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핵발전은 단지 전력을 생산할 뿐이며 전력은 전체 에너지 소비의 17%에 불과하다. 핵발전으로는 석유의 44%가 쓰이는 석유화학 제품을 대체할 수 없고 36%에 이르는 수송 에너지로도 쓰지 못한다. 그 특성상 전기를 모두 대체할 수도 없다.
그런데 이번 기본계획안에는 에너지 과소비 산업구조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 교통정책은 어떻게 할 것인지, 전체 에너지의 24%를 쓰는 건축 분야의 효율은 어떻게 높일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전혀 없다.
지금은 핵발전 확대 논의가 아니라 석유에 중독된 한국 사회에 대한 대책이 더 시급하다. 우리나라는 2006년 기준, 1인당 국가총생산(GDP)이 세계 23위이지만 1차에너지와 전기 소비는 10위이다. 숫자가 말해주듯 에너지 과소비 국가 중 하나이다.
우리나라가 수입하는 원유 중 32.5%는 정제과정을 거쳐 다시 수출되고 있으며 제품생산 원료로 쓰이는 비(非) 에너지유의 비중도 40%이다. 그런데 이러한 석유 관련 산업은 스스로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기 때문에 에너지 사용량에 비해 부가가치는 낮은 편이다. 따라서 수급 불안정으로 인한 고유가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지금, 유화산업의 지속적 유지·확장은 심각하게 검토해야 할 사안이 됐다.
기후변화 대책으로 핵발전이 거론되는 것도 비현실적이다. 우라늄 채굴·정련·해체 등 전 과정을 고려했을 때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화석연료 발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무엇보다 원료인 우라늄양도 한정되어 있어 현재의 원자로 기수를 유지하더라도 50년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연료 가격도 급등하고 있다. 2000년 파운드당 7달러 하던 우라늄 가격이 2007년 6월에는 136달러까지 치솟았다. 더구나 저농도 우라늄을 핵발전에 사용하려면 생산 에너지의 30배가 더 필요하다. 핵산업계의 끊임없는 로비에도 불구하고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핵발전이 청정에너지원으로 인정되지 않은 까닭도 여기에 있다.
핵폐기물은 또 어쩔 것인가. 이산화탄소가 걱정된다고 핵폐기물을 선택할 것인가. 그것은 담배가 해롭다고 코카인을 권하는 꼴이다. 핵발전소의 안전성도 보장할 수 없다. 일본 도쿄 전력이 지진 안전지대라고 장담했던 가시와자키 가리와 핵발전소는 설계치를 초과하는 강진으로 액체·기체 방사성물질을 배출하며 심각한 피해를 입고 지난해 7월 이후로 가동을 멈춘 상태다.
고유가 대책은 궁극적으로 에너지 소비량을 줄이는 것이 되어야 한다. 경제가 성장한다고 에너지 소비가 항상 늘어나는 건 아니다. 일정 경제수준이 되면 경제성장이 오히려 에너지 소비를 줄일 수 있다. 적은 에너지로도 높은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것이다. 에너지 위기 시대에 대책 마련이 시급한데 핵산업계의 로비에나 휘둘릴 때가 아니다.
<양이원영|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본부 부장>
- 대한민국 희망언론! 경향신문, 구독신청(http://smile.khan.co.kr) -
ⓒ 경향신문 & 경향닷컴(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사설,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양벌 규정' 완화하며 보완책을 함께 (0) | 2008.07.25 |
---|---|
취업재수생 “도서관 너마저…” (0) | 2008.07.25 |
[신현만 칼럼] 연봉규모는 스트레스와 비례…일과 삶 '공존'은 희망 (0) | 2008.07.21 |
‘명세빈’ 내각/ 오풍연 논설위원 (0) | 2008.06.16 |
[사설] 이통3사 요금체계 초 단위로 바꿔라 (0) | 2008.06.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