도 큰 도움이 됐다. 내신 성적은 전교 10등 안팎(1~2등급)을 유지했다. 토익 시험에서 만족할 만한 점수를 얻은 다음에는 면접 준비에 들어갔다.

전공인 한의학에 대한 기초지식을 공부하는 것은 물론 경희대 한의대 교수진의 정보도 찾아봤다. 남 앞에 서면 심하게 긴장하는 성격을 고치기 위해 반 친구들 앞에서 서서 모의 면접을 보는 연습도 자주 했다. 구양은 "면접학원과 스피치학원에도 잠시 다녀봤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며 "집과 학교에서 꾸준히 연습하는 것이 더 도움이 됐다"고 경험담을 밝혔다. 꼼꼼한 입시 전략으로 합격한 그는 "외국어 우수자 전형은 영어 실력이 아주 뛰어난 특별한 아이들만 지원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꼭 그렇지 만도 않다"며 "모집요강을 잘 살펴 1~2년간 제대로 준비하면 누구든지 도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글=오선영 맛있는공부 기자 syoh@chosun.com]
[사진=조영회 기자 remnant@chosun.com]
[김승완 기자 wanfot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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