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압받는 쿠르드족엔 왜 무관심한가요
터키
군 전투기들이 이라크 북부의 쿠르드 반군을 공격했다는 기사가 외신면에 부쩍 자주 올라오고 있어요. 사실 쿠르드족은 나라가 없습니다. 단 한 번도 독립국가를 이뤄본 적이 없는 민족입니다. 이들을 부를 때 '~족'이라는 접미사를 붙이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기원전 1세기경 로마에 편입된 뒤 난민살이를 하던 유대인들이 1948년 이스라엘을 세웠을 때 쿠르드족의 마음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쿠르드족은 이미 기원전 7세기부터 지금까지 로마 , 페르시아, 아랍 , 터키 , 몽골 , 러시아 등 강대국에 의해 찢기고 밟히고 할퀴기를 계속해 왔어요. 이들의 기구한 민족사는 '한(恨)'에 단련된 우리 민족의 설움이나 유대인 박해와 닮아 있습니다. 하지만 종교, 문자, 문화 그리고 인종의 순수성을 그야말로 악착같이 지켜낸 자긍심 강한 민족입니다.
쿠르드족은 터키 영토 내에 1000만명, 이란·이라크에 800만 명, 그밖에 시리아 및 구소련 아르메니아 등의 지역에 흩어져 살고 있어요. 중세 시대엔 아라비아인들의 지배를, 16세기엔 오스만투르크에 복속됐고 20세기에는 이라크가 오스만투르크로부터 분리됨에 따라 이라크령으로도 편입됐습니다. 삶의 터전이 주변 강대국에 찢겨져도 민족성을 잃지 않은 것이 오히려 주변 이슬람 국가의 박해를 초래했습니다.
조선일보 2002년 3월 27일자 '이규태 코너'에 실린 쿠르드족 이야기는 많은 생각을 갖게 합니다. 한번은 이규태 선생이 터키 동부 아르메니아 고원에 솟아 있는 아라라트산을 찾았어요. 아라라트산은 노아의 방주 파편이 발견된 세계적 관광지입니다. 선생이 그곳을 안내하는 쿠르드족 청년을 만났는데 그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해요.
"왜 우리 같은 피압박 민족에 무관심하면서 전설 속에 나오는 배 파편에만 관심을 갖는지 모르겠다."
터키는 한국전쟁 당시 1만5000명의 병사를 파병한 나라고 함께 알타이어를 쓰는 어족입니다.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 준결승전에서 터키에 지고도 왠지 기분이 좋았다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입니다. 터키를 형제국이라 생각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터키가 탄압하는 쿠르드족에 대한 관심은 부족한 듯싶습니다.
2006년 노벨 문학상을 받은 터키 출신 소설가 오르한 파무크가 얼마전 내한했었지요. 그가 이런 말을 했어요. "터키에서는 제1차 세계대전 기간 중 아르메니아인 100만명과 최근 몇 년 사이 쿠르드인 3만명의 죽음에 대해 아무도 논의하려고 들지 않는다."
오르한의 그 말은 잊고 있었던 우리 민족의 한(恨)과 쿠르드족의 박해를 오버랩 시켰습니다.
[김태완 맛있는공부 기자 kimchi@chosun.com ]
터키
군 전투기들이 이라크 북부의 쿠르드 반군을 공격했다는 기사가 외신면에 부쩍 자주 올라오고 있어요. 사실 쿠르드족은 나라가 없습니다. 단 한 번도 독립국가를 이뤄본 적이 없는 민족입니다. 이들을 부를 때 '~족'이라는 접미사를 붙이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기원전 1세기경 로마에 편입된 뒤 난민살이를 하던 유대인들이 1948년 이스라엘을 세웠을 때 쿠르드족의 마음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쿠르드족은 이미 기원전 7세기부터 지금까지 로마 , 페르시아, 아랍 , 터키 , 몽골 , 러시아 등 강대국에 의해 찢기고 밟히고 할퀴기를 계속해 왔어요. 이들의 기구한 민족사는 '한(恨)'에 단련된 우리 민족의 설움이나 유대인 박해와 닮아 있습니다. 하지만 종교, 문자, 문화 그리고 인종의 순수성을 그야말로 악착같이 지켜낸 자긍심 강한 민족입니다.
쿠르드족은 터키 영토 내에 1000만명, 이란·이라크에 800만 명, 그밖에 시리아 및 구소련 아르메니아 등의 지역에 흩어져 살고 있어요. 중세 시대엔 아라비아인들의 지배를, 16세기엔 오스만투르크에 복속됐고 20세기에는 이라크가 오스만투르크로부터 분리됨에 따라 이라크령으로도 편입됐습니다. 삶의 터전이 주변 강대국에 찢겨져도 민족성을 잃지 않은 것이 오히려 주변 이슬람 국가의 박해를 초래했습니다.
조선일보 2002년 3월 27일자 '이규태 코너'에 실린 쿠르드족 이야기는 많은 생각을 갖게 합니다. 한번은 이규태 선생이 터키 동부 아르메니아 고원에 솟아 있는 아라라트산을 찾았어요. 아라라트산은 노아의 방주 파편이 발견된 세계적 관광지입니다. 선생이 그곳을 안내하는 쿠르드족 청년을 만났는데 그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해요.
"왜 우리 같은 피압박 민족에 무관심하면서 전설 속에 나오는 배 파편에만 관심을 갖는지 모르겠다."
터키는 한국전쟁 당시 1만5000명의 병사를 파병한 나라고 함께 알타이어를 쓰는 어족입니다.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 준결승전에서 터키에 지고도 왠지 기분이 좋았다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입니다. 터키를 형제국이라 생각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터키가 탄압하는 쿠르드족에 대한 관심은 부족한 듯싶습니다.
2006년 노벨 문학상을 받은 터키 출신 소설가 오르한 파무크가 얼마전 내한했었지요. 그가 이런 말을 했어요. "터키에서는 제1차 세계대전 기간 중 아르메니아인 100만명과 최근 몇 년 사이 쿠르드인 3만명의 죽음에 대해 아무도 논의하려고 들지 않는다."
오르한의 그 말은 잊고 있었던 우리 민족의 한(恨)과 쿠르드족의 박해를 오버랩 시켰습니다.
[김태완 맛있는공부 기자 kimchi@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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