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사설,칼럼)

아버지는 인생의 스승이다

설경. 2008. 3. 10. 23:02

누구나에게 인생에서 특별한 의미를 갖는 중요한 순간이 있을 것이다. 예전의 일이지만 마치 오늘 아침의 일인 것처럼 느껴지는 선명한 기억속의 장면이 내게도 있다.

중학교 겨울방학 중의 새벽이었다. 그날도 어김없이 새벽에 아버지와 나는 집을 나왔다. 아버지께서는 나를 도서관에 데려다 주고 출근하려는 생각이셨고 잠이 덜 깬 채 추위 속으로 나온 나는 얼굴에 싫은 기색을 가득 내비쳤다.

그날도 아버지는, 도서관에 도착하려면 빠른 걸음으로도 족히 10분 이상 걸리는 도로변에 차를 세우셨다. 걸어 올라가야 잠이 깨고 그래야 맑은 정신으로 책을 볼 수 있다는 게 아버지의 생각이셨다.

그러나 그날은 바람이 너무 세차서 나는 정말이지 내리고 싶지 않았다. 사정을 했지만 아버지는 허락하지 않으셨다. 하는 수 없이 나는 그 언덕길을 걸어 올라야 했다. 내가 도서관 정문 안으로 들어서자, 뒤에서 따라오고 있던 아버지 차가 지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아버진 그렇게 찬 겨울날 아침, 내게 인생의 의미 하나를 선명히 남겨 주셨다.

아버지는 내가 대학교 2학년 때 예고 없이 돌아가셨다. 아버지가 떠난 후 나는 혼란스런 세상에 맞서며 있는 대로 상처를 입고 좌절했다.

계속되는 고통스런 일들에 바닥까지 내려간 내가 이제는 살 수가 없다고 찾아간 곳은 아버지가 청년시절을 보내며 공부하던 곳이었다. 나를 세상에 보낸 분 가까이에서 결판을 내든지 죽도록 사정을 하든지 해야 했다.

한겨울 그해 마지막 달의 어느 날, 넓은 잔디밭 한가운데 무릎을 꿇고 앉았다. 이슬을 맞으며 추운 줄도 모르고 무서운 줄도 모르고 밤새도록 목놓아 아버지를 찾았다.

기도 덕분이었는지 다음해, 나는 기적같이 고마운 선생님을 만나게 되었다. 아버지에 대해 특별한 추억을 갖고 있는 내가, 강남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면서 집집마다의 아버지들에게 눈길이 간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나는 때때로 "강남에 사는 부모들이야 돈도 많고 배운 것도 많으니 게다가 교육시킬 수 있는 환경도 좋으니 쉽게 아이들을 기르겠지!" 하는 강남 학부모들에 대한 일반적인 선입견들과 마주친다.

그럴 때마다 나는 그건 아닌데 하는 생각은 하지만 뭐라고 간단히 응대할 수가 없어서 답답했다. 물론 강남은 교육에 관한 한 고를 수 있는 상품이 거의 백화점 수준이다. 그러나 그런 환경에서조차도 그들이 쉽게 아이들을 키우는 것은 결코 아니다.

아무에게도 맡길 수 없는 것들, 예를 들어 아이들에게 좋은 습관을 들이고 바른 인성을 갖게 하는 부분에서는 아버지가 나서서 많은 공을 들이는 것을 흔하게 보아왔다. 그 아이들에게는 부모가 선생님이다. 오히려 아버지가 말씀을 하실 때면 학교선생님 말씀보다 더 정신집중이 된다는 아이들이었다.

제공 ㅣ 한국경제신문

※'청소년코치' 최강희 소장은 청소년 진학 전문 상담가로 '청소년 라이프코칭 스튜디오'를 운영하며 부모와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학지도를 하고 있다. 지은이는 자녀교육에서 더 이상 아버지가 뒷짐 지고 있는 방관자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조언한다. 아버지의 사회적 경험을 자녀교육에 응용할 때 아이들의 교육효과는 우리가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나타나는 것을 여러 번 경험했기 때문이다. 지은이는 자녀교육에 헌신적인 어머니보다 오히려 '아버지'가 아이의 미래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을 일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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