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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석 박사의 유학의 정석 ⑨

설경. 2008. 6. 17. 09:03
[중앙일보 프리미엄] 1997년 캘리포니아주립대학 (University of California, UC)은 흑인 등을 보호하는 소수민족 우대 제도(한인을 포함한 아시안계 학생 제외)를 폐지했다. 이 때문에 한인 학생들에게 UC 입학의 기회가 넓어지는 듯 했다. 그러나 2002년 UC는 Comprehensive Review (CR)라는 대학입시 기준을 새로 채택했다. CR은 GPA, SAT 시험성적 등 학업에 관한 사항들 외에 학생의 성장배경과 공부환경, 교과외활동 및 예능분야 특별 재능 여부 까지 감안, 총14가지 사항을 고려해 학생을 선발한다는 방침이다.

UC계열 각 학교마다 이 가이드라인에 대한 해석에 다소 차이가 있지만, 입시기준으로 CR을 선택한 UC의 의도는 간단하다. 어떤 환경에 처해있든 주어진 여건에서 최고의 성과를 달성한 학생을 입학시키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학생들을 절대적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비교하겠다는 개념이다. 그러나 이것을 사회·경제적인 약자를 돕는 것으로 이해하면 안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최대한 노력하고 성공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버클리 대학의 신입생 선발 결과를 보면 CR의 위력을 쉽게 알 수 있다. 2002년 버클리대는 지원 학생 중 SAT I 성적 1400점 (당시 1600점 만점) 이상을 받은 3218명을 불합격시켰다. 물론 입학 경쟁률이 치열한 탓이기도 하다. 그러나 놀라운 점은 SAT I 점수가 1000점 이하인 학생이 374명이나 합격했다는 사실이다.

UC의 입학사정방법은 아이비리그가 써오던 방식을 차용한 것이다. 우선 학업성적이 뛰어나야 한다. 그런데 입학 사정관들은 집안이 부유하거나 공부환경이 좋은 학생들에게는 그만큼 더 높은 점수와 더 많은 활동내역을 기대한다. 반면, 나쁜 환경과 여건 속에서도 다양한 분야에 걸쳐 뛰어난 성과를 달성한 학생은 시험성적이 다소 낮아도 어느 정도 이해해준다.

따라서 좋은 환경에서 살아왔다는 것은 입학원서에 절대 자랑할 일이 아니다. 물론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구태여 알릴 필요가 없는 사항들을 쓸 필요도, 알릴 필요도 없다.

몇 년 전 SAT I 점수 1000점 (1600점 만점) 미만, GPA 3.86 (합격생 평균 GPA는 4.17)의 그저 그런 성적으로 버클리대학에 합격한 학생이 있었다. 이 학생은 연간 가정 수입 1만2000달러, 고졸인 어머니 혼자 몸이 불편한 조부모와 두 자녀 부양, 자신도 가정을 돕기 위해 매주 20시간을 일해야 하는 열악한 환경에서도 11학년 학생회장을 역임하는 등 최선을 다했다.

이 학생이 더 좋은 환경에서 태어났다면 보다 훌륭한 성적을 낼 수 있었을 것이다. 이런 학생에게도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것이 미국 대학 학생선발기준의 진정한 의도가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