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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대 등록금 고삐 풀린다…2010년 정부 예산권 총장에 이양

설경. 2008. 5. 28. 19:12
ㆍ"재정 취약… 사립대 수준 폭등 불보듯"

이르면 2010년도부터 국립대가 정부로부터 예산편성권을 넘겨받는다. 국립대학들은 "자율성 강화라는 명분으로 정부의 재정지원을 줄이려는 의도"라며 반발하고 있다. 국립대 등록금이 크게 오를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교육과학기술부는 28일 '국립대학 재정·회계법' 시안을 마련해 각 대학 의견수렴을 거쳐 다음달 말 법안을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시안에 따르면 각 대학의 재정 자율성이 커진다. 입학금이나 수업료는 국립대학 장이 재정위원회 심의를 거쳐 자체적으로 결정하도록 했다. 각 대학이 국고로 납입하던 입학금과 수업료는 앞으로 대학이 자체 수입으로 편성해 바로 집행할 수 있다. 국·공립대학 등록금의 70%가량을 차지하며 등록금 인상요인으로 지목되던 기성회비는 앞으로 수업료에 포함시켜 징수된다. 국가는 대학 운영에 필요한 경비를 총액으로 출연하게 된다.

교과부 구자문 대학자율화추진팀장은 "대학 경쟁력을 높이려면 무엇보다 조직과 회계 등 자율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요구가 많다"며 "특히 재정 부문에서 대학 발목을 잡는 규제가 많다는 지적에 따라 자율과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선했다"고 말했다.

국립대학들은 반발하고 나섰다. 이번 법안이 '국립대 민영화'로 비유되는 국립대 법인화의 전 단계라는 주장이다. 김철홍 교수노조 국·공립대위원장은 "국립대 재정책임을 '자율'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각 대학에서 알아서 책임지라는 것"이라며 "등록금 의존율이 높은 현 대학재정을 볼 때 결국 국립대 등록금이 큰 폭으로 인상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미 많은 국립대가 '국립대법인화'에 대비한다는 명목으로 등록금을 대폭 인상하는 상황에서 이 같은 재정·회계법이 시행될 경우 국립대 등록금이 사립대와 맞먹는 상황까지 빚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참여연대는 "일본의 경우 국립대 등록금 폭등을 막기 위해 인상폭을 제어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현재 이 같은 안전장치가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교과부 황홍규 대학연구기관지원정책관은 "각 대학들이 사회적인 여론을 수렴해서 큰 폭으로 등록금을 올리는 일은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교과부는 이번 시안에 대해 다음달 10일까지 대학 의견을 수렴하고 12일 공청회를 거친 뒤 6월말 법안을 확정해 8월쯤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2010년 3월1일부터 시행된다.

< 최민영기자 min@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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