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자료

[대입논술 가이드]대통령의 인재 등용

설경. 2008. 6. 17. 09:22
청와대 비서진과 내각 개편이 예고되면서 이명박 대통령이 인선 기준으로 '비영남', '비고대', '재산 10억원 이하'를 제시했다고 한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임명된 각료와 비서진에 대해 '강부자(강남 부동산 자산가)', '고소영(고려대, 소망교회, 영남)'이라는 비난이 빗발쳤던 데 대한 반성(?)이란다. 그러나 이 소식을 듣는 순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참담함과 수치심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미국 쇠고기 수입 파동으로 국민적 자존심이 짓밟힌 터에 국가 지도자로부터 국민들이 또 한 번 무시당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고소영' '강부자'로 조롱받았던 이 대통령의 인재 등용이 민심이반의 중요한 요인 중 하나라는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인사쇄신이 필요할 것이다. 대통령의 고유권한인 인사 문제에 대해 언론과 민심이 그런 식으로 희화화한 것은 각료와 비서진이 단순히 대통령과 이런저런 인연 때문에 지명되었다는 데 있지 않았다. 검증 과정에서도 밝혀진 것처럼 다수의 인사들이 많은 결점과 결격사유를 가지고 있었음에도 임명되었기 때문에 국민들이 그런 식으로 희롱한 것이다. 새롭게 제시된 인선 기준은 이런 본질을 꿰뚫어 보지 못한 데서 나온 임기응변식 대증처방에 불과한 것이고, 국민들의 뜻을 왜곡하고 폄훼하는 것이다.

참여정부 때 보수 언론과 한나라당은 '코드' 인사라는 용어로 노무현 정부의 인사정책을 비난했다. 어느 순간 국민들도 거의 모두 그런 비판에 동조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민주주의는 정권 교체를 예정하고 있고, 일반적으로 바람직한 정권교체는 보수와 진보 양 세력의 교대에 있다고 볼 때, 코드인사는 불가피하고 또 필요악이라고까지 말할 수 있다. 따라서 이명박 정부 역시 코드인사를 할 수 있고, 또 그래야만 자신의 국정철학과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고소영', '강부자'라고 비아냥거리면서도 대통령의 '베스트 오브 베스트'라는 말을 믿으면서 내각과 청와대 비서진의 임명을 받아들이고 지켜보았던 것이다. 국민들이 도덕적으로는 문제가 있지만 경제를 살릴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을 거라는 믿음에 이명박을 대통령으로 선출했듯이, 참모와 각료가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지만 대통령의 말대로 능력이 출중할 줄 알고 받아들인 것이다. 그러나 그 결과는 참담하기 이를 데 없다. 참모와 각료에게서 자율성(autonomy)을 찾아볼 수 없고 모두가 한 사람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자동인형(automaton)이었던 것이다. 미국 쇠고기 수입 협상에서도 누구하나 나서서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았다는 데서 이명박식 코드인사는 실패했다고 할 수 있다.

우리 국민은 각료나 청와대 비서가 10억원이든 100억원이든 혹은 그 이상의 재산을 가졌든, 재산 그 자체를 가지고 된다, 안 된다를 따지지 않는다. 또 그 출신이 영남이든, 고려대학이든, 혹은 소망교회 신자이든, 이런 것을 따지지 않는다. 우리가 따지는 것은 그들이 단 한 사람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그런데 '강부자'나 '고소영'으로 불린 사람들은 지금껏 그런 점을 증명해내지 못했다. 방송에 출연한 어느 교수의 말처럼 그 시절(과거)에 땅 투기하지 않고 편법을 이용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느냐, 그런 짓을 지금 문제 삼는 것 자체가 문제일 수 있다. 이 사람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그들이 보여준 바는 너무도 실망스럽다.

이명박 대통령이 제시했다는 새로운 인선 기준은 이상 논의한 바를 전혀 알지 못하고, 그저 국민들이 재산 많은 사람을 쓰니까 배 아파서 몽니를 부리는 것쯤으로 보는 것 같아 안타깝고 화가 치민다. 영남 사람을 많이 쓰니까 비영남 사람들이 소외감을 느낀다고 생각하고, 고려대 출신을 쓰니까 다른 대학 출신 사람들이 소외감을 느낀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왜 자꾸 그런 식으로 보는가. 우리가 생각하는 바람직한 방향은 '코드인사'를 제대로 하라는 것이다. 국정철학과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진정한 능력을 갖춘 사람들을 뽑으라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명박 대통령 본인의 국정철학이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제시해야 할 것이다.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식의 '무개념 실용주의'로서는 어느 누구를 뽑아 써도 지금과 마찬가지 결과를 만들고 말 것이다.

1 대통령의 '코드인사'에 대해 논박해보라.
2 도덕성과 리더십의 관계를 논의해보라.
3 연고주의와 코드인사의 결합이 가져다주는 폐해를 논의해보라.
< 최윤재 | 서울디지털대학 문창학부 교수·한국논리논술연구소장 klogica@hanmail.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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