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환란위기로 가장 크게 변한 곳 중의 하나가 노동자의 고용 형태일 것이다. 환란위기의 원인 가운데 하나로 ‘고비용 저효율’ 산업구조가 지목됐다. 당연히 그 개선이 요구되었고, 나라 전체적으로 과잉 중복 산업분야에서 부실이 심한 기업의 퇴출이 시작되었다. 특정 산업 부문에서 퇴출되지 않았거나 퇴출과 무관한 사업장(기업)에서는 기존의 고용 방식 등 고용의 경직성이 ‘고비용’의 주요 요인으로 지목되면서 고용 방식을 바꾸었고, 전체적으로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크게 확대되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양산되어 현재는 전체 노동자의 55%가 넘는 880여 만명이나 된다. 그중 절반 이상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비정규직 노동자가 되었다고 하니, 최소한 500만명 이상의 노동자들에게 노동은 자아실현의 수단이기는커녕 어쩔 수 없이 짊어지고 가야 하는 천형(天刑)쯤으로 전락하고 만 상태다.
세계가 경탄해 마지않는 ‘압축성장’을 자랑스러운 훈장으로 생각하면서 압축성장기의 리더십에 대한 향수를 짙게 드러내는 사람들은 많지만, 압축성장 이후의 성장과 발전에 걸맞은 비전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지난 20여 년 동안의 삶은 압축성장의 후유증이 다양한 갈래를 지으며 봇물 터지듯 나온 시기였다. 국제통화기금(IMF) 환란위기 전 10년과 후 10년을 돌이켜보면 전 10년은 압축성장기에 억압받던 부문의 저항기였다고 하겠다. 그러나 그 10년 동안 보다 근본적인 종양이 함께 발전하고 있었다. ‘대마불사’로 통칭되던 국가의 보호와 후원 하에 자신의 덩치를 키워오던 기업집단들이 압축성장기의 관행을 그대로 답습하면서 우리 경제의 건강을 좀먹고 있었던 것이다. 그 결과는 건국 이래 최대의 사건이라 할 수 있는 환란위기로 참혹하게 드러났다. 그후 10년은 더 드라마틱하다. 환란위기는 국가적 위기였던 만큼 모든 사람들에게 새로운 자세를 요구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 새로움은 거의 전부 노동자들에게 전가되었다. 노동의 유연성을 시대의 화두로 만들면서 절반이 넘는 노동자들을 고용과 해고가 무제한적으로 허용되는 비정규직 노동자로 만든 것이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소위 ‘비정규직 보호법’은 크게 보면 지난 10년간 변화된 노동시장의 모순을 진단하고 이를 국가적 차원에서 합리적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 법은 시대적 문제를 거시적으로 해결하는 비전을 담아내지 못하고 말았다. 비정규직의 문제는 크게 보면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하나는 고용의 불안정성이요, 다른 하나는 임금수준의 불합리성이다.
임금의 불합리성은 동일 노동임에도 불구하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임금 격차가 너무 크다는 것인데, 이는 정의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다. ‘각자에게 그의 몫을’이라는 정의의 원칙은 기여한 만큼 대우받아야 한다는 원칙을 말하는 것으로서 최소한 이러한 정의의 원칙이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고용의 불안정성이 사람들의 삶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얼마 전 서울시 지방공무원 시험에 전국에서 무려 14만여 명이 응시했고, 그중에서 9만여 명이 실제로 시험을 치렀다고 한다. 공무원의 임금수준은 그다지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용의 안정성이라는 점이 수많은 젊은이들에게 매력을 끌기 때문에 53대 1이라는 경쟁을 마다하지 않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비정규직이 문제가 되는 것은 앞에서 언급한 두 문제에서 한 가지도 해결해주지 못한다는 데 있다. 비정규직이라 할지라도 정규직과 같은 임금 수준이 보장된다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불만이 크게 줄어들 것이다. 임금 수준이 높지 않다고 하더라도 고용의 영속성과 안정성이 보장된다면 이 또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불만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비정규직 보호법은 어떤 것도 해결해주지 못하고 있다. 인간이 아무리 추상적 사고에 능하다고 하지만 구체적인 역사와 경험을 도외시한 채 기계적인 추상적 원리 원칙에 따라 살 수는 없다. 구체적인 역사와 경험의 중요성과 추상적 원리 원칙의 중요성이 선택적이고 편의적으로 악용되고 있는 게 우리 현실이다. 사용자 측에서는 추상적 시장 원리를 지나치게 강조하고 있고, 노동자 측에서는 이를 용납하기에는 우리의 압축성장 역사가 너무 구체적이기에 무리가 따른다. 이제 새로운 비전의 제시가 필요한 때이다.
1. 자본주의 경제체제에서 사용자와 노동자의 관계를 논의해보라.
2. 노동 혹은 직업의 의미를 밝혀보라.
3. 비정규직 보호법안의 문제점을 논의해보라.
〈최윤재/ 서울디지털대학 문창학부 교수·한국논리논술연구소장 (klogica@hanmail.net)〉
세계가 경탄해 마지않는 ‘압축성장’을 자랑스러운 훈장으로 생각하면서 압축성장기의 리더십에 대한 향수를 짙게 드러내는 사람들은 많지만, 압축성장 이후의 성장과 발전에 걸맞은 비전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지난 20여 년 동안의 삶은 압축성장의 후유증이 다양한 갈래를 지으며 봇물 터지듯 나온 시기였다. 국제통화기금(IMF) 환란위기 전 10년과 후 10년을 돌이켜보면 전 10년은 압축성장기에 억압받던 부문의 저항기였다고 하겠다. 그러나 그 10년 동안 보다 근본적인 종양이 함께 발전하고 있었다. ‘대마불사’로 통칭되던 국가의 보호와 후원 하에 자신의 덩치를 키워오던 기업집단들이 압축성장기의 관행을 그대로 답습하면서 우리 경제의 건강을 좀먹고 있었던 것이다. 그 결과는 건국 이래 최대의 사건이라 할 수 있는 환란위기로 참혹하게 드러났다. 그후 10년은 더 드라마틱하다. 환란위기는 국가적 위기였던 만큼 모든 사람들에게 새로운 자세를 요구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 새로움은 거의 전부 노동자들에게 전가되었다. 노동의 유연성을 시대의 화두로 만들면서 절반이 넘는 노동자들을 고용과 해고가 무제한적으로 허용되는 비정규직 노동자로 만든 것이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소위 ‘비정규직 보호법’은 크게 보면 지난 10년간 변화된 노동시장의 모순을 진단하고 이를 국가적 차원에서 합리적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 법은 시대적 문제를 거시적으로 해결하는 비전을 담아내지 못하고 말았다. 비정규직의 문제는 크게 보면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하나는 고용의 불안정성이요, 다른 하나는 임금수준의 불합리성이다.
임금의 불합리성은 동일 노동임에도 불구하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임금 격차가 너무 크다는 것인데, 이는 정의의 원칙에 반하는 것이다. ‘각자에게 그의 몫을’이라는 정의의 원칙은 기여한 만큼 대우받아야 한다는 원칙을 말하는 것으로서 최소한 이러한 정의의 원칙이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고용의 불안정성이 사람들의 삶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얼마 전 서울시 지방공무원 시험에 전국에서 무려 14만여 명이 응시했고, 그중에서 9만여 명이 실제로 시험을 치렀다고 한다. 공무원의 임금수준은 그다지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용의 안정성이라는 점이 수많은 젊은이들에게 매력을 끌기 때문에 53대 1이라는 경쟁을 마다하지 않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비정규직이 문제가 되는 것은 앞에서 언급한 두 문제에서 한 가지도 해결해주지 못한다는 데 있다. 비정규직이라 할지라도 정규직과 같은 임금 수준이 보장된다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불만이 크게 줄어들 것이다. 임금 수준이 높지 않다고 하더라도 고용의 영속성과 안정성이 보장된다면 이 또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불만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비정규직 보호법은 어떤 것도 해결해주지 못하고 있다. 인간이 아무리 추상적 사고에 능하다고 하지만 구체적인 역사와 경험을 도외시한 채 기계적인 추상적 원리 원칙에 따라 살 수는 없다. 구체적인 역사와 경험의 중요성과 추상적 원리 원칙의 중요성이 선택적이고 편의적으로 악용되고 있는 게 우리 현실이다. 사용자 측에서는 추상적 시장 원리를 지나치게 강조하고 있고, 노동자 측에서는 이를 용납하기에는 우리의 압축성장 역사가 너무 구체적이기에 무리가 따른다. 이제 새로운 비전의 제시가 필요한 때이다.
1. 자본주의 경제체제에서 사용자와 노동자의 관계를 논의해보라.
2. 노동 혹은 직업의 의미를 밝혀보라.
3. 비정규직 보호법안의 문제점을 논의해보라.
〈최윤재/ 서울디지털대학 문창학부 교수·한국논리논술연구소장 (klogica@hanmail.net)〉
출처 : 별먹는 빛
글쓴이 : 설경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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