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자료

[시사이슈로 본 논술]영어 공교육 논란

설경. 2008. 3. 6. 12:23


조선일보 DB


강방식 동북고 교사·EBS 사고와 논술 강사
[시사이슈로 본 논술]영어 공교육 논란


영어 실력이 곧 국가 경쟁력?

■영어 공교육 완성 프로젝트 실천 방안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국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영어 공교육 강화 정책을 내놓았다. 영어 과목을 영어로 수업하는 방안을 1차 목표로 하고, 나머지 과목도 영어로 수업하는 영어몰입교육 방안을 제시했다. 후자의 계획은 교육계의 강한 반발로 후퇴했지만 전자의 목표를 위해 향후 5년간 4조원을 투자해서 영어와 관련된 교육 환경을 개선하기로 했다. 사교육비를 절감하고 기러기 아빠와 펭귄 아빠의 아픔을 없애준다는 의도를 표명했지만 오히려 정반대로 상황이 악화될 뿐이라고 비판하는 의견도 만만찮다.


■영어 능력은 국가 경쟁력 강화의 기틀이다

전세계 4명 중에 1명이 영어를 일상어로 사용한다. 미국이나 유럽 이외의 아시아권에서도 영어가 국제어로 기능한다. 정보 사회에서 고급 콘텐츠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영어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 영어 사용자가 비사용자에 비해 부, 권력, 정보에 접근하는 기회가 훨씬 많다. 입학이나 취직에서 영어 실력을 요구하는 것은 사회적 강요이지만 무한경쟁의 세계화 시대에서는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인도나 필리핀 등 영어를 공용어로 채택한 나라는 우리나라보다 토플 점수가 훨씬 높다. 외국어를 배우는데 필요한 뇌는 어릴 때일수록 유연하다는 보고가 있다. 그렇기에 영어를 상용화할 수 있는 교육적, 사회적 환경을 국가적으로 준비하는 것은 국가경쟁력의 기초이다. 애국적 관점에서 보면 영어 교육에 집중하는 것은 모국어에 대한 사랑을 약화시킬 수 있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면 언어 정책도 변해야 한다. 지나치게 화석화된 외래어 표기법도 현지 발음 중심으로 바꾸는 것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인문적 소양이 없는 영어 실력은 속 빈 강정이다

미국의 패권이 전 세계를 뒤흔들던 20세기에는 영어 실력이 국가 경쟁력이었다. 다문화 세상인 21세기에서는 영어보다 현지어의 필요성이 커졌다. 우리나라 무역 구조에서 중국, 중남미 등 비영어권 국가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상품 투자의 귀재인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은 미래의 국제 언어는 중국어라고 못 박았다. 영어 교육에 대한 몰입 정책은 실용적이기보다 이념적이다. 마치 조선시대에 중국을 추종하던 것처럼 미국을 맹목적으로 쫓는 꼴이다. 모든 학생이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기본 생활영어가 가능하도록 교육시킨다고 해도 국가 경쟁력은 오르지 않는다. 글로벌 인재에게 필요한 것은 영어 발음이나 회화 능력이 아니고 비판적 사고와 창의성이다. 반기문 유엔총장은 오렌지를 오륀지로 발음하지 못하더라도 국제 사무를 훌륭하게 처리하고 있다. 학벌위주 채용 관행이 개선되지 않는 상황에서 영어 공교육 강화는 오히려 사교육 시장을 폭발적으로 확대시키고, 소득별 영어 성적 차이를 크게 하여 영어 양극화 현상을 초래한다.


■영어 공교육 강화 논란과 또 다른 논의

첫째, 영어 공교육 강화 논란은 궁극적으로 영어 공용화 논쟁과 맥락이 닿는다. 세계화 시대에서 영어 공용화는 효율성을 증대시켜준다는 복거일의 주장과 1학년 국어 교과서에 실린 '황소개구리와 우리말'이라는 글 속에서 맹목적인 영어 사랑의 문제점을 지적한 최재천의 주장이 맞선다. 2008학년도 서강대학교 수시2-1 논술 문제에서 모국어가 아닌 다른 언어 사용에 대해 비판적으로 평가하며 영어공용화 논의를 확대해보자. 둘째, 영어, 사회, 물리, 수학 등의 과목을 영어로 수업하는 정책의 장단점은 대학 수업 영어 강의 논란의 연장선이다. 셋째, 언어는 문화를 대표하고, 생태계는 다양성이 유지될 때 생명 유지가 수월하다는 주장을 통합적으로 인식하면 영어 강요하는 사회를 비판적이고 창의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를 위해 2007년 서강대 수시1 논술 예시문항에서 언어의 단일화가 초래할 위험성을 찾아보자.




[강방식 동북고 교사·EBS 사고와 논술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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