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자료

[토론해 봅시다]교수의 현실 정치 참여 바람직한가?

설경. 2008. 4. 15. 12:42
[동아일보]
현실정치 문제점 개선에 학문적 성취 적용 바람직
vs
권력 줄서기인 경우 허다 연구-강의 본업 충실해야
○ 배경
선거의 계절이 끝났다. 18대 국회의원 총선이 끝나면서 각 당과 정치인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고 있다. 이번 총선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60명이 넘는 교수 출신 총선 출마자의 거취 문제다.

선거철만 되면 대학 사회는 관직과 국회에 진출하려는 '폴리페서(polifessor)'들로 몸살을 앓는다. '폴리페서'란 '정치(politics)'와 '교수(professor)'의 합성어다. 적극적으로 현실 정치에 뛰어들어 자신의 학문적 성취를 정책으로 연결하거나 정관계 고위직을 얻으려는 교수를 가리키는 한국적 용어다.

일부 대학에서는 교수들의 선거 출마가 대학 사회에 큰 부담을 준다며 비판적으로 바라보거나 복직을 엄격히 제한하는 윤리 규정을 만들자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했다.

교수직이란 '보험'을 배경으로 '금배지'(국회의원임을 표시하는 배지)에 도전해 양손에 떡을 쥐려는 폴리페서들의 행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교수직의 기득권을 이용해 정치인의 욕망을 충족시키려는 부정적인 행위로 볼 것인지, 전문 지식인의 사회 참여로 사회 발전에 도움이 되는 행위로 볼 것인지 찬반 양론의 입장에서 고루 생각해 보자.

▶찬성 논거
학문은 현실적 효용성을 가질 때 더 큰 의미를 가진다. 한 사회의 학문적 성취를 집약하는 대학교수가 현실 정치 개선에 참여하는 것은 그런 의미에서 바람직한 일이다. 국가를 운영할 전문적 엘리트를 충원하여 사회 발전에도 유익하다. 플라톤은 '국가론'에서 이상 국가를 위해서 '지혜롭고 유덕한 자의 통치'가 필요하다고 했는데, 이를 현실적으로 실현할 방법이 도덕적이고 전문적인 학자들을 정치에 참여시키는 것이다.

물론, 학생들에게 돌아갈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무분별한 정치 참여로 학자적 양심과 학문적 본업을 등한시하는 병폐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 기준이 모호하거나 주관적인 경우가 많다.

중국 춘추시대의 공자나 조선 시대 유학자들이 개인의 인격과 학문의 완성을 통해 현실 정치에 참여할 것을 꿈꿨던 것처럼 교수들의 정치 참여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갈 때까지 지켜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반대 논거
교수들의 정치 참여는 정치 신념과 무관한 권력 줄서기인 경우가 허다하다. 학문적 성과를 내기보다는 정치적 줄 대기를 통해 자신의 위상을 높이려고 하는 교수들을 많이 볼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피해는 고스란히 대학과 학생들에게 돌아간다.

교수는 학문이라는 본업에 충실할 때 비로소 존재의 의미를 갖는다. 학자가 학문적 성취를 통해 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것은 기본 전제이기 때문이다. 학문을 연구하려면 세계와 사회에 대해 비판과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교수들이 현실 정치에 직접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지식과 지식인이 권력을 좇아 세상과 만나는 일은 당사자는 물론 우리 사회 전체를 병들게 할 것이다. 학문하는 교수에게 있어 정치는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가까이할 수도 멀리할 수도 없음)'이다.

○ 핵심 찌르기
대학 교수에게는 '휴직'이라는 비교적 자유로운 안전장치가 있다. 다른 공직자들은 선거일 60∼120일 전에 사퇴해야 하지만, 교수직만은 예외다. 그러니 출마해서 당선되면 휴직을 하고, 낙선을 하면 다시 교수직을 맡는 실정이다. 강의를 개설해 놓고 그 피해는 학생이 고스란히 짊어져야 하는 구조다. 이 주제를 분석하려면 폴리페서가 양산되는 원인인 제도적인 허점을 살필 수 있어야 한다. 대학이 윤리 규정을 마련하거나 법제적 접근을 해야 한다고 짚어낼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또한, 한발 더 나아가 우리 사회에서 교수직이 갖는 특권을 문제 삼을 수도 있다. 한국에서 교수직은 시간강사라는 약자들의 헌신 위에서 유지되고 있다. 강의의 40%를 책임지는 강사들이 받는 신분적·사회적 처우와 비교할 때 교수들이 갖는 특권은 문제가 될 만하다. 대학교수가 자신의 직업적 선택의 자유를 위해 정계에 나아가고자 한다면, 신분을 정리하는 것이 마땅하다. 교수직을 보험 정도로 생각하고 자리에 연연하는 것은 대학과 학문의 발전, 후진 양성에도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 논술 쓰기
인간의 행위는 네 가지 정도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다. △칭송받을 만한 행위 △허용 가능한 행위 △의무적인 행위 △금지된 행위가 그것이다. 이 중 '칭송받을 만한 행위'와 '허용 가능한 행위'를 구분하는 데는 더욱 정밀한 윤리적 고려가 필요하다. 교수의 정치 참여 문제도 이 둘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 생각해보는 과정에서 사고를 확장시키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우리는 학자적 양심과 전문적 지식을 갖추고 있는 교수가 현실 정치를 위해 헌신할 것을 기대한다. 그러나 소신 없이 지식으로 권력을 탐하는 현실을 발견하곤 한다. 폴리페서의 정당성 문제는 이처럼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고민해볼 수 있는 색다른 주제다.

교수의 정치 참여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면서 현실 문제에 다각적으로 접근해 보자. '교수의 사회적 책임'과 '학문의 사회적 기여'가 무엇을 뜻하는지, 학문이 정치적 논리에 의해 도구화되고 독립성이 훼손되지 않을지에 대해 고민하고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보자.

○ 관련 문제
―고대 그리스와 중국의 정치 형태에 관한 글에 근거하여 고대 그리스인의 문화적 전통이 갖고 있던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답안지 8줄(176∼200자) 분량으로 기술하시오.

―개인주의와 지역주의가 팽배해 있는 우리 사회가 고대 중국인으로부터 배워야 할 점으로 어떤 것이 있는지, 위 글에 근거하여 답안지 10줄(226∼250자) 분량으로 논의하시오. [중앙대 2005학년도 수시 논술]

권윤호 경기 용인 풍덕고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