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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공중목욕탕에서 천장에 매달려 있는 CCTV(폐쇄회로 텔레비전·특정 수신자를 대상으로 화상을 전송하는 텔레비전)를 보고 깜짝 놀란 적이 있다. 설치된 곳이 탈의실이었기 때문이다. 목욕을 하기 위해 옷을 벗는 장소에 CCTV를 설치했다는 것에 당혹스럽고 화가 나서 주인에게 따지자, 주인은 도난 사고가 많아서 설치한 것이라고 말했다.
각종 범죄를 예방하고 범죄 용의자를 파악하기 위해서 CCTV를 설치하는 사례가 날로 늘어나고 있다. 지하철역, 백화점, 은행, 심지어 주택가 도로, 목욕탕에도 CCTV가 설치되고 있다. 다음은 7월 한달 동안 나온 CCTV 관련 기사 중 일부이다.
“서울시가 568개 초등학교 주변에 CCTV를 설치한다.”
“경기도는 강이나 하천, 도로 등 재난 취약지역에 원격제어용 CCTV를 확대 설치하기로 했다.”
“울산항과 온산항 일대에 CCTV 46대와 종합상황실 설치를 완료했다. 이로 인해 울산항 내 모든 지역을 대형 화면으로 담배꽁초 크기의 물체까지 식별할 수 있게 됐다.”
이대로 가다가는 전국이 CCTV로 덮일 것 같다. CCTV 설치에 관한 많은 논란이 있음에도 CCTV 설치가 보편화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공공장소에 CCTV를 설치하는 목적은 크게 △범죄 예방 △범죄 용의자 파악 △대중의 심리적 안정 등 3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과연 CCTV는 범죄 예방에 효과적일까? 통계자료에 근거해서 CCTV 설치 찬반론을 펼치는 다음 기사(표 참조)를 살펴보자. 두 주장 모두 통계 자료에 의존하고 있지만 서로 상반된 견해를 보인다.
물론 CCTV를 설치하면 범죄 예방 효과가 전혀 없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CCTV를 무분별하게 설치하거나 통제 수단도 없이 설치한다면 반드시 부작용이 일어난다. 내 의사와 관계없이 내 모습이 찍히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특정 회사나 공공기관이 내 개인정보를 갖고 있다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헌법 제17조는 ‘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통행인들의 동의 없이 특정 지역에 CCTV를 설치해서 일거수일투족을 촬영하고 이를 범죄예방이나 범죄수사에 활용하려 하고 있다. 이는 그 지역 통행인인 국민의 사생활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CCTV가 설치된 곳을 지날 때마다 나는 잠재적 범죄자, 즉 ‘범죄 가능성이 있는 사람’으로 취급받는 셈이다.
물론 국민의 기본권이라도 법률에 의해 제한될 수 있다는 규정(헌법 제37조 2항)도 있다. 그러나 도로변에 CCTV를 설치하고 지나가는 사람을 찍는 것에는 법적 근거가 전혀 없다. 강남 일대에 설치된 CCTV는 180도 회전이 가능하고 500m 거리의 사람 얼굴도 식별할 수 있는 줌 기능까지 갖추고 있다고 한다. 이는 CCTV가 범죄예방 이외에 다른 목적으로도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예: 지나가는 여성의 몸매를 확대해서 보는 행위 등). CCTV는 언제든 범죄 예방 이외의 용도로 사용될 수 있다.
과연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시킬 수 있을까? 아무리 목적이 좋아도 수단이 정당하지 못하다면, 그것은 또 하나의 범죄일 뿐이다. 지나친 제한과 간섭은 ‘침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사생활권의 의미
1) 사생활의 비밀의 불가침: 공개하고 싶지 않은 사적(私的) 사항이나 성명, 초상(肖像·사진, 영상물 등)과 같은 것을 본인의 허락 없이 공개당하지 않는 것
2) 사생활의 자유의 불가침: 개인이 자기가 원하는 바에 따라 자유로이 사생활을 형성하고 영위하는 것에 간섭받지 않을 자유(결혼, 의복, 두발형태, 성생활 등의 자유 등)
3) 자기 정보 관리 통제권: 자신에 관한 정보를 보호받기 위해 자율적으로 결정하고 관리할 수 있는 권리. 자신에 관한 정보의 열람, 정정, 사용 중지, 삭제 등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
CCTV 설치 찬성 쪽 주장
생명, 신체 및 재산권의 보호야말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장 중요한 인권이 아닐 수 없다. 사람들은 CCTV가 거리 곳곳에서 감시하고 있으므로 부담을 느낄 수 있다. 명백한 사생활 침해라는 생각을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밤거리에서 강도를 당하는 것을 원할 리 없다. 아마도 많은 사람이 공공장소에서의 사생활 보호보다는 좀 더 근본적인 인권, 즉 안전을 원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유괴와 납치가 횡행하고, ‘퍽치기’, ‘아리랑치기’ 등 노상강도들이 설치고 다니는 우리의 치안현실에서 밤거리를 항상 불안에 떨며 다니는 것보다는 CCTV에 찍히는 것이 나을 수 있기 때문이다.
윤상철 경희여고 철학교사
출처 : 별먹는 빛
글쓴이 : 설경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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