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사설,칼럼)

[사설] 몸부림치는 민주당, 배부른 한나라당

설경. 2008. 3. 13. 16:14
통합민주당 손학규 대표와 정동영 전 대선후보가 각각 서울 종로와 동작을구 출마를 선언했다. 손 대표의 원래 지역구는 경기도 광명 을구, 정 전 후보는 전주 덕진구였다. 정치인이 지역구를 옮기는 것은 큰 모험이다. 더구나 손 대표가 출마하는 종로 선거구는 한나라당이 연속으로 승리한 지역이다. 두 사람 모두 이런 선택을 한 것엔 나름의 정치적 계산이 있었을 테지만, 당 대표와 전 대선 후보가 낙선의 위험 부담을 감수하고 서울 선거구에 몸을 던진 것은 평가를 받을 것이다.

민주당은 비리 부정 관련으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당의 실력자들을 예외 없이 공천에서 배제하는 결단을 하기도 했다. 텃밭인 호남에서도 대대적 물갈이를 예고하고 있다. 모두가 대선 참패로 위기에 빠진 민주당의 살기 위한 몸부림이다.

한쪽은 이렇게 제 몸을 던지고 제 살을 깎는데 다른 쪽인 한나라당에선 전혀 다른 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선거를 다 이겼다고 생각하는지 경쟁력 있는 후보를 뽑는 것보다 이 계파, 저 계파가 제 사람 살리고 심는 데만 정신이 팔려 있다. 엊그제는 당내 어느 실력자와 가까운 공천심사위원들이 심사를 보이콧해 회의가 파행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 실력자가 지역 여론조사에서 우세한 사람 대신 자기 계파를 심으려다 여의치 않자 생긴 일이라고 한다. 이 실력자의 반대편 계파는 또 그들대로 당 전체의 총선 전략은 제쳐두고 오로지 자기 편이 공천되느냐, 안 되느냐에만 눈에 불을 켜고 있다.


한나라당 공천심사위 회의가 계파 싸움장이 된 것은 총선 뒤에 있을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차지하려는 경쟁 때문이다. 이미 며칠 전에 어느 계파의 돌격대 의원이 자기 보스가 당권을 잡아야 한다고 포문을 열었다. 어느 지역구에서 자기 편이 일단 공천만 받으면 총선에서 당선이 되든 안 되든 당 전당대회에서 그 지역구 대의원들 표를 몰아 올 수 있다. 그래서 후보자의 당선 가능성보다 계파 충성도가 더 중시되고 있다고 한다. 이것은 공천(公薦)이 아니라 사천(私薦)이다.

한나라당이 아무리 공천 물갈이를 많이 한다고 해도 그 빈자리를 계파 졸병(卒兵)들로 메워 나간다면 의미가 없다. 유권자들이 바라는 것은 물갈이 자체가 아니라 의정활동을 제대로 할 사람을 공천하라는 것이다.

지금 한나라당은 "아무리 욕해도 결국 우리를 찍지 누구를 찍겠느냐"는 생각을 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러지 않고서는 이렇게 배부른 모습을 보일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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