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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지금까지 이 코너를 통해 알린 어떤 책보다도 많이 팔린 책 한 권을 소개합니다. 바로 카를 마르크스가 쓴 ‘공산당 선언’입니다. 많은 사람이 ‘공산당 선언’을 읽은 것은 뭔가 읽을 만한 구석이 있었기 때문이겠지요. 그것이 재미든, 공포든, 슬픔이든, 각성이든 말입니다. 왜 그렇게 많은 사람이 읽었을지 한번쯤 생각해 보세요. 100쪽 정도밖에 안 되는 분량이니 여러분도 어렵지 않게 읽어 볼 수 있을 겁니다.
여러분은 책 제목에 나온 ‘공산당’이라는 말 때문에 막연한 공포나 거부감을 가질지도 모릅니다.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사회니까 공산주의 체제란 너무 거리가 먼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사실 공산주의는 민주주의의 반대말이 아닙니다. 민주주의의 반대말은 ‘전체주의’나 ‘독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공산주의의 반대말은 ‘자본주의’가 적당합니다. ‘공산당 선언’은 자본주의에 반대한 마르크스가 공산주의의 방침을 세상에 공표한 글이지요. 공산주의 이론은 정치·경제·사회·문화적 문제들이 끝없이 일어나는 대한민국과 같은 자본주의 사회에 가장 강력한 비판을 가합니다. 비판의 소리에 귀를 막는다면, 이 역시 또 다른 이름의 ‘독재’가 아니겠습니까?
마르크스의 이야기를 이해하려면 일단 ‘세상은 어떻게 돌아가고, 사람은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는지’ 고민을 해봐야 합니다. ‘자유 민주주의 사회’에서 사는 우리는 스스로의 의지대로 판단하고 행동하며 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가령 여러분 앞에 똑같은 품질의 신발이 놓여 있다고 합시다. 한 신발에는 ‘○○신발’이라는 낯선 상표가, 나머지 신발에는 ‘나이키’라는 상표가 붙어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신발을 골라 신겠습니까? 또 지방에 있는 ‘○○대학교’와 ‘서울대학교’ 중에서 어느 대학에 가고 싶습니까? 만약 여러분이 ‘나이키’와 ‘서울대학교’를 골랐다면, 그리고 여러분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이 그렇게 선택한다면, 이것은 개인적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구조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우리 사회가 구성원들로 하여금 ‘나이키’와 ‘서울대학교’를 더 좋아하도록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일단 ‘사회 구조에 따라서 그 사회 구성원들의 삶이 결정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 두었으면 좋겠습니다.
마르크스는 사회 구조, 그중에서도 계급을 결정하는 것은 바로 물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물질 가운데 돈, 땅, 기계 같은 ‘생산수단’을 가졌느냐, 갖지 못했느냐에 따라 계급이 생긴다고 봤습니다. 마르크스는 생산수단을 가진 계급을 ‘부르주아지’라고 부르고, 이것을 못 가진 계급을 ‘프롤레타리아트’라고 불렀답니다. 마르크스가 부르주아지의 역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공산당 선언’의 일부를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부르주아지는 자신의 상품의 판로를 확장해야 하기 때문에 지구상의 모든 지역을 뛰어다닌다. 그들은 어디에서나 자리 잡고 정착하여 모든 곳을 연결시킨다. (중략) 그래서 국민적 공업은 새로운 공업에 의해 밀려나고 이 새로운 공업을 도입하는 것이 전 세계 국민에게는 사활의 문제가 된다. (중략) 국산품으로 가득 찼던 옛날의 욕망 대신 아득한 먼 나라의 산물에 의거하지 않으면 충만되지 않는 욕망이 나타난다.”
부르주아지를 오늘날의 용어로 바꾼다면 ‘기업가’ 정도가 될 겁니다. 마르크스는 기업가가 전 세계에 자신의 상품을 팔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이 예전에는 없었던 새로운 종류의 욕망을 갖게 되었고, 그 욕망의 노예가 되었다고 말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자동차를 갖게 된 것도 한 예가 될 수 있겠지요? 자동차는 원래부터 있었던 것도 아니고, 꼭 있어야만 살아갈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동차를 ‘욕망’하게 됐고 이제는 없어선 안 될 상품이 되었지요. 쌀은 포기해도, 자동차는 포기할 수 없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자동차 공업은 ‘사활’이 달린 문제가 되었습니다. 마르크스는 이렇게 ‘외국에서 수입된 욕망’을 좋지 않게 보는 것 같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이 책을 읽다 보면 여러 가지 복잡한 생각이 많아질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세상을 돌아가게 하는 비밀스러운 과학에 대한 또 다른 시선을 경험하고 싶다면 ‘공산당 선언’을 한번 읽어 보기 바랍니다.
이수봉 학림 필로소피 논술전문 강사
출처 : 별먹는 빛
글쓴이 : 설경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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