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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대학생·주부 … ‘로스쿨 시험 전쟁’시작됐다

설경. 2008. 4. 15. 11:52
[중앙일보 백일현]
중소기업에서 7년간 일해온 김모(33)씨는 지난달 25일 회사를 그만뒀다. 요즘 김씨는 하루에 7~8시간씩 8월에 있을 법학적성시험(LEET) 준비를 하고 있다. 김씨는 "미래가 보이지 않고 조직생활로 소모되는 느낌이 들어 직장을 그만뒀다"며 "전문성을 갖춘 직업을 생각하다 로스쿨을 준비하게 됐다"고 말했다.

3년간 컨설팅 회사를 다닌 하모(29·여)씨도 지난달 사표를 냈다. 하씨는 "동료들은 컨설턴트도 변호사 못지않게 돈을 버는데 왜 고생하려 하느냐고 말렸다"며 "하지만 경력을 쌓은 뒤 혼자 개업할 수 있는 변호사의 길을 선택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하씨는 15일부터 시댁이 있는 제주도로 내려가 로스쿨 공부에 전념할 계획이다.

내년에 개교하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준비 열기가 뜨겁다. LEET가 8월로 다가오면서 직장을 그만두는 이들이 속출하고 있다. 대학들은 로스쿨 준비반을 만들고, 대입 논술학원들도 로스쿨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로스쿨 준비반 오세요"=영남대는 지난달 28일부터 이 학교 졸업생과 졸업 예정자를 대상으로 '로스쿨 준비반'을 모집하고 있다. 학교 측은 준비반에 LEET 관련 교재와 전문강사 특강, 학내 고시원 숙식을 무료로 제공한다. 지도를 맡은 성도경(행정학과) 교수는 "본교 학생들의 로스쿨 합격률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며 "학점과 토익 점수 기준이 높은데도 25명이 지원했고 문의도 많이 온다"고 전했다.

성균관대도 로스쿨 준비반을 운영한다. 14~16일 신청을 받고 20일에는 LEET 모의고사를 치른 뒤 세 자릿수의 학생을 선발한다. 이 학교 경력개발센터 직원 박현씨는 "취업이나 공직 시험을 지원하듯 로스쿨 준비생을 학교가 돕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제주대는 사설학원이 운영하는 LEET 동영상 강좌 수강료 일정액(잠정:50%)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신촌은 로스쿨 학원 제3 거점=13일 오후 8시 서울 신촌의 A학원. 일요일인데도 30여 명의 학생이 수업을 듣거나 자습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이곳에서 만난 박모(28·여)씨는 "직장에 다니느라 주말을 이용해 오후 1시부터 10시까지 공부한다"며 "학원비가 비싸 혼자 공부하는 동료들도 많다"고 말했다. 같은 날 오후 9시. 서울 강남역의 B학원에서도 30여 명의 학생이 추리논증 수업을 듣고 있었다. 대학 4학년 김모(27)씨는 "시험이 얼마 안 남아 대학을 휴학했다"며 "한 달에 65만원씩 학원비를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원가에는 7일 각 대학이 로스쿨 입학전형을 발표한 이후 문의전화가 끊이지 않고 있다. 강남 B학원은 전형 발표 전 하루 10건이던 문의전화가 20~30건으로 늘었다. 강남의 또 다른 C학원도 관련 문의가 10% 이상 증가했다.

학원 수도 늘고 있다. 서울의 경우 신림동(4곳)·강남역(7곳)에 이어 신촌(5곳)에도 '로스쿨 학원'이 생겼다. 특히 신촌은 4월에만 3곳이 생겼다. A학원 관계자는 "여의도와 일산 등 강북 직장인 수요 때문에 신촌이 제3의 거점이 돼 가고 있다"고 전했다. 대입 논술학원들도 대입 정시모집에서 논술 비중이 줄어들자 로스쿨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 로스쿨 인터넷 카페 운영자인 신민영(31)씨는 "최근 10여 곳의 대입 논술학원에서 로스쿨 학원으로 전환하니 카페에서 홍보해도 되는지 문의해 왔다"고 전했다.

학원가에서는 학원생이 많아야 3000여 명 정도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강남 C학원 관계자는 "로스쿨 준비생이 2만여 명, 로스쿨 시장이 1000억원대로 추산돼 여러 학원이 뛰어들었지만 대부분 적자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로스쿨이 처음 도입되기 때문에 학원에 노하우가 없다는 것도 수험생들이 학원을 피하는 이유 중 하나다. 이 때문에 스터디그룹을 꾸릴 수 있는 인터넷 카페에 가입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포털사이트 '다음'에 있는 '서울대 로스쿨 입시 연구회'의 회원 수는 2만1000여 명, '로스쿨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모임'은 1만7000여 명에 이른다.

백일현 기자 < keysme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