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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국제과학올림피아드 金-銀3명이 말하는 과학 공부 노하우"

설경. 2007. 9. 3. 00:48

[동아일보]

《한국의 영재들이 최근 국제올림피아드를 휩쓸고 있다. 이달 열린 국제생물올림피아드에서 참가 학생 4명이 모두 금메달을 받았고 국제물리올림피아드에선 2명이 금메달, 3명이 은메달을 받았다. 또 국제화학올림피아드에선 3명이 금메달, 1명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세계의 수재들이 겨루는 국제올림피아드에서 입상한 학생들은 과학 공부를 어떻게 했을까. 생물 화학 물리올림피아드에서 입상한 3명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 봤다.》

▽먼저 도전했던 선배들 특강 결정적 도움▽

배한솔 물리올림피아드은·서울과학고

“과학고에는 수재가 많아 잠을 줄여 가며 경쟁적으로 공부해야 하는 학교 분위기와 훌륭한 선배들의 조언이 큰 힘이 됐습니다.”

76개국 337명이 참가한 가운데 13∼22일 이란 이스파한에서 열린 국제물리올림피아드(IPhO)에서 은메달을 받은 배한솔(18·서울과학고 3년) 군은 스스로를 천재가 아니라 ‘노력파 범재’라며 겸손해했다.

배 군은 공부한 것을 여러 차례 복습하고 암기하는 방식으로 ‘자기 것’으로 만들어 중학교 때까지 좋은 성적을 유지했다.

그러나 이런 공부 방식은 과학고에 입학할 때까지만 통했다고 실토했다. 나름대로 자신을 갖고 출전한 한국물리올림피아드(KPhO)에서 장려상에 그쳐 한동안 슬럼프에 빠지기도 했다.

그러나 배 군은 좌절하지 않고 곧바로 학교 선배들에게 조언을 구했다. 선배들은 “복습과 암기 중심의 공부 방식에는 한계가 있으니 내용을 이해하는 것을 중심으로 공부법을 바꿔 보라”고 조언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4명만 뽑는 IPhO 국가대표가 될 수 있었다.

배 군은 자신이 국제대회에서 입상한 배경에는 서울과학고의 끈끈한 인맥이 크게 작용했다고 강조했다.

“국제대회는 학원에서도 준비할 수 없어요. 나보다 앞서 올림피아드를 준비한 선배들이 조언을 해 주고 후배들을 위해 방학 때 특강까지 해 준 선배들의 강의 덕분에 실력이 크게 늘었어요.”

국제대회는 국내대회와 출제 경향이 다르기 때문에 선배들의 조언이 입상 여부를 좌우할 정도로 큰 영향을 준다는 설명이다.

배 군은 “아직 진로를 정하지 않았지만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면서 “이것도 선배들과 상의해야겠다”며 활짝 웃었다.

▽평소 생물관련 책 많이 읽어 자신감▽

문선영 생물올림피아드금·서울구정고

“집에서 기르던 올챙이가 개구리가 돼 집 안을 뛰어다니는 것을 보고 생물에 ‘필’이 꽂혔어요.”

문선영(18·서울 구정고 3년) 양은 15∼22일 49개국에서 192명이 참가한 가운데 캐나다 새스커툰에서 열린 국제생물올림피아드(IBO)에서 금메달을 받았다. 과학고가 아닌 일반고 학생으로서는 보기 드문 쾌거다.

문 양은 고1 때 전국에서 1000여 명이 참가한 한국생물올림피아드(KBO)에서 50등 안에 들었다.

처음에는 생물올림피아드 공부를 서울 강남의 전문학원에서 시작했지만 한국생물교육학회가 진행하는 통신교육이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겨울방학 때부터는 KBO 입상자들을 대상으로 한 겨울학교에 들어갔다.

문 양은 그해 겨울학교에서 30명 안에 들었고 또다시 시험을 치러 다음 해 겨울학교에 들어갈 20명에도 뽑혔다. 올 2월에는 4명을 최종 선발하는 IBO 국가대표 선발시험에 합격했다.

문 양은 “IBO에 참가해서 보니 외국 학생들의 실력이 대단한 것을 느꼈다”며 “더 열심히 공부해야겠다는 자극을 받았다”고 말했다.

생물올림피아드는 이틀 동안 이론과 실험평가를 통해 자웅을 겨룬다. 실험은 식물학, 동물 해부 및 생태학, 유전학, 세포생물학 및 생화학 등 4개 분야를 평가한다.

문 양은 “과학고가 아닌 일반고 출신에게는 실험이 버거웠지만 그 대신 학교에서 받는 내신 스트레스가 덜해 마음 놓고 공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엄마 아빠가 모두 의사여서 과학적인 집안 분위기에 많은 영향을 받았고 나도 의사가 되고 싶다”며 “평소 ‘이기적 유전자’나 ‘인간과 동물’ 같은 생물 관련 책을 많이 읽은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친구들과의 깊은 토론 덕에 실력 쑥쑥▽

오태곤 화학올림피아드금·경기과학고

오태곤(18·경기과학고 3년) 군은 1학년 때 한국화학올림피아드(KChO)에서 은메달을 받고 시름에 빠졌다. 국제화학올림피아드(IChO) 국가대표는 5명밖에 뽑지 않기 때문에 지레 자포자기했기 때문이다.

올림피아드 출전 꿈을 접으려 했던 오 군은 “다른 과학고 학생들은 2학년 때 조기 졸업을 많이 하지만 3학년까지 다니면 되지 않느냐”는 아버지의 위로에 용기를 얻었다.

2년 뒤 오 군은 68개국 245명이 참가한 가운데 14∼25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IChO에서 한국 대표로 출전해 금메달을 받았다.

오 군은 “올림피아드를 준비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한 번쯤 좌절하지만 그것을 이겨 내면 좋은 결과가 오고 한 단계 성숙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오 군의 공부 비결은 철저한 계획에 있다.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최소 1주일 간격으로 매 시간 단위 계획을 세워 그에 따라 화학 관련 원서를 살펴보거나 내신 준비를 끝내는 식이다.

오 군은 “마음을 다잡기 위해 기도를 많이 하고, 그 다음에 계획을 세운다”며 “계획 단계부터 흡족하면 자신감이 붙게 되고 집중력이나 공부 속도도 배가 된다”고 귀띔했다.

오 군은 “국내 및 국제 올림피아드를 준비할 때 같은 공부를 하는 학교 친구들과 토론을 많이 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국내에도 뛰어난 친구가 많지만 모스크바에서 만난 다른 나라 ‘천재’들을 보고 더 많은 자극을 받았어요. 이젠 세계로 눈을 돌리겠습니다.”

오 군은 “외국 대학에 진학한 뒤 대체에너지 분야에서 새로운 에너지를 개발하는 연구를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출처 : 별먹는 빛
글쓴이 : 설경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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