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자료

[스크랩] [대입논술 가이드]탈레반 피랍과 反美

설경. 2007. 9. 3. 00:15
탈레반에 피랍된 23명의 인질 중 이미 2명이 무고하게 살해되었고, 나머지 인질들의 무사귀환도 장담하지 못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처음 사건이 발생했을 때 국민들은 설마설마 하며 오래지 않아 해결될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하지만 그런 기대는 인질의 죽음으로 처참하게 무너졌다. 선교를 의도한 봉사활동이라거나 봉사를 빙자한 선교활동이 아니냐 하며 종교단체의 무책임한 분쟁지역 활동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던 국민들도 탈레반의 반인권적이고 반인륜적 만행에 전율하며 인질들의 무사귀환을 기원하고 있다. 이 사건은 이제 우리 국민의 관심은 물론이고 세계인의 이목을 끌고 있는 국제적인 문제가 되었다. 그러다보니 이에 대한 반응들도 다양화되고 있다.

미국에 의한 테러와의 전쟁으로 실권한 탈레반은 현재의 아프간 정부와 외국군을 상대로 정권을 탈환하기 위해 벌써 수 년째 내전을 이어오고 있다. 테러와의 전쟁이 시작된 계기는 9·11 테러였다. 그 배후인 오사마 빈 라덴과 알카에다를 도와준 탈레반 정권에 대한 미국의 전격적인 공격이 그 시작이었다. 왜 그들은 9·11 테러를 자행했는가.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인가. 중동지역의 석유자원 확보라는 이해관계에 얽힌 중동지역 내 복잡한 정치적인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이스라엘의 건국 이후 빚어진 기독교 세계와 이슬람 세계 간의 갈등이 반세기 넘게 이어져왔기 때문에 단순히 석유자원의 확보라는 단순한 논리로 모든 것을 설명하기 어렵다. 서양 세계와 이슬람 세계의 적대와 갈등 관계는 10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지고 있다.

만약 어느 역사가가 두 세계간의 이런 역사를 오늘날의 시점에서 서술한다면 최근의 테러와의 전쟁도 그러한 관점, 즉 기독교 세계와 이슬람 세계 간의 적대와 갈등의 관점에서 서술할 수도 있을 것이다. 최근 반세기 동안 벌어진 대립과 갈등을 지도에 그려보면 신대륙의 미국이 추가되었을 뿐 1000년 전의 상황과 별로 다를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역사가는 두 종교 간의 반목과 갈등이 연속적으로 혹은 주기적으로 이어져 온 현재까지 역사의 종착점이 테러와의 전쟁이라고 결론지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접근법이 역사적인 맥락에서 거시적인 통찰력과 지식을 주는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미시적인 다시 말해서 현재 이 순간 분쟁과 갈등을 해결해나가는 데는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다. 오히려 그런 거시적인 접근은 역사 진행의 순간마다 필요했던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노력과 방법들을 누락시키거나 외면함으로써, 지금 이 순간 절대적으로 필요한 노력과 방법을 강구하지 않거나 무력화시킬 가능성이 매우 크다. 왜냐하면 그러한 거시적 갈등관계의 측면에서 보면 현실에서 필요한 타협과 조정은 거시적 틀을 벗어난 불순한 것이고, 일시적 미봉책은 될지언정 종국에 가서는 다시 원래대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쓸모 없는 짓거리에 불과할 것이기 때문이다.

탈레반에 붙잡힌 우리 인질들의 무사생환을 위해서 미국이 좀더 전향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런 목소리 중에는 현실적이고 실질적으로 미국이 ‘테러집단과의 타협은 없다’는 원칙을 유연하게 적용한다면 우리 인질들의 문제가 보다 쉽게 해결될 수 있으리라는 것도 있다.

하지만 역사적이고 거시적인 맥락에서 한국인 피랍 문제의 최종적 책임은 미국에 있다고 보는 목소리도 있다. 역사 서술가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역사가가 아닌 현실에서 역사를 만들어 가야 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그것은 상식을 벗어난 주장이다.

다양한 의견을 전제로 한 민주사회에서 이런 주장을 한다고 해서 이를 틀어막을 것은 아니다. 그런 주장은 상식을 통해서 걸러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일부 언론에서 이런 주장을 부각시키면서 반미 움직임을 이슈화하고 있다. 주류 언론이 반미라는 또 다른 금기 용어를 써 가면서 극단적 편가름을 할 때, 현실적인 해결 방안을 찾는 모든 노력이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이 사건을 반미의 계기로 보는 급진적 집단도 문제이지만 이 소수의 주장을 부풀려 편가름하는 일부 언론도 사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점을 주지해야 한다.

1. 기독교 단체의 분쟁지역 선교활동(봉사활동)에 대해 논의해보라.

2. 탈레반 인질 사건을 둘러싼 미국 책임론 내지는 반미 주장의 허실을 논의하라.

3. 역사적 담론이 현실에 미치는 영향을 논의해보라.

〈최윤재/서울디지털대학 문창학부 교수·한국논리논술연구소장 klogic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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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별먹는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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