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질의 교육 공급"… "학교의 학원화" 반발 클듯 우수반 대신 영어·수학 등 수준별 수업 확대키로
서울시교육청이 24일 발표한 '학교 자율화 세부 추진계획'의 취지는 학교 운영 전반에 대한 학교장의 권한을 확대한다는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 서울지역 일선 학교의 '방과후 학교'에서 학원 강사가 수업을 하는 모습을 보게 되는 등 적지 않은 변화가 일 것으로 예상된다. 학생들이 원하는 교육을 받게 하고, 교사들에게는 경쟁을 유도하겠다는 취지가 담겨 있다. 하지만 우수반 편성과 0교시 수업 등 교육적 목적에 맞지 않는다고 판단되는 사안은 금지했다고 시 교육청은 설명했다.
◆방과후 학교, 사교육 업체 진출 가능
이번 조치로 학교 현장에 불어 닥칠 가장 큰 변화는 방과후 학교다. 시 교육청은 '영리단체의 강사가 학교에서 가르칠 수 없다'는 내용의 '방과후 학교 운영 지침'을 일선 학교에 내려 보낸 바 있다. 이런 규제 때문에 학원 소속 강사가 아닌 프리랜서 강사만이 방과후 학교에 참여할 수 있었고, 실제 방과후 학교에서 외부 강사를 초빙하는 경우는 7%에 머물렀다.
그러나 앞으로 학원 등 영리업체들은 강좌별 공개 입찰을 통해 학교의 방과후 학교에 참여할 수 있다. 교과과정정책과 김성기 과장은 "학교는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자문)를 거쳐 A업체의 국어 문학, B업체의 실용 영어 등 강좌별로 업체와 계약할 수 있다"며 "한 업체에서 여러 강좌를 진행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 교육청은 특정 업체가 방과후 학교 전체 수업을 위탁 운영하는 것은 금지하며, 업체들의 가격 담합이나 입찰 과정에서의 비리도 엄하게 다스린다는 입장이다.
또, 초등학교 방과후 학교의 경우 기존에는 피아노나 컴퓨터 등 특기적성에 한정됐지만 앞으로는 국어·영어 등 교과수업까지 할 수 있게 된다.
◆"양질의 교육" "학교의 사교육화" 기대-우려 교차
방과후 학교에 사교육 업체들이 참여하면, 가격 경쟁이 이뤄져 학생들은 양질의 교육을 저렴한 가격에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 교육당국의 설명이다. 또 강좌를 선택할 때 학부모·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게 되므로 교육 수요자의 선택권을 보장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방과후 학교를 사교육 업체에 개방하는 결정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대다수 교사들은 "학교를 사교육 시장에 내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서울 강남의 한 고교 교장은 "학생들이 교사와 강사를 비교하려 할 테고, 이로 인한 마찰도 발생할 것"이라며 "학생·학부모가 원해도 교사들의 반발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특히 사교육 업체끼리 가격경쟁을 한다 해도 비용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는 비판도 있다. 한 사교육 업체 관계자는 "학원에서 월 1000만원 받는 유명 강사가 몇십만 원 받고 학교에서 강의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결국 업체들은 저(低)비용으로 방과후 학교용 강의를 구성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수업의 질이 떨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우수반 편성과 0교시 수업 금지
시 교육청은 학과 총점으로 정하는 우수반 편성은 금지하는 대신 현재 영어·수학에 한정된 수준별 이동수업을 활성화하기로 했다. 어떤 과목을 수준별로 가르칠지, 몇 개 수준으로 수업을 나눠 구성할지는 학교 자율에 맡긴다.
정규수업 이전에 이뤄지는 '0교시 수업'도 금지되나 0교시 자율학습은 가능하다. 정규수업 이후에 실시되는 방과후 학교 수업의 경우 너무 늦은 시간까지 운영하는 것은 자제하도록 할 방침이다.
김경회 서울시부교육감은 "우수반이나 0교시 수업 금지 지침을 어기는 학교에 대해서는 재정지원을 줄이는 등 엄중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남인 기자 kni@chosun.com ]
[오윤희 기자 oyounhee@chosun.com ]
[ ☞ 모바일 조선일보 바로가기
◆방과후 학교, 사교육 업체 진출 가능
이번 조치로 학교 현장에 불어 닥칠 가장 큰 변화는 방과후 학교다. 시 교육청은 '영리단체의 강사가 학교에서 가르칠 수 없다'는 내용의 '방과후 학교 운영 지침'을 일선 학교에 내려 보낸 바 있다. 이런 규제 때문에 학원 소속 강사가 아닌 프리랜서 강사만이 방과후 학교에 참여할 수 있었고, 실제 방과후 학교에서 외부 강사를 초빙하는 경우는 7%에 머물렀다.
그러나 앞으로 학원 등 영리업체들은 강좌별 공개 입찰을 통해 학교의 방과후 학교에 참여할 수 있다. 교과과정정책과 김성기 과장은 "학교는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자문)를 거쳐 A업체의 국어 문학, B업체의 실용 영어 등 강좌별로 업체와 계약할 수 있다"며 "한 업체에서 여러 강좌를 진행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 교육청은 특정 업체가 방과후 학교 전체 수업을 위탁 운영하는 것은 금지하며, 업체들의 가격 담합이나 입찰 과정에서의 비리도 엄하게 다스린다는 입장이다.
또, 초등학교 방과후 학교의 경우 기존에는 피아노나 컴퓨터 등 특기적성에 한정됐지만 앞으로는 국어·영어 등 교과수업까지 할 수 있게 된다.
◆"양질의 교육" "학교의 사교육화" 기대-우려 교차
방과후 학교에 사교육 업체들이 참여하면, 가격 경쟁이 이뤄져 학생들은 양질의 교육을 저렴한 가격에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 교육당국의 설명이다. 또 강좌를 선택할 때 학부모·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게 되므로 교육 수요자의 선택권을 보장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방과후 학교를 사교육 업체에 개방하는 결정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대다수 교사들은 "학교를 사교육 시장에 내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서울 강남의 한 고교 교장은 "학생들이 교사와 강사를 비교하려 할 테고, 이로 인한 마찰도 발생할 것"이라며 "학생·학부모가 원해도 교사들의 반발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특히 사교육 업체끼리 가격경쟁을 한다 해도 비용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는 비판도 있다. 한 사교육 업체 관계자는 "학원에서 월 1000만원 받는 유명 강사가 몇십만 원 받고 학교에서 강의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결국 업체들은 저(低)비용으로 방과후 학교용 강의를 구성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수업의 질이 떨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우수반 편성과 0교시 수업 금지
시 교육청은 학과 총점으로 정하는 우수반 편성은 금지하는 대신 현재 영어·수학에 한정된 수준별 이동수업을 활성화하기로 했다. 어떤 과목을 수준별로 가르칠지, 몇 개 수준으로 수업을 나눠 구성할지는 학교 자율에 맡긴다.
정규수업 이전에 이뤄지는 '0교시 수업'도 금지되나 0교시 자율학습은 가능하다. 정규수업 이후에 실시되는 방과후 학교 수업의 경우 너무 늦은 시간까지 운영하는 것은 자제하도록 할 방침이다.
김경회 서울시부교육감은 "우수반이나 0교시 수업 금지 지침을 어기는 학교에 대해서는 재정지원을 줄이는 등 엄중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남인 기자 kni@chosun.com ]
[오윤희 기자 oyounhee@chosun.com ]
[ ☞ 모바일 조선일보 바로가기
'교육뉴스' 카테고리의 다른 글
IEWC 대회 평가 어떻게 하나 <下> (0) | 2008.04.29 |
---|---|
이공계ㆍ경찰…여학생들 도전하세요 (0) | 2008.04.29 |
영어회화 '나홀로 공부' 뜬다 (0) | 2008.04.24 |
1000만원대 '스쿨 컨설팅' 성행 (0) | 2008.04.24 |
우수반도 노력반도 “맞춤수업 좋아요” (0) | 2008.04.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