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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아이 전주 상산고(자립형사립고)보낸 최순규씨 부부

설경. 2008. 5. 14. 20:42
"학교수업과 독서가 우선…아이만의 특별한 능력 믿었어요"

↑ 최순규·김현희씨 부부는 '부모가 흔들리지 않는 교육관을 세우고, 자녀와 신뢰를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사진=하재성 기자heophoto@chosun.com

최순규(51)·김현희(50)씨 부부는 전주고를 졸업한 첫째 최용준(23·성균관대 법대2)씨를 제외하고 서희(21·중앙대 약대2)씨, 용범(20·연세대 법대2)씨, 용욱(16·상산고1)군 등 세 자녀를 모두 자립형사립고인 전주 상산고에 보냈다. 둘째인 서희씨가 상산고 1회 졸업생. 최씨 부부는 세 자녀를 상산고에 보낸 이유를 "내신 불이익을 겪는 단점이 있지만 잘 짜인 커리큘럼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상위권 아이들끼리 서로 경쟁하면서 함께 성장하는 모습에 마음이 끌렸다고 한다.

자녀 교육, 아빠도 반드시 동참해야


아버지 최씨는 아이들이 태어나기 전부터 교육을 투자 1순위로 꼽았다. 아내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아이들이 가치관과 인생관을 정립하는 데 자신이 길잡이 노릇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자녀와 대화시간을 많이 만든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그는 "드라마, 뉴스, 신문 등 주위의 모든 것이 교재가 된다"며 "아이들과 함께 보면서 세상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그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자주 이야기해 줬다"고 말했다.

어릴 때부터 대화가 많았던 만큼 자녀와의 신뢰도 두텁다. 아이들은 아버지 말이라면 '절대 진리'로 생각할 정도다. 강요한 적이 없는데도 변호사인 아버지를 닮아 두 자녀가 법학을 전공하고 있고, 막내인 용욱군도 장차 로스쿨에 진학할 생각이다. 어머니 김씨는 "용욱이에게는 과학고에 진학하라고 넌지시 권해봤지만 소용이 없었다"며 "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결혼 전 교직생활을 했던 김씨의 교육관도 특별했다. 네 아이를 키우면서 조기교육이나 사교육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한글도 아이들이 스스로 깨칠 때까지 기다렸다. 한글을 술술 읽는 옆집 아이와 자꾸 비교하게 될까봐 아파트 단지 내의 또래 엄마들과도 일부러 어울리지 않았다. 학원에 보내지 않는 대신 아이들을 전부 데리고 놀이터에서 신나게 뛰어노는 것이 하루 일과였다. 김씨는 "자기 아이보다 뛰어난 아이를 보면 부모로서 욕심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며 "엄마가 욕심을 버리고 흔들리지 않는 교육관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심화학습, 어려운 문제집 풀기보다 관련 책 읽게 해

최씨 부부는 사교육의 힘을 거의 빌리지 않았다. 다만 셋째 용범씨와 막내인 용욱군을 초등 4학년 때부터 동네 수학학원에 보냈다. "좋아하는 수학 공부를 마음껏 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란다. 무엇보다 '학교 수업'과 '독서'를 우선시했다. 무리하게 선행학습 욕심을 낸 적도 없다. 그저 학교 진도에 맞춰 예습과 복습, 심화학습을 도운 것이 전부다. '자녀를 믿어야 한다'면서 간섭하고 지시하며 조급해하는 여느 부모들과 달랐다.

평범한 진리지만, 아이들 곁에 책을 가까이 두게 한 것은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동화책에서 단편소설, 문학전집, 위인전, 수학 및 과학 분야를 다룬 책 등 다양한 장르를 섭렵했다. 어머니 김씨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장르의 책을 골라주며 깊이와 안목을 키우게 했다.

막내 용욱군의 경우는 수학과 과학 분야의 책을 많이 읽었다. '수학귀신'이나 '과학콘서트'처럼 기본 개념이나 원리를 재미있게 풀어서 쓴 책을 주로 읽었다. 용욱군은 "교과 심화학습을 하거나 어려운 개념과 원리를 풀 때 까다로운 문제집보다 관련 책을 읽고 도움을 받은 경우가 많다"며 "독서가 배경지식이 돼 실마리를 제공했다"고 말했다.

아이 스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기다려줘야

막내인 용욱군은 유난히 발달이 늦은 아이였다. 7살이 될 때까지 말을 잘 하지 못했고, 글을 깨치는 것도 늦었다. 주변에서는 걱정이 많았지만, 어머니 김씨는 달랐다. 아이를 가만히 관찰한 결과, 밖으로 표현하지 못할 뿐 깊이 있게 생각하고 창의력과 집중력이 남다르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용욱군은 지금도 생각이 완성되지 않으면 절대 입 밖으로 꺼내지 않는 성격이다. 초등학교 때는 일기 한 편을 쓰는 데 두 시간씩 고민하기 일쑤였다고 한다. 그 모습이 답답하고 속상할 때도 있었지만, 김씨는 재촉하거나 강제로 마음을 끌어내려 애쓰지 않았다. 자기만의 생각을 쌓을 수 있도록 인내심을 갖고 기다렸다. 물론 기다려야 한다면서 조급해지는 마음을 추스르기가 쉽지 않았다. 친구가 별로 없는 아이를 위해 늘 곁을 지키며 많은 대화를 나눴다. 초등학교 3학년이 지나자 아이에게 변화가 나타났다. 4학년 때는 교내 수학경시대회에서 대상을 받았다. 생각이 깊어선지 과학과 수학에서 두드러진 성적을 보였다. 중학교 때에는 수학올림피아드에서 장려상을 받았고, 전주시교육청 영재교육원에 선발돼 1년간 영재교육을 받기도 했다. 상산고에도 '수학특기자전형'으로 합격했다. 어머니 김씨는 "부모의 욕심대로 아이를 이끌기보다 아이 스스로 성장하도록 기다려준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과제집중력과 창의력이 남다른 용욱군은 잘 풀리지 않는 문제를 끝까지 파고들어 기어코 승부를 낸다. 한 문제를 가지고 2~3시간씩 씨름할 때도 많다. 문제가 풀리면 이와 관련된 더 어려운 문제에 도전해 자신이 확실히 이해했는가를 확인했다. 또 공식을 외우기 앞서 반드시 증명을 먼저 했다. 실력이 부족해 증명을 하지 못하더라도 증명 과정을 반복해 읽으며 공식이 유도된 과정을 숙지했다. 자습시간에도 많은 문제를 풀기보다 기본 개념 위주의 공부를 하는 편이다. 그림이나 그래프, 표만 보고도 핵심 원리를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철저하게 공부한다. "공식을 무작정 외워서 풀다 보면 응용문제가 나왔을 때 당황하게 된다"며 "공식이 유도된 과정을 분명히 알면 나중에 응용문제가 나와도 어떤 공식을 이용해야 할지 쉽게 파악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오선영 맛있는공부 기자 syoh@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