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자료

논술,벼락치기론 어림없다/‘읽기’의 기반없이 논술은 불가능

설경. 2007. 9. 3. 23:37

[한겨레] 이범의거꾸로공부법 /

‘읽기’의 기반없이 논술은 불가능


며칠 전에 상담을 한 학생의 경우는 내신성적도 빼어나고, 무슨 올림피아드 입상경력도 있고, 수능도 최상급이어서 수능 모의고사에서 7개 과목 모두 1등급을 받는다. (참고로 수능 언수외 동시 1등급은 수험생의 1% 내외, 탐구과목까지 7개과목 동시 1등급은 0.1% 내외밖에 안 된다.) 그런데 어머니가 묻는다. “우리 아이보다 못하는 아이가 논술 점수는 더 높고….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학생이 써낸 답안을 보니 전형적인 ‘점수벌레형’이다. 즉, 정해진 답을 찾아내는 객관식이나 단답식 문제는 기가 막히게 잘 맞춘다. 그래서 수능도 내신도 올림피아드도 잘 한 것이다. 그런데 논술은 답을 맞춰내는 게 아니라, 자신이 이해한 내용과 추론하는 과정을 ‘마치 남에게 설명하듯이’ 논리적으로 풀어내야 한다. 따라서 글쓰는 사람은 ‘나’임과 동시에 ‘남’이 되어야 한다. 남의 입장에서 자신의 글을 점검할 능력이 되지 못하면, 좋은 논술문을 쓰기란 애초에 불가능하다.

이 학생은 왜 이렇게 되어버렸을까? 보나마나 여태까지 읽은 글의 양이 부족해서이다. 기본적인 학습능력이 상당한 수준이므로, 좋은 글을 많이 읽었다면 이를 흉내내서라도 글의 논리적 흐름이 매끄러울 것이다. 또한 다양한 필자의 글을 읽음으로서, 무의식중에 다양한 입장에서 현상을 설명하는 안목이 생긴다. 그런데 읽기의 절대량이 부족하다면? 그 어떠한 단기적 처방도 무효일 가능성이 크다. 참으로 답답한 경우다.

학부모를 대상으로 논술 관련 상담을 하다 보면 금세 발견되는 두 가지 편향이 있다. 첫째로 학부모들은 대체로, 얼마나 많은 글을 읽어야만 원활한 쓰기가 되는지를 잘 모른다. 그래서 논술도 무슨 학과공부하듯이, 단기적으로 좋은 처방을 들이대면 좋은 성과가 나올 줄 안다. 하지만 나는 ‘좋은 글을 100 읽으면 겨우 좋은 글을 쓸 능력이 1 생긴다’ 라고 말한다. 이른바 ‘100대1 법칙’이다. 우리의 학습과정은 모름지기 다 흉내내는 데에서 출발한다. 글쓰기라고 해서 별다른 것이 아니다. 좋은 글을 많이 읽지 않고 좋은 글쓰기를 흉내내는 것이 가능할까?

또다른 편향은, ‘서울대 추천도서 100선’과 같은 어려운 책을 읽을 줄 알아야 논술 준비가 되는 줄 아는 것이다. 그런데 서울대 추천도서는 논술을 염두에 두고 선정한 책도 아니고, 추천 대상이 고등학생이 아닌 학부생이다. 어떤 책들은 내가 보기에도 어렵다. 당장 각 대학들이 발표한 ‘통합교과형 논술’ 예시문제·모의고사문제들을 보면, 어려운 제시문을 놓고 끙끙대야 하는 문제가 거의 사라졌음을 알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가장 효율적인 읽기 자료는 무엇일까? 단연코 시사주간지일 것이다. 일간지에 비해 단순보도 기사는 적고 심층보도 및 칼럼의 비율이 높다. 그리고 휴대하기 간편하다. 오늘 당장 시사주간지를 정기구독 신청해보기를 권한다.

와이즈멘토 이사, EBS·곰TV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