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자료

[시사 이슈로 본 논술] 사랑·이해가 없는 국제결혼의 폐해

설경. 2008. 3. 27. 08:23
베트남 신부의 죽음과 우리사회 안의 야만성

베트남 신부의 죽음과 재판부의 애도문

↑ 조선일보 DB

↑ 강방식 동북고 교사·EBS 사고와 논술 강사

꽃다운 나이의 베트남 여성이 한국 으로 시집온 지 2개월밖에 안 되어 한국인 남편으로부터 맞아 죽었다. 이에 한국 법정은 남편에게 중형을 선고했고, 베트남 신부가 죽기 전에 써놓은 일기를 읽으면서 애도의 마음을 전했다. 최근 베트남 신부의 알 수 없는 자살로 베트남인들의 분노를 샀고, 한국인 남편에게 욕설, 폭행을 당하는 사례가 하루가 멀다 하고 보도된다. 심지어 베트남 대사관에서는 베트남 신부들을 잘 대해 달라고 공식적으로 부탁했다. 베트남 언론은 관련 기사를 비중 있게 다루고 있고, 자칫 잘못하면 외교문제로까지 비화될 기미도 있다.
■베트남 처녀들이 한국에 시집오는 이유

2001년에는 베트남 처녀들이 100명 남짓 시집왔지만 2006년에는 1만명을 껑충 뛰어넘었다. 베트남 전쟁 동안 한국군 파병으로 베트남과 악연을 맺었다. 공산국가 베트남이 경제개방을 하면서 한국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베트남에 투자했고 한류 열풍이 베트남을 강타했다. 베트남은 한국을 꿈의 나라 기회의 땅으로 바라봤다.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시아의 가난한 처녀들은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각오로 이국땅에 몸을 던진다. 아기 울음소리가 그치고 폐교가 많아지는 한국의 농촌 현실 속에서 총각들을 장가보내기 위한 고육책으로 외국 여성과의 결혼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돼가고 있다.

■베트남 처녀들이 한국에 적응하지 못하는 이유


국제 결혼건수는 중국인과의 결혼이 베트남인과의 결혼보다 두 세 배가 많으나 다문화가정의 문제가 발생하는 건수는 베트남이 중국 보다 훨씬 많다. 중국인에는 비슷한 문화와 언어를 가진 재중동포가 대부분이라 소통의 문제가 거의 없다. 베트남은 문화와 언어 장벽에 가로막혀 갈등이 많이 발생한다. 작금의 국제결혼중개업은 한국인 남성이 수천 만원의 중개료를 지불하고 단 한 번의 만남만으로 현지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베트남 신부를 데려온다. 사랑과 이해, 관심이 들어간 결혼이 아니라 인신매매에 가까운 사태다. 돈이면 뭐든지 해결할 수 있다는 자본주의의 배금주의 현상이 극에 달한 상황이다. 베트남 처녀에게만 한국에 적응할 것을 강요하고, 한국인 남편과 그 가족은 베트남 문화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려는 자세가 많이 부족하다. 베트남 신부의 죽음을 애도한 재판부는 이를 '우리들 안에 숨어있는 야만성과 우리 사회의 미숙함'이라고 표현했다.

■베트남 처녀들이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기 위한 조건

결혼의 세계화가 가속화되어 2020년에는 다섯 가구 중의 한 가구가 다문화가정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다문화사회에서는 언어소통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상호이해를 바탕으로 한 문화공존이 절실하다. 하지만 한국 사회는 결혼이주 여성에게만 일방적인 통합을 강조하고, 피부색과 출신국에 따라 차별하는 문화 위계의식을 보여준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은 한국의 문화적 폐쇄성 정도를 세계 49개국 중 44위로 평가했다. 백화점에서 물건 고르듯 신부를 고르는 야만성은 불법결혼중개업에 의해 더욱 조장되고, 한국의 지방자치단체는 이를 적극적으로 후원한다. 이에 유엔 인권위원회는 농촌총각 장가보내기 일환의 행정 지원 정책을 폐지할 것을 권고했다. 다문화시대 현실을 립서비스 차원에서 상품으로 포장하는 '미녀들의 수다'식 프로그램보다 따뜻한 사랑을 바탕으로 한 '느낌표! 아시아 아시아' 같은 프로그램이 더 많아져야 한다. 저출산고령화 문제가 심각해지는 가운데 농촌지역에서 다문화가정이 많아지는 것은 국가적으로 생산성 증대와 출산율 상승의 긍정적 효과가 크다. 이 효과를 잘 살려내기 위해서는 물량적이고 단기적인 대책보다는 사회문화적이고 장기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강방식 동북고 교사 EBS 사고와 논술 강사 ]
[ ☞ 모바일 조선일보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