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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싸! 명문 동아리 ① 청심국제고

설경. 2008. 4. 29. 15:20
[중앙일보 프리미엄 최은혜 기자] '잘 노는 학생이 공부도 잘한다'고 했다. 그런데 이제는 '노는 것도 실력이다'는 말이 통할 것 같다. 요즘의 인재는 학업 성적 뿐 아니라 봉사 활동, 과외 활동 등 지덕체를 겸비한 사람이다. 공부는 물론 동아리 활동에도 열정을 아끼지 않는, 진짜 명문 학생들. 그들의 '명문 동아리'를 중앙일보 프리미엄이 차례로 찾아가 본다.

"운동짱, 공부짱… 꿈은 이뤄진다"
2006년 말, 청심국제고 1학년이던 김민지·최효정 양은 함께 영화 '브링 잇 온(Bring it on)'을 보며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와, 멋지다." "정말. 그런데 왜 우리나라엔 저런 치어리더 클럽이 없지?" 둘은 얼굴을 마주봤다. 눈빛이 같은 말을 하고 있었다. "우리가 만들어 볼까?" 그렇게 결성된 동아리, 'Cheeritz'. The Cheerleading Worlds 대회 참가를 위해 미국으로의 출국을 이틀 앞둔 지난 21일, 그들을 만나 우여곡절 많았던 그간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효정양과 민지양은 처음 치어리더 클럽 결성을 마음먹은 뒤 학생들을 찾아다니며 가입을 권했다. 그러나 대부분 치어리딩을 그저 여학생들의 율동 정도로 여겨 듣는 둥 마는 둥이었다. 둘은 포기하지 않았다.

치어리딩의 본고장 미국에서는 이를 스포츠 종목과 같이 인식하며, 팀의 사기를 북돋는 일을 뜻있게 생각한다는 것, 국제대회에 참가하면 미 대학 진학 시 유용한 경력이 된다는 '회유책'과 공부 스트레스가 확 풀린다는 '유혹' 등 여러 근거를 대며 일대일 설득을 해나갔다. 현재는 국제중학교 3학년을 포함해 여학생 20명이 모이게 됐다.

막상 연습을 하려니 어디서부터 해야 할지를 몰랐다. 궁여지책으로 영화·동영상 등을 보면서 동작을 연습했다. 지도받을 코치도, 마땅한 대회도 없는 것이 현실이었다.

한국 대표로 국제대회 참가

그러던 중 지난해 10월 개최된 제8회 한성백제문화제 청소년 동아리 경연대회에 참가하게 됐다. 스스로 안무를 짜고 발레학원에서 연습해 당당히 4위, 인기상을 받았다.

좋은 소식은 또 있었다. 참가 신청 메일을 보냈던 국제치어리더대회연맹(The International All Star Federation)에서 연락이 온 것. 연맹에서 주최하는 'The Cheerleading Worlds' 대회에 참가해도 좋다고 했다. 드디어 큰 대회에 나가게 됐다는 사실에 모두 기뻤다. 학교로부터 코치 강습료 지원도 약속받았다. 효정양은 "처음엔 마냥 좋았는데, 알고보니 세계 최대 규모 대회고 우리가 '한국 대표'가 된다는 얘기에 부담스럽기도 했다"며 "하지만 어렵게 얻은 기회였기에 주저하고 있을 겨를이 없었다"고 말했다.

스폰서·코치 구하느라 애먹어

넘어야 할 산은 남아있었다. 스폰서를 구하려 백방으로 알아봤지만 쉽지 않았다. 호텔, 스포츠용품 업체, 항공사 등 20여 군데를 직접 찾아다녔다. 다행히 두 곳에서 후원을 해줘 8명이 미국행 비행기를 탈 수 있게 됐다. 경비가 넉넉하지 못해 후배들에게 자리를 양보한 3학년 김청아양은 "함께 가지 못해 많이 아쉽다"며 "대신 참가한 후배들이 잘 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체계적인 연습을 위한 코치 섭외도 문제였다. 미국의 치어리더 협회에 코치 파견을 요청했는데 미심쩍었는지 계속 핑계를 대며 일정을 미뤘다. 수십 통의 메일과 국제전화를 하고 초빙 코치를 위한 비행기 표까지 제안했지만 묵묵부답.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어 인터넷을 통해 코칭 경험이 풍부한 사람을 직접 알아봤다. 우여곡절 끝에 크렉(Craig Callaway)씨가 입국했다.

그는 "사실 강습 요청을 받고 미 치어리더 협회 측에 확인 전화를 했다. 클럽의 존재 여부조차 확신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동료들은 한국을 북한과 착각해 '위험하다'며 가지 말라고 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아이들을 실제로 만나보니 열의가 대단해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웃었다.

남학생 영입, 다양한 활동 펼칠 터

김숙영 지도교사는 "어려운 일이 참 많았는데 모든 과정을 아이들 스스로의 힘으로 해결했다"며 "무척 기특하고, 앞으로 어떤 일을 하든 이번 경험이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며 흐뭇해 했다.

효정양은 "사실 이번 대회는 일정이 촉박해 내년을 기약하자는 의견도 있었다"며 "그러나 일단 경력이 생겨야 앞으로 기반을 잡을 수 있을 것 같아 무리해서라도 참가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효정양은 고3 학생들을 대신한 중3 후배들을 이끌고 미 대회에 참가를 신청했다.

국제중 3학년 최지운양은 "1년 전 미국에서의 학교생활을 마무리하며 치어리더 캠프에 참가했었는데 무척 재밌었다"며 "다행히 한국에서도 치어리더 클럽 활동을 할 수 있게 돼 정말 좋다"고 말했다. 크렉 코치는 "앞으로 15~20년 뒤 치어리딩이 올림픽 종목으로 채택되는 것을 목표로 많은 관계자들이 힘쓰고 있다"며 "한국에도 많은 치어리더 클럽이 생겨 선의의 경쟁을 통해 발전해 나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Cheeritz는 앞으로 갈 길이 멀다. 하지만 그만큼 꿈도 많은 동아리다. 김 교사는 "가입하고 싶다는 남학생도 생겼다. 사실 그동안 여학생들뿐이어서 들어 올리는 동작이 어려웠던 게 사실이다"며 "내년에는 남학생도 영입해 더욱 고난도의 동작을 선보일 생각이다"고 밝혔다. 3학년 김수민양은 "우리 얘기를 들은 한미상공회의소가 공연 초청을 했다. 앞으로 다양한 교내외 행사에 참여해 활동할 것"이라며 기대에 가득 찬 표정이었다.

☞The Cheerleading Worlds 대회

미국 치어리더연맹이 주최하는 세계 최대 규모 치어리딩 대회. 미국 내 대회와 국제 대회로 나눠 진행된다. 전세계에서 각 국가를 대표하여 3팀씩만 참가할 수 있다. 2008년 대회

는 25~28일 개최.
프리미엄 최은혜 기자 < ehchoi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