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자료

[영화와 논술] 아스테릭스/'위대한 영웅' 시저, 프랑스 영화에선 조연일 뿐

설경. 2008. 3. 27. 09:03
[영화와 논술] 아스테릭스

'로마인 이야기'로 유명한 시오노 나나미는 '나의 인생은 영화관에서 시작되었다'라는 책에서 율리우스 시저를 '위대한 비범'을 가진 사람이라 칭했다. 평소 자신이 흠모하는 배우 게리 쿠퍼와 외모나 스타일이 비슷하지만 그를 능가하는 역사상 전무후무한 매력남으로 꼽을 정도다. 이처럼 시저는 살아서나 죽어서나 사람들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웅변가요, 카리스마 넘치는 영웅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런 공감대가 어디에서나 통용될까?

↑ 윤희윤 성공회대 강사·'이 영화 함께 볼래' 저자

B.C 1세기, 종횡무진 뻗어 나가던 로마 군대가 북쪽 갈리아 지방에서 갑자기 주춤한다. 막강한 로마 군대의 발목을 잡은 것은 두 명의 영웅과 마법의 묘약. 프랑스 영화 '아스테릭스'의 지리적 배경은 로마 제국에 끈질기게 저항해 시저 입장에선 골칫거리였던 갈리아 마을이다. 갈리아 지역은 지금의 프랑스와 벨기에 지역을 말한다.

영화의 주인공은 마법의 묘약으로 시저의 로마군을 번번이 물리치는 갈리아의 영웅 아스테릭스(크리스티앙 클라비에 분)와 오벨릭스(제라르 드 빠르디유 분), 그리고 갈리아 마을 사람들이다. 시저는 갈리아 영웅들의 지혜와 용기를 빛내주는 조연으로 등장할 뿐이다. 자신의 부하였지만, 뒤에서는 음모를 꿈꾸는 배신자 데트리투스(로베르토 베니니 분)보다도 비중이 적은 존재로 등장한다. 왜 그렇게 보이는 걸까?


갈리아를 점령하고 총독으로 부임한 시저는 로마인에겐 영웅이지만 지배를 당한 갈리아 인(프랑스인)의 입장에서는 침략의 원흉 아니었을까? 1905년 초대 통감으로 부임해 한일합병을 추진한 이토 히로부미의 경우도 일본 사람들에겐 메이지유신을 발전시키고 근대 법제도와 정치의 틀을 닦은 위인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정반대의 평가가 이루어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또한 1999년에 만들어진 영화 '아스테릭스'는 1959년부터 연재를 시작한 프랑스의 국민 만화를 원작으로 했다는 점, 영화의 원제가 '시저에 대항한 아스테릭스와 오벨릭스(Asterix et Obelix contre C?sar)'라는 것도 하나의 답이 될 수 있다. 원제를 보는 순간 영화가 지향하는 이야기의 색깔, 주제가 느껴지지 않는가? 물론 영화 속 영웅은 프랑스가 열망하는 갈리아 영웅의 이미지를 담아냈을 뿐 역사 그 자체는 아니다. 과장된 캐릭터와 코미디적인 구성, 현란한 CG로 인해 웃고 즐기는 가운데 역사의 단면을 읽을 수 있는 오락 영화이자 역사를 왜곡했기에 더욱 역사의 의미를 곱씹을 수 있는 영화다. 결국 역사(歷史)란 말 그대로 '지나온 일'이자 '후대 사람들이 하는 기록'이라는 사실, 따라서 역사란 현재의 관점에 따라 똑같은 사실 혹은 한 인물을 두고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는 점을 일깨운다.

무엇보다 영화 '아스테릭스'의 미덕은 '승자 중심의 역사''영웅 위주의 역사관'에 대해 색다른 관심을 유도해낸 점이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사관(史觀)이란 것이 사관(史官, 역사가 혹은 현대의 감독)에 의해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를 웅변하는 텍스트로 꼽힌다.

■더 생각해볼 거리

①시저는 고대 로마의 위대한 영웅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아스테릭스'에서는 이빨 빠진 호랑이의 모습처럼 우스꽝스럽게 등장한다. 왜 그런 모습으로 등장하는지 그 이유를 생각해보자.

②만일 여러분에게 마법의 약을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떤 효과가 있는 묘약을 만들 것인지 또 왜 그런 약을 만들고 싶은지 그 이유를 설명해보자.

[윤희윤 성공회대 강사·'이 영화 함께 볼래' 저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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