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정보

[해외대학은 지금][파리 제8대학] 파리서 가장 먼저 적응할 것은 상상을 초

설경. 2008. 5. 29. 16:20
파리서 가장 먼저 적응할 것은 상상을 초월하는 '느림'

환상의 도시, 로맨스의 도시로 알려진 파리 . 세계적인 도시로서의 명성을 자랑하지만 유학생의 신분으로 이 곳을 밟게 된다면 아름다움은 순간일 뿐, 우울하고 외로운 곳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 그 무엇보다 한국인이라면 맨 처음 부딪히는 장벽은 언어, 음식, 학교 적응이 있겠지만 그것에 앞서 '느림'인 것 같다. 행정처리부터 슈퍼마켓 카운터에서 물건을 계산하는 사소한 일까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시간이 오래 걸려 한국인 체질에는 거부감을 일으키곤 하기 때문이다. 특히 성격 급한 한국사람들에게는 난감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느림'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파리에서 유학 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다는 의미도 된다. 나중에는 '느림'이 아닌 여유로움으로 느껴질 때도 있다. 그러니 사람은 적응하는 동물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 같다.

프랑스
는 사립대학과 국립대학의 운영방식이 뚜렷이 구분돼 있다. 일단 국립대학만이 university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university는 무조건 국가에서 정해주는 법을 따라야 하기 때문에 학생들의 파업과 시위가 잦다. 파리 대학들 가운데서도 내가 다니는 파리 제8대학은 학생들이 연합과 데모를 잘 하기로 유명하다. 대학 평준화를 위해 프랑스 대학들은 기존의 명칭을 보존하는 동시에 공식적으로는 '지역 제1대학' '지역 제2대학' 등으로 표기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은 정말이지 데모와 파업의 절정이었다. 사르코지 대통령이 임명되고 난 후, 공무원들의 연금체제 변경과 국립대학들의 사립화 선언으로 인한 이중파업으로 많은 사람들이 불편을 겪었다. 국립대학 재학생들의 고통은 더 했다. 제대로 운영되지 않은 대중교통으로 인한 불편은 감수하더라도, 어렵게 찾아간 학교 강의실은 봉쇄돼 있곤 했기 때문이다. 수업을 제대로 들은 기억이 손에 꼽을 정도였다. 그렇게 정신 없이 1학기를 보낸 여파로 2학기 때는 미친 듯이 진도를 나가 수업을 따라가기 유난히 버거웠다.

거기다 언어의 장벽은 아직도 나를 괴롭힌다. 특히 외국인 교수님들의 강한 악센트는 알아 듣기 힘들다. 파리에는 많은 관광객만큼이나 외국인 학생, 외국인 교수들이 많다. 그래서 다른 도시보다도 더 언어를 배우기가 어렵고, 대화할 때마다 고생을 많이 한다. 하지만 이런 점이 나를 나태에 빠지지 않고, 더욱 열심히 공부하게 만드는 자극이 되기도 한다.

사람을 울적하게 만드는 날씨가 다 지나간 요즘의 파리. 화창한 햇살 속에 빛을 발하고 있다. 마치 열심히 사는 유학생들을 응원하는 것처럼.

[윤해지 파리 제8대학 경영학과]
[ ☞ 모바일 조선일보 바로가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