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자료

논술에 강한 수학

설경. 2008. 4. 15. 12:35
[동아일보]
뜻밖에 찾아온 10번의 소개팅 찬스
몇번째 만남 이후 결정해야
가장 맘에 드는 이성 만날까
"띠리리리∼띠리리리∼."

늦은 밤 갑작스러운 친구의 전화. 친구는 흥분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꺼냈다. 다음 주부터 열흘간 매일 한 번씩 10번의 소개팅이 잡혔는데 꼭 애인을 만들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 친구는 성격상 한번 마음을 정하면 그 이후론 소개팅에 나가지 않겠다고 했다. 10번의 소개팅이 잡혀 있지만, 처음 만난 사람이 마음에 들면 그 이후로는 소개팅을 안 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였다. 첫 번째 만난 사람으로 딱 정하기에는 남은 9번의 소개팅이 아쉽기도 하단다. '수학적으로 어떻게 해야 가장 맘에 드는 이성을 사귈 수 있을까?'

10번의 소개팅이 순서대로 정해져 있다. 소개팅 자리에서 마음의 결정을 하면 결국 그 사람과 사귈 수 있다(현실과는 다를 수 있다). 그 이후의 소개팅은 모두 취소된다. 또한 새로운 소개팅을 하면 그 이전의 상대와는 사귈 수 없다. 따라서 10명 중 가장 좋은 이성과 사귀기 위해서는 첫 번째 사람이 마음에 든다고 결정하면 나머지 9번의 소개팅이 아쉽기 때문에 몇 번의 소개팅에서는 마음의 결정을 안 한다고 결심하고 시쳇말로 '물을 봐야' 한다. 어느 정도 기준을 정한 뒤부터는 그 기준보다 좋으면 마음의 결정을 하는 것이다. 물론 첫 번째 상대에게 마음의 결정을 내릴 수도 있다.

몇 번째 소개팅 이후부터 마음의 결정을 내릴 각오를 해야 10명 중 가장 좋은 이성과 사귈 수 있을까?

어찌 보면 수학문제 같지 않다. 당혹스럽고 손도 대기 힘든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 문제의 해결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건 문제 자체가 어려워서라기보다는 처음 접하는 유형이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 한 가지를 소개한다.

○ 단순화
도대체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난감할 정도로 머리 속이 복잡하다면 무엇 때문에 문제가 복잡한지를 우선 생각해 보라. '10번'이라는 숫자가 머리를 뒤엉키게 만드는 요인일 것이다. 문제가 복잡하게 느껴지는 근본 원인을 찾아낸 다음 이를 단순화해서 분석하는 방법이 바로 '단순화'다.

자, 문제를 단순화해 보자. 한 번의 소개팅이 잡혀 있다면 친구에게 부탁할 이유가 없다. 그렇다면 다시 문제를 조금 복잡하게 만들어 보자. 두 번의 소개팅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두 명 중 좀 더 나은 이성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 이성을 A, 다른 이성을 B라 하자. 두 번의 소개팅에 나오는 순서는 두 가지(A-B, B-A) 뿐이다. 얼마나 단순명료한가! 두 번의 소개팅만을 가정하면 문제의 본질에 접근하기 힘들다.

이제 문제를 본격적으로 복잡하게 만들어 보자. 세 번의 소개팅이 정해져 있다면 어떻게 되는가? 가장 나은 이성부터 차례로 A, B, C라 하면 세 명의 소개팅 순번은 다음의 표처럼 6가지가 있다.

첫 번째 소개팅에서 마음의 결정을 한다면(즉, 기준을 만들지 않고) A와 사귈 확률은 1/3 (표에서 순번①, 순번②), 두 번째 소개팅부터 마음의 각오를 한다면 A를 사귈 확률은 1/2(순번⑥의 경우에는 C라는 기준이 있기 때문에 두 번째 소개팅에서 B를 만나면 C보다 좋기 때문에 마음의 결정을 하여 A를 만나지 못한다. 따라서 순번③, 순번④, 순번⑤), 세 번째 소개팅부터 마음의 각오를 한다면 A를 사귈 확률은 1/3 (순번④, 순번⑥)이다. 따라서 첫 번째 소개팅에서 마음의 결정을 하지 말고, 두 번째 소개팅 이후부터 기준(첫 번째 소개팅한 이성)보다 좋으면 바로 마음의 결정을 해야 A를 사귈 확률을 가장 높일 수 있다.

이렇게 문제를 단순화하여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면 원래 문제인 '10번의 소개팅'은 계산은 단지 복잡할 뿐이지 손도 못 댈 문제는 아니다. 10번의 경우에는 계산에 많은 시간이 걸리므로 '5번의 소개팅' 정도의 난도로 연습해 보길 바란다.

안성환 ㈜엘림에듀 집필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