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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원외고 세븐몽키즈팀 전미고교 모의법정대회 출전기

설경. 2008. 5. 21. 12:38
[중앙일보 박정식.정치호] 지난 6~11일 미국 동부 델라웨어주 윌밍턴시에서 열린 전미(全美)고교모의법정대회(American National High School Mock Trial Championship)에서 우리나라 대표로 출전한 서울 대원외고 '세븐몽키즈(7monkeys)'팀이 1승을 거뒀다.

미국 전역에서 예선을 거친 고교팀들이 영어로 법정 논쟁을 벌이는 이 대회에 네 번째 참가한 한국 대표가 거둔 소중한 첫 승이다.

우수 연기상까지 거머쥔 세븐몽키즈팀을 만나 대회 경험담을 들었다.
◇혹독한 대회 준비가 공부

=몽키즈팀은 토론팀을 조직·운영한 권도형 팀장을 비롯해 김민주·임희택·전홍근·정승민·최소영 등 2학년 6명으로 구성됐다. 지난 3월 국내 예선에서 민족사관고팀을 꺾고 한국 대표로 뽑혔다.

영어토론대회, 모의법정대회 등 각종 토론대회 출전 경험이 있는 팀원들은 중간고사 때문에 준비기간이 1주일밖에 안 됐다. 상대팀 전략 분석은 고사하고 대회 시나리오 구성이나 증거 수집과 법정 규칙을 공부하는 데도 벅찼다. 권군은 "매일 새벽 2~3시까지 훈련을 반복했다. 각종 상황을 예측하면서 그에 맞는 논리들을 세워야 하기 때문에 아이디어와 체력의 싸움이었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 주제는 '기업 인수합병(M & A)'. 기업경영 전문용어들을 익히는 것은 기본이고 사건정황 분석, 증거사례 수집, 적절한 용어 선택, 상대팀 예상 반박에 대한 대응책, 상대의 논리를 무너뜨리기 위한 공격 질문 등을 모두 준비해야 했다. 또 개회 진술-자기팀 변론-상대팀 심문-반론 제기-폐회 진술 순으로 이어지는 대회 진행규칙뿐 아니라 상황별 증거채택 기준 조항 수백 개도 외워야 했다.

이번 대회에서 변호사 역을 맡아 우수 연기상(Outstanding Performance)을 받은 김민주양은 "각각의 공격 질문들을 어떻게 묶어 상대에게 논리적으로 제시할지 고민했다"며 "판사에게 발언할 땐 한 개 핵심만 담아 간단·명료하게 제시한 게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논리적 공격력 키워야 승산 있어"

=몽키즈팀은 버지니아·알래스카·애리조나·괌 등 4개 지역 대표팀과 맞서 괌에만 이기고 모두 패했다. 권군은 "친선경기 때 괌과 싸워 패한 게 좋은 교훈이 됐지만 전문가의 지도를 받은 경쟁팀을 상대하기는 사실 버거웠다"며 "후배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경쟁팀의 장단점을 차분하게 분석했다"고 말했다.

이를테면 버지니아팀은 개별 주장들을 하나의 큰 줄기로 엮어 논리의 맥을 짚는 실력이 뛰어났다는 것이다. 전홍근군은 "우리 팀에게 던지는 주장들과 질문들이 모두 연결고리로 이어진 듯 논리정연하고 일관된 논점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알래스카팀은 상대팀 주장의 허점을 탁월하게 짚어냈다. 정승민군은 "권투의 잽 공격처럼 적절한 상황과 문맥에서 반론을 꺼내 법정 분위기를 조금씩 유리하게 이끌어 갔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애리조나팀은 경쟁팀과의 공방전에서 반론을 주고받는 데 강했다. 최소영양은 "애리조나팀은 우리의 핵심을 잘 이해하고 맞받아쳤다. 우리보다 우위의 증거를 제시하는 논증력이 우수했다"고 칭찬했다.

◇"탄탄한 토론교육 환경 부러워"

=임희택군은 "상대와 비교해 어떤 주장으로 더 확고한 논리를 세우느냐에 승패가 갈리는 대회였다"며 "참가팀들마다 변호사들의 코치를 받으며 대회를 준비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팀원들은 미국의 학교마다 대회 관련 교육프로그램들을 운영하는 점도 부러워했다. 정군은 "각 주마다 유사 대회를 개최하거나 대표팀 지원 시스템을 갖춰 자기 학생들의 실력을 높이는 데 힘쓴다"며 "미국 대표팀들은 경쟁률이 수백 대 일에 이르는 주 예선을 치르면서 상대팀들의 노하우와 실전감각을 키웠다"고 설명했다.

권군은 "영어 토론 초보자는 『An Introduction to English Language Debate in Asia』를 보면 도움이 될 것"이라며 "우리나라 법률시장도 자유무역협정 때문에 외국의 영향을 받아 변하고 있는데, 법조인을 꿈꾸는 학생들에겐 대회가 소중한 국제 경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미 (全美)고교모의법정대회

고교생에게 법적 규칙의 활용을 통해 논쟁력을 가르치는 미국 토론교육 프로그램의 하나로 1984년 시작됐다. 미국 각 주에서 예선을 통과한 고교 대표팀들이 출전하며 법적 논리·논증·입증·대응력 등을 평가해 최종 우승자를 가린다. 한국에선 한국모의법정협회(www.koreamocktrial.com)가 해마다 3월과 8월에 예선전을 열어 한국 대표팀을 뽑으며 1등에게 내셔널 챔피언십 출전 자격을 준다. 대회 입상은 미국 대학 진학 시 전형자료로도 활용된다.

박정식 기자 < tangoparkjoongang.co.kr >
사진=정치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