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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싸! 명문 동아리3 <한국외대부속외고 ‘한나무’>

설경. 2008. 6. 3. 09:12
[중앙일보 프리미엄 최은혜 기자] 시끌벅적한 점심시간. 학생들로 붐비는 외대부속외고 식당 앞에 한 무리의 아이들이 모여 있다. 식사에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 테이블을 갖다놓고 사진을 늘어놓으며 분주하던 이들이 학교 친구들을 향해 외친다. "천원으로 몽골에 나무를 심으세요!" 무슨 사연일까.

외대부속외고 환경동아리 '한나무'는 교내에서 3일 동안 캠페인을 펼쳤다. 1000원만 내면 자신의 명패가 붙은 나무를 몽골에 심을 수 있다는 내용이다. 현지에 심어진 나무의 사진도 이메일로 보내준다. 신청을 받는 테이블에는 많은 학생들이 몰려와 팻말에 자기 이름을 정성껏 쓰고 있었다. 남지윤(16)양은 "친구들이 보람 있는 활동을 하는 것 같아 참여하러 왔다"며 "얼마 전 한나무가 교내에서 페트병 모으기 캠페인을 했을 때도 인상 깊게 지켜봤다"고 말했다.

동아리 회원들은 친구도 적극 동원해 목표치였던 140명 가까이 신청을 받았다. 이렇게 모인 수익금과 명패는 지난달 19일부터 일주일간 몽골에서 펼친 나무심기 활동에 사용됐다. 묘목 심기 활동계획은 YoungBiz Korea 주최의 YBPC-SAGE Competition에 사업 기획서로 제출해 2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8월에는 나이지리아에서 개최되는 SAGE World Cup에 고교 국가 대표로 출전한다.

이들이 몽골의 사막화와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중앙일보의 보도를 접한 뒤였다. 강찬수 기자의 '황사테러 발원지 몽골을 가다'라는 기획기사를 통해 사막화의 심각성을 느낀 것. 마침 국가청소년위원회 주최의 청소년 해외체험프로그램이 열려 관련 주제에 대한 연구를 제안했다. 이에 연구조사단으로 선발돼 지난해 몽골을 방문, 사막화에 대한 현지 조사와 봉사활동을 하고 돌아왔다. 2학년 이지현(17)양은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을 직접 보고나니 나무심기 활동의 필요성이 더욱 절실히 느껴졌다"고 털어놨다. 정환철(17)군은 "몽골에서 한국의 유명 정치인들 이름이 달린 나무들이 자라고 있는 것을 보니 신기하기도 했다"며 "황사와 환경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동아리 회장 김기연(17)양은 몽골 사막화 방지의 전도사가 됐다. "몽골 사막은 우리나라로 날아오는 황사 먼지의 주 발원지 중 하나예요. 숲 가꾸기 활동이 꼭 필요하죠. 그런데 그곳 주민들은 '나무를 심는다'는 개념이 아예 없을 정도예요. 또 식물의 뿌리까지 뜯어먹는 염소는 사막화의 주범이기도 한데, 몽골의 주요 특산품인 캐시미어 생산을 위해 목축을 그만둘 수도 없는 형편이죠."

한나무의 활동계획을 세우는 데는 시민 미디어 정보센터(CIC)라는 NGO단체의 도움이 컸다. 몽골의 현지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가 여러 조언을 해준 것은 물론, 견학 장소를 섭외하고 전문가와의 만남도 적극 주선해 주었다. 덕분에 현장 봉사활동 및 주민들의 인식 설문조사 등 알찬 일정을 보내고 왔다.

한나무는 오는 8월 국제청소년환경포럼을 개최하기 위한 준비로 분주하다. 이 행사의 기획안은 '포드 환경후원 프로그램'의 지원대상으로 선정돼 600달러의 지원금도 확보된 상태. 국내외 환경동아리 학생들이 한자리에 모여 정보와 생각을 교류하는 자리로 만들겠다며 의지가 대단하다.

물론 교내 캠페인도 꾸준히 해나갈 생각이다. 폐건전지 수거함 설치, 우유팩 접기 운동, 페트병 모으기 등 입때까지 해온 활동에 이어 분리수거함 설치 및 쓰레기 분리수거 캠페인을 펼칠 계획이다. 박인규(17)군은 "학생들이 기숙사 생활을 하다보니 뭐든지 집에서보다 낭비하는 경향이 있는데, 작은 것부터 올바른 습관을 들여야 한다"며 "학교 친구들의 동참을 적극 이끌어내겠다"고 말했다.

한나무는 올해 학교에 등록된 신생 동아리다. 지난해 자체적으로 벌였던 활동 실적과 앞으로의 계획 등을 밝힌 뒤 정식 동아리로 승인됐다. 기존에 활동을 해오던 2학년 9명과 새로 가입한 1학년 회원 10명이 한 식구가 됐다. 1학년 한재준(16)군은 "첫 해외봉사라 설레는 마음으로 갔는데 생각보다 힘들었다"며 "하지만 누군가에게 작으나마 도움이 된다는 것 자체가 보람된 일 같다"고 말했다. 2학년 김성희(17)양은 "누구나 환경 보호는 마땅히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자신이 나서지는 않고 '누군가 하겠지'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며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고 모두가 실천에 동참하도록 하기 위해 앞으로도 열심히 활동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한나무 회원들은 "앞으로의 활약을 더욱 기대해도 좋다"고 입을 모았다.

프리미엄 최은혜 기자 < ehchoijoongang.co.kr >
사진= 프리미엄 최명헌 기자 < choi315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