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프리미엄 최은혜 기자] 햇빛 좋은 어느 목요일 명지외고. 정오가 조금 지난 무렵, 고운 선율이 들려온다. “Evergreen~” 흥얼거리게 만드는 연주의 주인공은 오케스트라 동아리 ‘돌체(DOLCE, 부드럽고 달콤하게 연주하라는 뜻의 음악 용어)’. 학교 한가운데서 작은 음악회가 열리고 있었다.
매월 마지막 주 목요음악회점심을 먹으러 가거나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 학생들의 발길이 멈추는 곳은 중앙 현관 복도. 이곳에서 명지외고 오케스트라 ‘돌체’는 매달 마지막 주 목요음악회를 연다. 간이 의자를 놓아 마련한 소박한 ‘공연장’이다.
연주를 들으러 온 오다영(16·1년)양은 “우리 학교에 이런 오케스트라가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다”며 “매번 올때마다 자리가 꽉 차곤 한다”고 말했다.
올해 제5기 신입단원을 맞은 돌체는 개교와 동시에 생긴 동아리다. 목요음악회 외에도 봄·가을 콘서트, 부활절·추수감사절·성탄절 공연, 개교기념식·스승의날·입시설명회 행사 연주 등 활발한 교내 활동을 펼치고 있다.
첼로를 맡고 있는 박서경(17·2년)양은 “기숙학교라는 특성상 일주일 내내 학교 안에서 지내다보면 답답한데, 오케스트라 연주가 큰 위안이 된다”고 말했다.
돌체는 고전음악 뿐 아니라 종교음악·올드팝송·영화음악·대중가요 등 다양한 음악을 선보인다. 학업에 지치고 여가생활을 즐기기가 쉽지 않은 학생들에게 짧게나마 휴식을 주기 위해서다.
학교 밖 활동으로는 ‘음악 봉사’를 펼치고 있다. 종합병원에서 환우들을 위한 음악회를 여는 것. 또 의왕백운예술제, 의왕시 주최 찾아가는 시민음악회 등 지역사회 행사에서 연주한다. 박양은 “음악을 필요로 하는 이들과 함께 나눌 수 있어 기분 좋고 보람있는 활동”이라고 전했다.
3번 관문 거쳐야 정식단원 뽑혀다양한 연주회를 열기 위해서는 연습량도 만만찮을 터. 공부하기에도 바쁜 학생들이 연습할 시간은 있을까. 바이올린 연주자 이지원(17·2년)양은 “점심 시간을 활용해 연습하다보니 밥을 빨리 먹어야 하고 친구들과 놀지도 못해 힘든 건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연주 날짜가 다가오면 방과 후 자습시간을 투자해 밤 12시까지 맹연습에 돌입하기도 한다. “하지만 누구 하나 불평하거나 공부 때문에 불안해하지 않는다”고 이양은 말했다. 생활에 활력소가 돼 오히려 학업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오케스트라 지휘를 맡고 있는 김홍식(35·음악과) 지도교사는 “자발적으로 나와 밤늦게까지 연습에 몰두하는 학생들이 고마울 따름”이라며 “공부와 연주에 각각 최선을 다하기에 학업에서도 결코 뒤지지 않는 학생들”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돌체 오케스트라의 정식 단원이 되기 위해서는 3번의 관문을 거쳐야 한다. 신입단원은 오디션과 면접을 통해 선발하는데, 플루트 부문은 3대1의 경쟁률을 보이기도 했다.
단원 선발의 첫번째 기준은 인성. 68명의 단원이 함께 지내다보면 불협화음도 생기기 마련이다. 연습에 자주 빠지는 학생도 있다. 따라서 악기 연주 실력은 기본이고, 단체 생활에 얼마나 성실하게 임할 수 있는지를 살핀다.
선발된 1학년 학생들은 부단원 자격으로 활동하다 2학기 때 정단원으로 인정받는다. 불성실하면 중도에 탈락할 수도 있다는 것이 김 교사의 귀띔이다. 그는 “하지만 대부분 단원들이 오케스트라 활동에 애정을 갖고 선·후배가 서로 이끌어 준다”며 “‘음악이 좋아서 들어왔다가 사람이 좋아서 나가지 못한다’는 말을 하곤 한다”고 덧붙였다.
불우이웃 돕기 음악 봉사 계획오케스트라의 구성은 매년 달라진다. 피아노를 제외하고는 학생들이 자신의 악기를 가져와 활동하기 때문이다. 주로 금관악기가 ‘귀하신 몸’이다. 연주자가 적어 단원모집이 힘든 때도 있다.
올해는 콘트라베이스를 연주하는 김민령(16·1년)양이 선발돼 오케스트라가 더욱 탄탄해졌다. 김양은 “입학 전부터 선배들로부터 오케스트라에 대해 들었다”며 “피아노와 플루트도 할 줄 알지만 저음 악기를 다뤄보고 싶어 콘트라베이스를 택했다”고 말했다.
김 교사는 “모두 실력이 출중해 음악을 전공해도 될 정도”라며 실제로 동아리 활동을 통해 진로를 바꾼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장동인(20·서울대 작곡과 1년)군은 동아리 오디션 당시 클라리넷 곡을 편곡해 피아노로 쳐 실력을 뽐내더니, 오케스트라를 하면서 음악의 매력에 더욱 빠져들었다. 결국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음악 전공으로 진로를 정했다. 이 외에도 많은 학생들이 대학 오케스트라 동아리에 가입하거나 유학을 떠나 교과외 활동으로 음악을 꾸준히 하고 싶다고 말한다. 동아리 돌체는 앞으로도 활발한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 2학기에는 연주회를 열어 불우이웃·노숙자·양로원 어르신들을 돕기 위한 기금을 마련할 예정이다.
김 교사는 “음악 봉사를 통해 아이들이 보람을 느꼈다고 말하거나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혼자 다니던 학생이 오케스트라 가입 후 밝아진 것을 볼 때 음악의 필요성을 되새기곤 한다”며 미소지었다. 돌체 단원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오케스트라는 단순한 합주가 아닌, 사람과 사람을 잇는 매개체예요. 마음을 연주하고 싶은 분들, 돌체로 오세요”
'특목고,자사고' 카테고리의 다른 글
특목고 학비 사립대와 맞먹어 ‥ 대일외고 1년 764만원 최고 (0) | 2008.07.25 |
---|---|
[여름방학 학습전략] 外高 준비생 여러분! 영어듣기는 매일 하세요 (0) | 2008.07.20 |
희망외고 결정 어떻게 (0) | 2008.07.13 |
외고생 해외大 진학 5년새 1.5배 늘어 (0) | 2008.07.13 |
울산과기대, 한국과학영재학교 교과과정 협력 (0) | 2008.07.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