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소위 조중동(조선·중앙·동아일보)과 경향·한겨레신문을 포함하여 모두 9개의 중앙 일간지를 구독하고 있다. 언론의 동향을 살피는 것이 첫번째 까닭이지만, 공적 담론의 영역에서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 언론의 영향을 받게 되는가를 알기 위해서다. 어떤 신문들은 찢어버리고 싶기도 하고 절독을 생각할 때도 많았지만, 그래도 참았다. 왜곡과 편파적인 언론이 과연 언제까지 여론을 지배할 수 있는지를 알고 싶었다. 이런 기대가 이내 절망으로 바뀌기 일쑤였다. 그런데 최근 미국 쇠고기 수입 협정 체결을 계기로 벌어진 일련의 사건으로 불건전한 언론이 종말을 맞겠구나 하는 기대감이 생기기 시작했다.
근대 민주주의는 그 출발부터 대의제를 근본 원리로 채택했다. 혹자들은 직접 민주주의가 대의제 즉 간접 민주주의로 진화했다고 하면서, 은연중에 직접 민주주의 성격을 띤 최근 촛불 시위를 폄훼하려고 한다. 그러나 그리스 아테네의 직접 민주주의는 역사상 존재했던 화석화된 것일 뿐 근대 민주주의와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 현대의 비교적 소규모를 대표하는 대의제는 인구 증가와 이익 집단의 다양화, 인민들의 의식 수준 향상과 더불어 일찍부터 많은 문제점을 노출하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중시된 것이 언론의 자유와 여론이었다. 그때그때 형성되는 여론이 대의제를 보완하는 구실을 했다. 그러나 여론에 의한 정치도 문제점을 안고 있다. 다수결 원리라는 민주주의의 의사결정 구조상 지배적인 여론은 다수자의 압제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존 스튜어트 밀은 일찍이 이런 것을 '사회적 전제'라고 갈파하였다. 그에 따르면 사회적 전제는 일반적으로 정치적 압제와 같은 과중한 형벌로써 뒷받침되고 있지는 않지만, 훨씬 더 일상생활의 세부에까지 깊이 침투되어, 인간의 영혼 그 자체를 노예화시키며, 그것으로부터 벗어날 수단을 거의 남겨 주지 않는다.
하물며 그러한 여론이 건전하지 못한 언론에 의해서 왜곡된 것이라면, 그 폐해를 어찌 일일이 열거할 수 있겠는가. 작금의 우리 사회에서 인간 영혼의 노예화 현상은 수도 없이 볼 수 있다. 그것도 진실과 진리에 의해서가 아니라 잘못되고 왜곡된 혹은 편향된 수단과 방법에 의해서 노예화가 진행되어왔던 것이다. 어떤 이들은 사회적 공기(公器)라 할 수 있는 언론매체를 통해서, 또 어떤 이들은 영혼의 정화를 추구하는 종교단체를 통해서, 또 다른 이들은 맹목적 애국주의나 사대주의에 기대어 감정적으로 여론을 호도해왔다. 지금 어느 인터넷 포털 사이트를 중심으로 일부 신문들에 대한 비난과 불매운동이 쏟아지고, 촛불문화제와 시위 현장에서 조롱과 비아냥거리가 되고 있으며, 게다가 그 신문들의 광고주에 대해 항의하는 사태가 폭발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은 노예화되었던 영혼들의 반란이다. 일부 언론에 대한 반대 운동이 이렇게 일거에 들불처럼 일어나는 현상은 반란이라는 말 외에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이런 반란은 여론에 의한 정치가 갖는 결점과 한계를 폭로하는 성격을 갖는다. 특정한 시각과 이념에 따라 안성맞춤으로 다듬어진 여론이 더이상 통용될 수 없다는 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런 점에서 촛불문화제와 시위는 기존 여론의 대안으로서의 여론이 아니라 새로운 정치 행태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참여 민주주의라는 말이 오래 전부터 있어왔지만, 때로 공허한 구호였거나 극히 제한적인 참여가 가능했을 뿐이다. 하지만 인터넷이라는 쌍방향 소통 도구와 이를 뒷받침하는 첨단 IT장비가 참여 민주주의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있다.
최근 우리 사회 현상에 대한 정치사적이고 철학적인 반성 없이 기존의 도식에 따라 촛불 시위를 폄훼하는 시도는 시대착오적이고, 퇴행적이다. 촛불 시위를 천민 민주주의라고 깎아내리고 국난에 빗대어 의병 운동을 벌여야 한다는 주장은 수십년 동안 세뇌되어 자신의 영혼이 노예상태인지 아닌지도 분간하지 못하는 사람에게서나 가능한 것일 뿐이다.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은 그런 주장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간접 민주주의나 여론에 의한 정치의 결점과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어야 한다.
1 여론에 의한 정치의 폐해를 논의해보시오.
2 '영혼의 노예화' 현상을 최근 촛불시위와 연관지어 논의하시오.
3 민주주의 발전과 인터넷의 상관관계를 논의하시오.
< 최윤재 | 서울디지털대학 문창학부 교수?한국논리논술연구소장 klogica@hanmail.net >
- 대한민국 희망언론! 경향신문, 구독신청(http://smile.khan.co.kr) -
ⓒ 경향신문 & 경향닷컴(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근대 민주주의는 그 출발부터 대의제를 근본 원리로 채택했다. 혹자들은 직접 민주주의가 대의제 즉 간접 민주주의로 진화했다고 하면서, 은연중에 직접 민주주의 성격을 띤 최근 촛불 시위를 폄훼하려고 한다. 그러나 그리스 아테네의 직접 민주주의는 역사상 존재했던 화석화된 것일 뿐 근대 민주주의와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 현대의 비교적 소규모를 대표하는 대의제는 인구 증가와 이익 집단의 다양화, 인민들의 의식 수준 향상과 더불어 일찍부터 많은 문제점을 노출하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중시된 것이 언론의 자유와 여론이었다. 그때그때 형성되는 여론이 대의제를 보완하는 구실을 했다. 그러나 여론에 의한 정치도 문제점을 안고 있다. 다수결 원리라는 민주주의의 의사결정 구조상 지배적인 여론은 다수자의 압제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존 스튜어트 밀은 일찍이 이런 것을 '사회적 전제'라고 갈파하였다. 그에 따르면 사회적 전제는 일반적으로 정치적 압제와 같은 과중한 형벌로써 뒷받침되고 있지는 않지만, 훨씬 더 일상생활의 세부에까지 깊이 침투되어, 인간의 영혼 그 자체를 노예화시키며, 그것으로부터 벗어날 수단을 거의 남겨 주지 않는다.
하물며 그러한 여론이 건전하지 못한 언론에 의해서 왜곡된 것이라면, 그 폐해를 어찌 일일이 열거할 수 있겠는가. 작금의 우리 사회에서 인간 영혼의 노예화 현상은 수도 없이 볼 수 있다. 그것도 진실과 진리에 의해서가 아니라 잘못되고 왜곡된 혹은 편향된 수단과 방법에 의해서 노예화가 진행되어왔던 것이다. 어떤 이들은 사회적 공기(公器)라 할 수 있는 언론매체를 통해서, 또 어떤 이들은 영혼의 정화를 추구하는 종교단체를 통해서, 또 다른 이들은 맹목적 애국주의나 사대주의에 기대어 감정적으로 여론을 호도해왔다. 지금 어느 인터넷 포털 사이트를 중심으로 일부 신문들에 대한 비난과 불매운동이 쏟아지고, 촛불문화제와 시위 현장에서 조롱과 비아냥거리가 되고 있으며, 게다가 그 신문들의 광고주에 대해 항의하는 사태가 폭발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은 노예화되었던 영혼들의 반란이다. 일부 언론에 대한 반대 운동이 이렇게 일거에 들불처럼 일어나는 현상은 반란이라는 말 외에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이런 반란은 여론에 의한 정치가 갖는 결점과 한계를 폭로하는 성격을 갖는다. 특정한 시각과 이념에 따라 안성맞춤으로 다듬어진 여론이 더이상 통용될 수 없다는 점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런 점에서 촛불문화제와 시위는 기존 여론의 대안으로서의 여론이 아니라 새로운 정치 행태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참여 민주주의라는 말이 오래 전부터 있어왔지만, 때로 공허한 구호였거나 극히 제한적인 참여가 가능했을 뿐이다. 하지만 인터넷이라는 쌍방향 소통 도구와 이를 뒷받침하는 첨단 IT장비가 참여 민주주의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있다.
최근 우리 사회 현상에 대한 정치사적이고 철학적인 반성 없이 기존의 도식에 따라 촛불 시위를 폄훼하는 시도는 시대착오적이고, 퇴행적이다. 촛불 시위를 천민 민주주의라고 깎아내리고 국난에 빗대어 의병 운동을 벌여야 한다는 주장은 수십년 동안 세뇌되어 자신의 영혼이 노예상태인지 아닌지도 분간하지 못하는 사람에게서나 가능한 것일 뿐이다.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은 그런 주장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간접 민주주의나 여론에 의한 정치의 결점과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어야 한다.
1 여론에 의한 정치의 폐해를 논의해보시오.
2 '영혼의 노예화' 현상을 최근 촛불시위와 연관지어 논의하시오.
3 민주주의 발전과 인터넷의 상관관계를 논의하시오.
< 최윤재 | 서울디지털대학 문창학부 교수?한국논리논술연구소장 klogica@hanmail.net >
- 대한민국 희망언론! 경향신문, 구독신청(http://smile.khan.co.kr) -
ⓒ 경향신문 & 경향닷컴(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논술자료' 카테고리의 다른 글
키워드로 보는 세상/교육양극화 (0) | 2008.06.23 |
---|---|
날아오르는 창의사고력]우주인 이소연 만든 숨은 공신 (0) | 2008.06.23 |
[시사 이슈로 본 논술] 폭발하는 기름값과 에너지 시스템 (0) | 2008.06.19 |
[한주의 시사 키워드] 쿠르드와 恨 (0) | 2008.06.19 |
[대입논술 가이드]대통령의 인재 등용 (0) | 2008.06.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