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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 비만관리·피부미용까지 범접…"의약갈등 증폭"

설경. 2008. 8. 26. 17:47

최근 대웅제약이 만성질환의 근본 원인인 비만을 지속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약사전문가를 양성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고 밝히자, 의료계의 원성이 자자하다.

이와 관련 대한의사협회는 "의약분업 원칙과 현행 법체계를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라며 "강력한 시정조치를 요구한다"고 격하게 반발했다.

문제는 비만관리 전문가를 약사를 타겟으로 삼은 대웅제약도 문제지만, 비단 이번 사건뿐만 아니라 최근 달아오른 '피부미용사'에 대해 관심 등 공공연히 의사의 영역을 침범하는 약사들의 행태에 다시금 의약갈등이 증폭되는 분위기다.

실제로 최근 서울시약사회는 피부미용사 자격증 대비 강좌를 개설하는 약사들의 피부미용사 자격증을 따도록 독려하고 있는 반면, 의료계는 이를 방치해 피부미용사들 뿐만 아니라 약사들에게까지 피부미용 진료영역까지 내줄 판이라며 볼멘 소리다.

더구나 이번에 논란을 유발한 제약사와 약사회, 보건당국인 복지부마저 약사들의 행태에 '문제의 소지가 없다"는 반응이어서, 의료계는 더욱 수세에 몰린 상황이다.

무엇보다 이번 대웅제약의 비만관리 약사 배출 소식에 의료계는 의약분업을 의사는 지키고 있는 반면, 약사들은 그렇치 않다며 반발하고 있다.

압구정동 A비만클리닉 원장은 "대웅제약은 의약분업 당시에도 전문약국 양성화를 주장했던 제약사"라며 "이런 처사는 의사들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면 나올 수 없는 행태"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이번에도 그냥 넘어가면 또 그런 행태를 보일 것"이라며 "이것은 명백한 의약분업 위반으로 의사사회가 뭉쳐 강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B대학병원 비만클리닉 교수도 "소식을 접하고 이제 대웅제약 약을 처방하지 않고 있다"며 "요즘 세태를 보면 의사들만 의약분업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의료계가 이런 식으로 좌시하는 것은 어리석은 꼴"이라며 분개했다.

이같이 의료계 반응에 대해 22일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의료계가 오해하고 있다"며 "이번 사안은 의사의 영역을 침범하는게 아니라 약사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 하겠다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식약청에서 허가한 것은 의사의 허가없이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의료계 모든 것을 컨트롤 하겠다는 것은 상대를 배려하지는 행동"이라며 되레 불쾌하다는 반응이다.

이번 사건의 시발점인 대웅제약 관계자는 "의협과 트러블이 생기면 대화를 통해 해결하겠다"며 "자문단 쪽에 비만전문 의사가 강의를 한 적도 있는데 의사들이 반발한다고 사업자체를 중단하기는 힘들다"며 사실상 강행의지를 표명했다.

이런 가운데 당초 강하게 대처할 뜻을 표명했던 의협 측도 현재로서는 숨고르기를 하고 있어 대웅제약 불매운동을 벌이는 일선 의사들의 비난을 살 전망이다.

의협 관계자는 "현재 대웅 측에 프로그램 진행 중단과 함께 공개사과를 요구한 상태"라며 "계속 진행한다면 불법행위인지 파악해서 법정대응까지 강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다만 그는 대웅제약 불매운동에 대해서는 "의협 차원에서 회원들에게 그런 말을 하기는 곤란하다"며 소극적인 입장을 보였다.

사실 비만관리 약사 뿐만 아니라 약사들의 영역 확대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라는 점에서 의약갈등의 불씨는 지속될 전망이다.

실제 오는 9월초 피부미용사 자격시험 접수를 앞두고, 일부 지역 약사회에서는 의협이 위헌소송까지 제기한 바 있는 피부미용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강좌를 여는 등 분주한 모습이다.

강좌를 주최한 이모 약사는 "현재도 약국에서 화장품을 판매하는 곳이 많은데 피부미용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으면 매출을 더 올릴 수 있을 것"이라며 "피부미용사는 '피부 진단' 등에 대한 권한을 가지고 있는 만큼, 이와 연계한 화장품 판매로 어려운 약국의 경영도 호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그는 "내가 준비한 강좌에는 의사나 한의사들도 강의받으러 많이 오고 있다"며 "단지 약사회원들의 경영 상태 개선을 위한 것일 뿐"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이같은 약사들의 영역 침범에 대해 서초동의 C피부과 원장은 "이리저리 돈 벌이에만 급급한 약사들이 의약분업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며 "더구나 의사들까지 참여한다니, 고지식한 의사들만 손해를 보게 된다"고 토로했다.

역삼동의 D피부과 원장도 "피부미용사로 나선 약사들이 약을 안다는 핑계로 얼마나 많은 피부 진단과 처방을 내릴 지 불을 보듯 뻔하다"며 "사실 피부미용사보다 이들 약사들이 더 큰 문제를 유발할 것"이라며 의협에 특단의 조치를 당부했다.

한편 이같은 의료계 우려에 대해 복지부는 "현재로서는 문제될 게 없다"며 냉담한 반응이다.

특히 대웅제약의 비만관리 약사 프로그램과 관련, "제약사에서 이같은 프로그램을 운용하는 것이 뭐가 문제냐"며 "아직 실시한 것도 아니고 배운다는 자체를 위반으로 보는 자체가 오히려 문제인 것 같다"며 심드렁한 반응을 보였다.

피부미용사 자격에 대해서도 복지부 관계자는 "피부미용자격은 누구에게나 열려는 있는 시험"이라며 "현재 문제가 불거진 것도 아닌 상태에서 약사들의 응시에 대해 뭐라 말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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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제휴사 / 아임닥터뉴스 구성헌 기자 (carlove@idoctor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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