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자료

뒤르켕의 ‘자살론’ 비판적으로 논하라

설경. 2008. 5. 19. 10:15
[한겨레] 우리말 논술
통합논술 교과서 / (48) 자살은 개인의 선택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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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제 > 제시문 (가)에는 프랑스 사회학자 에밀 뒤르켕이 자살과 종교집단의 응집력 간의 상관관계를 도출하는 과정이 나타나 있다. 이처럼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했음에도, 제시문 (나)에서는 또 다른 요소를 들어 그의 결론이 타당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들 제시문과 (다)를 참고해 '자살'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연구자가 겪을 수 있는 문제를 추론해 두 가지 이상 제시하시오. (700±50자)

(가)

유태인은 어느 곳에서나 소수집단을 이루고 있고, 앞서 관찰한 가톨릭교도들 역시 대부분의 사회에서 소수집단을 이루고 있으므로, 우리는 이러한 사실에서 비교적 적은 그들의 자살률을 설명할 수 있는 원인을 찾으려고 하기가 쉽다. 주위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적대감에 둘러싸인 적은 수의 종교집단일수록 그들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그들 자신을 엄격한 통제로 다스리고 유난히 심한 훈련을 부과하는 것은 분명하다. 언제나 그들에게 허용되고 있는 확실하지 못한 너그러움을 정당화하기 위해서 더욱 남보다 올바른 품행을 지녀야 했다.

이러한 점들 외에도 어떤 사실들은 이와 같이 특이한 요인에 어떤 영향력이 있다는 것을 진실로 시사하고 있다. 프로이센의 가톨릭 신자는 전체 주민의 3분의 1에 불과하므로 그들이 소수집단인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들 가운데 자살을 한 사람들은 프로테스탄트의 3분의 1밖에 되지 않는다. 가톨릭 신자가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는 바이에른에서는 그 차이가 줄어들고 있다. 이곳 가톨릭과 프로테스탄트의 자살 비율은 시기에 따라 100 대 275이거나 혹은 100 대 238이다. 그런가 하면 거의 전부가 가톨릭인 오스트리아 제국에서는 가톨릭과 프로테스탄트의 자살률이 불과 100 대 155인 것으로 밝혀졌다. 따라서 프로테스탄트들이 소수의 집단으로 화하는 지방에서는 자살률의 경향이 감소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 외에도 종교적인 엄격함이 매우 심할 때 종종 역효과를 낳기도 한다. 종교적 엄격성은 불평을 가진 사람들이 여론을 존중하게 하는 대신 오히려 그것을 외면하게 만든다. 만일 어떤 사람이 자기가 불가피하게 적대시받고 있는 대상이란 것을 느끼게 되었을 때 그는 적대시하는 사람들과 타협할 것을 포기하고, 오히려 가장 고약하게 보이는 행동에 더욱 열을 올리는 것이다.

어쨌든 이런 설명은 프로테스탄트와 가톨릭 각각의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가톨릭 신도가 다수이기 때문에 가톨릭교의 보호적인 영향이 적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오스트리아와 바이에른에서는 자살이 여전히 상당수에 달하고 있다. 따라서 가톨릭 신도들의 낮은 자살률은 단순히 그들의 소수집단이란 위치 때문이라고 할 수 없다. 보다 일반적으로 말해서, 이들 두 종교를 믿는 신도들이 전체 주민들 가운데서 어떤 비율을 차지하든, 자살이란 관점에서 비교해 보면, 프로테스탄트들이 자살하는 경우가 가톨릭들보다 훨씬 많다.

-에밀 뒤르켕 저/김충선 역 < 자살론 > , 152~153쪽
(나)

여러 시점에 걸쳐 한 지역의 자살률을 비교할 때나 혹은 어느 한 시점에서 여러 지역의 자살률을 서로 비교할 때 두 가지 형태의 중요한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 즉, 무작위적 오류(random errors)와 체계적 오류(systematic errors)이다. 이 오류들은 자살 각각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잘못된 결정을 가져올 수도 있으나, 통계로 집계될 때에는 타당한 자살률을 제공한다고 할 수 있다. 연구에 있어서의 문제는 체계적 오류에 의해서 발생되는데, 이 체계적 오류는 자살을 과대 혹은 과소평가함으로써 자살률을 왜곡시키는 오류들이다. 이 오류들은 관할구역에 따라 다를 수 있기 때문에 한 관할구역의 자살률은 과대평가되고 다른 관할구역의 자살률은 과소평가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이 오류들은 자살의 원인으로 가정된 상황과 관련될 때에 특히 문제가 된다. 만약 자살의 원인으로 가정된 조건들이 자살이 과대평가된 관할구역에는 없다면, 자살에 대한 인과적 이론은 그 이론이 타당하지 않을 때 마치 타당한 것처럼 보여질 수도 있다.

이 문제를 설명하기 위하여 더글러스(Douglas, 1967)는 뒤르켕의 자살이론을 검토하였다. 뒤르켕은 사회적 비통합과 비규제가 높은 자살률을 야기한다고 가정하였다. 또한 그는 천주교 국가들은 신교 국가들보다 더 잘 통합되어 있다고 가정하였다. 그래서 그의 이론은 천주교 국가들의 자살률이 신교 국가들의 자살률보다 더 낮아야 함을 암시하고 있는데, 이 명제는 일반적으로 자살에 대한 공식통계에 의해 지지되었다. 더글러스는 이와 같은 천주교 국가들과 신교 국가들 간의 자살률의 차이는 체계적 오류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자살은 신교에서보다 천주교에서 더 부정적으로 평가되므로 천주교도 가족들은 신교도 가족들보다 자살을 숨기고 또한 검시관에게 압력을 행사함으로써 그들이 사랑했던 사람들의 죽음을 자살로 분류하지 않도록 상당한 노력을 한다. 따라서 신교도의 경우보다 천주교도의 경우 원인을 잘 모르는 죽음들이 거의 자살로 분류되지 않으며, 그럼으로써 천주교도들의 공식 자살률은 낮아지게 된다.

밴 포펠(Van Poppel)과 데이(Day)에 의한 최근의 연구는 더글러스의 자살의 기록에 미치는 종교의 영향에 대한 가설을 지지하고 있다. 밴 포펠과 데이는 뒤르켕의 연구시기와 같은 시기인 1905~10년에 네덜란드에서 죽음의 원인에 관한 자료를 수집하였다. 죽음의 원인에 대한 범주들은 자살의 다양한 유형들(예를 들어 독약에 의한 자살, 질식에 의한 자살, 익사에 의한 자살 등), 다른 공통적인 원인들에 의한 죽음, 그리고 다소 불분명한 두 가지 범주, 즉 '갑작스런 죽음'과 '원인이 구체적이지 않거나 잘못 규정된 죽음'들을 포함하고 있다. 밴 포펠과 데이는 '갑작스런 죽음'과 '원인이 구체적이지 않거나 잘못 규정된 죽음'의 두 범주는 자살로 의심은 가나, 검시관이 자살로 분류하는 것을 마음내켜하지 않는 경우에 편리한 대안으로의 역할을 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만약 다양한 종교집단의 구성원들이 서로 다른 방법으로 자살을 숨기려고 노력한다면, 이러한 노력은 '갑작스런 죽음'과 '원인이 구체적이지 않거나 잘못 규정된 죽음' 두 범주의 사망률에 대한 집단 간 차이에 반영되어 있어야만 한다.

밴 포펠과 데이는 천주교도들과 신교도들을 위해 죽음의 원인에 대한 범주들 각각에 대한 사망률을 연령을 표준화한 후 성별로 산출하였다. 그 결과는 뒤르켕이 내린 결론을 지지하는 것으로 보였다. 천주교 남자들(나이와 성별의 조합)의 조합된 자살률은 신교 남자들의 조합된 자살률의 47%에 지나지 않았고, 천주교 여자들의 경우는 단지 신교 여자들의 자살률의 35%였다. 그러나 '갑작스런 죽음'과 '원인이 구체적이지 않거나 잘못 규정된 죽음'이란 불분명한 범주들이 검토되었을 때에는 이러한 자살유형이 반대로 되었다. '갑작스런 죽음'의 경우 천주교도들의 사망률은 신교도의 사망률보다 거의 50%가 높았다. '원인이 구체적이지 않거나 잘못 규정된 죽음'의 경우에는 천주교의 비율이 신교의 비율의 거의 2배였다.(이 결과는 남성과 여성에게 유사하게 나타났다.) 그러므로 밴 포펠과 데이는 "1905~10년 사이 네덜란드에서의 신교도와 천주교도 간의 자살률의 차이는 단지 신교도와 천주교도에게 있어서 죽음이 어떻게 기록되는가에 대한 차이가 가져오는 결과에 지나지 않는다"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

-앨런 E. 리스카 외 저/장상희 역, < 일탈과 범죄사회학 > , 230~232쪽
(다)

자살에 대한 이론이 처음 나오기 시작한 19세기 이후 많은 다양한 학술적 견해가 나오고 있다. 19세기 초, 정신의학 분야의 권위자였던 도미니크 에스키로르와 모로 드 토르 두 의사의 이론은 자살자들을 심신상실자로 보는 것에 그 기초를 두고 있다. 뒤를 이은 모리스 알브박스의 이론은 자살을 사회정세를 반영하는 정신적 문제와 연결시켜 생각한 것이다.

19세기 말에는 근대사회학의 아버지 에밀 뒤르켕의 영향으로 건전한 정신을 가진 사람도 개인적인 이유로 자살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고, 또 자살을 사회적 측면과 관련된 현상으로 이해하게 되었다.

최근에는 철학과 정신분석학 덕분에 자살은 사회심리학적 현상으로 다루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자살을 여러 가지 범주로 나누고 있다. 여러 학파의 이론을 종합해 보면 자발적인 죽음은 심한 우울로 인한 자살, 병적 자살, 보복적 자살, 안정된 상태에서의 자살, 운명론적 자살, 영웅적 자살, 적극적 자살, 소극적 자살, 이론적 자살, 열광적 자살, 망상적 자살, 혼돈 상태에서의 자살, 살인 청부업자에 의한 자살, 희생적 자살, 유희로서의 자살, 전략적 자살, 경계반응적 자살 등으로 분류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자살은 매우 복잡하고 다양하기 때문에 정확히 판단하기가 어렵다.

-마르탱 모네스티에 저/이시진 외 역 < 자살 > 3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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