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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 지식인의 사명과 역할
아래 나타난 허생의 행적을 분석하여 오늘날 지식인의 역할에 대하여 생각해 봅시다.
가난한 선비 허생(許生)은 10년 계획으로 글 읽기를 하고 있었는데, “벼슬도 못하면서 밤낮 글만 읽어서 무엇 하겠느냐”는 아내의 비난을 듣고 집을 나간다.
장안에서 제일 부자라는 변 씨를 찾아가 1만 냥을 꾸어 안성으로 내려가 과일을 매점했다. 과일을 10배의 값에 되팔아 그 돈으로 농기구, 의복 등을 장만하여 제주도로 가서 많은 이익을 남겼다. 그리고는 제주도의 특산물인 말총을 몽땅 사들여 역시 10배의 이익을 보았다. 그렇게 모은 돈으로 허생은 당시 나라를 어지럽히던 도적들을 데리고 무인도에 들어간다. 그곳에서 농사를 지어 일본 장기(나가사키)에 흉년이 들었을 때 그들에게 양곡을 팔아 은 1백만 냥을 가지고 본국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1백만 냥이란 돈이 너무 많아 쓸 데가 없다고 50만 냥을 바다 속에 넣어 버리고 나머지를 빈민 구제에 쓴 뒤 10만 냥으로 변 씨에게 빌린 돈을 갚았다.
이때부터 친분을 맺게 된 변 씨의 소개로 어영대장 이완을 만나 국가적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 세 가지, 첫째는 인재를 위해 임금이 삼고초려하게 할 것, 둘째는 명나라 장졸들의 후손을 위해 훈척과 권귀의 재산을 나누어 줄 것, 셋째는 선비와 서민들이 청나라와 교류하게 할 것 등을 제안했으나 이완 대장은 모두 어렵겠다고 허생의 제안을 거부한다. 이에 분개한 허생이 칼을 들어 이완을 찌르려 하자 이완은 놀라서 도망친다. 이튿날 다시 찾아갔더니 허생은 종적을 감추고 없었다.
[‘허생전’, 국어교과서(하) 2-(2)]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볼 수 있다. 하나는 허생이라는 지식인의 글 읽기, 즉 학문의 내용이며 또 하나는 학문 내용의 활용 방법이다. 허생이 전국을 돌아다니며 이룬 ‘부(富)’와 이완에게 제시한 세 가지의 현안 해결책은 허생의 학문의 내용을 짐작하게 하는 것이다. 또한 적극적이지는 않더라도 자기 학문의 결과를 ‘사회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두 가지를 분석함으로써 오늘날 지식인이 무엇을 연구해야 할지와 그 연구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해 생각을 펼쳐갈 수 있다. 어떤 관점에서는 사회와의 직접적인 연관성을 중시할 수도 있을 것이고, 또 다른 관점에서는 지식의 전문성을 중시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어떤 관점을 취하느냐에 따라 이후 지식인이 취해야 할 행위 양상에 대한 견해도 달라질 것이다.
카뮈는 ‘예술가와 그의 시대’라는 강연을 통해서 이러한 문제를 언급했다. 현대의 예술가는 부득이 대중의 비참한 상황 앞에서 예술을 할 수 있는 자신의 특권에 대해 ‘부끄러움’을 의식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카뮈는 예술이 단순한 사치나 허위가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사르트르처럼 예술의 목적은 현실을 당장 개조하고 발전시키는 데만 있는 것이 아니라고 그는 생각한다. 예술가도 쌀과 돈 없이 살 수 없지만, 쌀을 금방 생산하고 돈을 즉시 벌어들이는 데 그 목적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예술이 현실과 떨어져서 존재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현실에 밀착하고만 있어도 안 된다는 것이다. 예술은 시대에 승선하고 있지만 동시에 그가 타고 있는 현실이라는 배(선·船)를 거부하고 초월해야 한다고 말한다. 말하자면 예술은 긍정인 동시에 부정이라고 말한다.
[‘시인은 아웃사이더인가’, 박이문, 독서교과서(대한교과서)]
삶에 쫓기지 않을 여유, 물질적 이해관계와 거리를 둘 수 있는 여유란 아무에게나 가능한 게 아니다. 지식인으로 살아가기 위해 갖추어야 할 ‘거리 두기’는 사실상 특정 계층, 특정 계급 이상에게만 가능하다. 먹고사는 것이 다급한 빈곤층에서 지식인이 배출되기는 어렵다. 우리는 지식인이 물질적 이해로부터 자유롭기 때문에 계급이나 계층을 넘어 보편적 진리를 말할 수 있다고 말하지만, 그런 지식인이 특정 계급이나 계층으로부터만 충원된다면 어떻게 그 지식의 보편성을 믿을 수 있을까.
솔직히 말해서 나는 자유부동(自由浮動)하는 존재로서의 지식인, 물질적 이해로부터 자유로운 지식인이란 하나의 이미지일 뿐, 오늘날 지식인과 거리가 멀다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의 지식인들은 어떤 기반을 가졌고 어떤 경로를 통해 지식인이 될까.[‘고추장, 책으로 세상을 말하다’, 고병권, 그린비]
한국교육개발원이 최근 신학용 열린우리당 의원에게 제출한 ‘교육격차=학교교육의 영향력 분석’ 보고서에서 부모의 월소득이 600만 원 이상인 학생이 명문대에 진학한 비율은 10.4%로, 평균 3.7%보다 3배 가까이 높았다. 이 조사는 지난해 7월 5∼31일 대학 2학년에 재학 중인 학생 9391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또한 2003년 고등학교 2학년 때 학력과 현 상황을 비교해 어떤 대학에 진학했는지를 추적 조사했다.
소득별 명문대 진학률은 부모의 월소득이 100만 원 미만은 0.5%, 200만 원대 1%, 300만 원대 4.3%, 400만 원대 6.4%, 500만 원대 8.7% 등이었다.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포항공대 KAIST 등과 의대 치대 한의대 등 의학 계열 단과대를 명문대로 분류했다.[신문기사]
의 관점에서 의 현상을 분석하고, 을 고려하여 오늘날 지식인의 역할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논술하시오.(1000자 내외)
는 오늘날의 ‘지식인’이 특정한 계층 계급에서만 배출됨으로써 ‘자유부동의 지식인’이란 하나의 허구일 뿐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필자는 지식인의 지식은 ‘보편적’이어야 한다는 전제를 가지고 현상을 비판적으로 고찰하고 있는 것이다. 은 부모의 교육수준에 의해 자녀들의 명문대 진학률에 큰 차이가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우리 사회의 지식인(또는 지배 계층)의 계급성을 구체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첫 번째 요구 조건을 해결하는 데 있어 먼저 지식인의 지식이 왜 보편적이어야 하는가를 살펴본 뒤에 이로부터 이끌어지는 지식인의 조건을 가지고 의 현상을―주로 문제점 지적이 될 텐데―분석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으로 의 까뮈의 ‘부끄러움’이 어디에 기인하는 것인지, 왜 부끄러워하는지에 대해, ‘현실이라는 배를 거부하고 초월해야 한다’고 말하는지에 대해 고민을 하는 것이 두 번째 논제의 물음을 해결하는 데 핵심 사항이 될 것이다. 물론 반드시 특정의 견해를 지지해야 한다는 조건은 없기 때문에 까뮈의 견해를 지지하거나 반박하는 견해가 있을 수 있다. 짧은 제시문이어서 여러분들이 사고를 펼쳐 가는 단서만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각별히 깊이 있는 사고력이 요구되는 문제라 할 수 있다.
유영권 청솔 아우름 통합논술강사
출처 : 별먹는 빛
글쓴이 : 설경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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