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자료

[대입논술 가이드]합리적 판단 위한 과학적 태도

설경. 2007. 9. 4. 15:39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자연현상과 사회현상의 복합체라 할 수 있다. 프란시스 베이컨은 실험(경험), 즉 과학을 통해 자연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했다. 그가 배격해야 할 편견으로 내세운 우상론은 실증적 토대 없이 자연현상을 자의적으로 해석하려는 신학적 도그마(독단)에 대한 공격이었다. ‘아는 것이 힘’이라는 베이컨의 과학적 태도는 이후 500여년 동안 인류의 물질문명 발달의 기본 모델이 되었다. 과학적 지식을 천착하면 천착할수록 그만큼 자연현상의 원리를 명확히 밝혀낼 수 있고 또 그만큼 인류가 자연을 잘 통제할 수 있어서 인류의 삶의 질을 촉진할 수 있다는 믿음은 베이컨에서 비롯했다고 해도 과히 틀리지 않다.

자연현상에 대한 해명의 성격을 가장 간단하게 요약하면 인과관계에 대한 규명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현상(결과)이 무엇 때문에(원인) 발생했는가를 따지는 것이 바로 과학이다. 종교적·신학적 믿음에 기초해서 자연현상을 설명하는 것보다 인과관계를 따져서 과학적으로 설명하는 방식이 훨씬 나은 결과를 가져왔기 때문에, 적어도 세속적 영역에 있어서는 과학이 절대적 권위를 획득하게 되었다. 이런 점은 비단 자연현상에 관한 자연과학의 영역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과학적 태도와 정신은 자연현상에 국한되지 않았다. 자연과학 영역에서 성취해낸 혁혁한 성과를 본받아 인간 자신과 사회현상에 대한 과학적 탐구 방법이 시도되었던 것이다. 이를테면 토마스 홉스의 이기적 인간론이나 아담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 이론이 그런 예에 해당한다. 이기적 본성을 가진 인간들이 각자의 이익을 위해서 행동하는 것이 적절하게 보장될 때(원인), 인간사회는 훨씬 더 나은 결과를 낳게 된다는 논리는 대단히 과학적인 결론이다.

우리가 오랫동안 경구로 삼아온 오비이락(烏飛梨落)이란 말은 따지고 보면 과학적 태도의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 때 아니게 배가 떨어진 것이 무엇 때문인지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마침 그 때 배 밭에서 날아간 까마귀가 그 원인이라고 곧장 결론짓는 것은 과학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어느 정도 개연성이 있는 말이긴 하다. 까마귀나 까치는 배를 무척 좋아하는 새이다. 그래서 배가 떨어지고 동시에 까마귀가 하늘을 날았다면 까마귀가 배를 쪼아 먹으려다 벌어진 일이라고 추측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과연 그러한지는 떨어진 배를 잘 살펴보거나 떨어진 배와 하늘로 날아간 까마귀의 위치 등을 고려하여 신중하게 판단해야 할 것이다. 예컨대 거름(영양분)이 부족해서 물 익어가는 배의 무게를 나무가 붙들지 못해 떨어진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정도의 사고실험(thought experiment)은 누구나 당연한 것이라고 여길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2차 남북정상회담이 8월말로 예정되었다가 10월초로 연기되었다. 왜 그랬을까를 두고 말들이 많다. 공식적으로는 갑자기 겪게 된 홍수 때문에 불가피하게 북한이 연기 요청을 했고 남한이 이를 받아들였다고 하는데, 북한이 흔히 그래왔다거나 또 다른 속셈 때문에 연기했을 거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까마귀가 우연히 배 밭에 왔다가 느닷없이 배 하나가 떨어지자 스스로 놀라 도망갔을 수도 있고, 배를 쪼아 먹으려고 하는 순간 배가 떨어지는 바람에 하늘로 날아갔을 수도 있다. 북한에 몇십년 만에 대단한 홍수가 있었다는 것은 분명한 객관적 사실이다. 이런 점은 도외시하거나 주시하지 않은 채 불순한 의도로 정상회담을 연기하려 한다는 주장은 대단히 비과학적이다. 물론 북한의 김정일은 회담 연기의 부수적 효과도 의도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가능성 때문에 모든 것을 불순한 음모로 몰아가는 것은 인간행동에 대한 과학적 태도가 아니다. 홉스나 스미스나 인간에 대해 전제하는 것은 상대방이 이기적이라는 것을 모두가 다 안다는 것이다. 이런 전제에서 출발한다면 무엇이 문제일까. 보수주의나 자유주의가 내세우는 가장 중요한 이념은 인간에 대한 불신 속에서도 상호이익을 전제로 타협을 할 경우 가장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아닌가. 그런 믿음 속에서 구 소련이 레이건에 의해 와해되고 중국이 시장경제로 편입된 것 아닌가. 말초적 현상에 매몰되지 않으면서 보다 ‘과학적인’ 접근이 필요한 시기다. 우리는 인과관계에 대한 보다 객관적이고 냉철한 인식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

1. 현상에 대한 과학적 접근의 핵심은 무엇인지 논의해보라.

2. ‘꼬리가 몸통을 흔들어서는 안된다’ 를 논의해보라.

3. 2차 남북정상회담 연기에 대한 입장을 논의해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