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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명작속 논술비법찾기]S J 굴드의 ``풀하우스``

설경. 2007. 9. 3. 00:24

진화생물학자인 S J 굴드(사진)는 저서 ‘경이로운 생명(Wonderful Life, 1989)’에서 진화 과정에서 일어난 모든 사건은 방향성 없이 우연히 일어난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풀하우스’에서도 저자는 일관되게 인간이 진화 사다리의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우월한 존재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는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는 이론적 근거로 다윈이 주창한 ‘자연선택’ 메커니즘의 핵심을 상기시킨다. 모든 생물은 생존할 수 있는 수보다 더 많은 자손을 생산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들은 모두 다르기 때문에 환경에 적합한 개체만이 살아남고 이 개체가 갖고 있는 변이들의 일부가 미래 세대에 전달된다는 것이다. 이 원리를 적용하면 오늘날 생존하는 여러 생물종들은 신체 각 기관이나 기능이 더욱 복잡하고 정교한 형태로 진보한 것이 아니라, 단지 환경의 가혹함을 견뎌내고 겨우 살아남은 존재에 불과하다.

인간이 가축이나 박테리아와 같이 전체 시스템의 일부에 속하는 존재라는 그의 주장은 다른 생명체에 대한 인간 태도의 근본적인 변화를 촉구한다. 존재의 특별함을 내세워 다른 생명체 위에 군림하려는 관습적인 사고를 버리고 생명 모두를 소중히 여기는 겸허한 태도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2008학년도 연세대학교 2차 예시문제에서는 생물의 진화에 관한 두 개의 제시문과 역사의 발전에 대한 두 개의 제시문이 주어졌다. 생물의 진화를 다룬 제시문은 다윈의 ‘종의 기원’ 중 자연선택을 설명한 부분과 S J 굴드의 ‘풀하우스’ 중 코끼리의 변이 사례 및 그에 대한 분석을 제시했다. 〈문제1〉은 이 두 제시문에 의거하여 19세기에서 20세기에 걸쳐 나타나는 흰색 후추나방과 검은색 후추나방 집단의 빈도 변화를 설명하고, 두 제시문의 논점의 차이를 설명할 것을 요구했다.

문제와 함께 주어진 도표는 산업혁명 시기 흰색 후추나방의 비율이 감소했으나 대기오염 규제가 강화된 이후 다시 흰색 후추나방의 비율이 급증했음을 보여주는 자료였다.

산업혁명 시기에 화석연료를 많이 사용하게 됨에 따라 대기오염이 심화됐고, 검게 오염된 삼림지역에서 흰색 추후나방은 포식자에게 더 많이 노출되었다. 반면 검은색 나방은 눈에 잘 띄지 않아 더 많은 개체가 생존하였다. 대기오염 규제가 강화되었을 시기에는 반대의 이유로 흰색 나방의 생존 조건이 좋아졌다. 변화된 환경에 가장 적합한 개체가 살아남게 되고, 그 특성이 후대에 전달된다는 제시문 1과 2의 공통된 입장은 후추나방 집단의 빈도 변화를 설명하는 근거가 된다.

김수연 에플논구술연구소 수석연구위원


그런데 흰색(혹은 검은색) 나방의 비율이 계속해서 늘어나거나 줄어드는 일관된 양상을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 변화는 진보적 변이를 보여준다기보다는 환경이라는 변수에 대응하는 국지적 적응이라는 두 번째 제시문의 주장에 부합한다. 답안을 작성할 때는 문제에 제시된 도표를 정확하게 파악하여 후추나방 집단의 변이 양상을 그 원인과 함께 설명하고, 제시문에 나타난 자연선택의 개념을 이용하여 이 현상을 설명해야 한다. 또한 ‘진화는 진보를 이끈다’는 〈제시문1〉의 입장과 ‘진화는 국지적 적응’이라는 〈제시문2〉 입장의 차이를 명료하게 드러내는 것이 중요하다.

출처 : 별먹는 빛
글쓴이 : 설경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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