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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수도 민영화든 위탁경영이든 초록이 동색

설경. 2008. 8. 26. 18:10



환경부에서 엊그제 상하수도의 민간 위탁 경영을 뼈대로 한 수도사업 개편안을 내놨다. 관련 법의 이름만 번지르르하게 바꿔놓았을 뿐 기존의 물산업 지원법이나 다를 게 없다. 어떤 식으로든 민간 물 사업자를 키우겠다는 것이다. 물의 공공성은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사실 이 문제는 환경부와 한나라당 정책위 사이에 이미 접점이 찾아진 상태였다. 한나라당 최고위원회가 어제 “민영화든 민간 위탁이든 안 된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으면서 혼란에 빠졌다. 최고위는 정책위에 대해서도 ‘일부 의견일 뿐’이라고 묵살했다. 알 수 없는 게 이 정부의 수돗물 정책이지만, 더 혼란스러운 건 여당과 정부 혹은 당내 분파 사이 충돌이다. 그나마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정부가 법안을 내더라도 국회가 통과시켜주지 않으면 그만”이라고 잘라 말한 것이 다행스럴 뿐이다.

상수도 사업을 민간에게 아예 넘기든 아니면 경영만 위탁하든 그로 말미암은 부작용은 본질적으로 같다. 상수도 사업을 수자원공사에 위탁한 충남 논산의 경우 불과 1~2년 사이에 물값이 50% 정도 올랐다. 위탁관리비도 2년 만에 22억원이나 늘었다. 반면 시설 개량, 수질 향상, 보급 확대 등은 지지부진하다. 따라서 시설투자를 핑계로 한 물값 추가 인상은 불가피하다. 인천 상수도사업본부는 최근 위탁 경영시 물값이 최소한 두 배로 뛰고, 시설투자는 줄어들 염려가 크다는 보고서를 내놨다. 인천의 경우 독자적인 경영합리화를 통해 2006년부터 상수도 부문이 흑자로 돌아섰다.

물론 지자체별로 쪼개진 채 전문성 없는 관료들에 의해 운영되는 기존의 상수도 사업의 영세성과 비효율성은 적잖은 부작용을 낳았다. 그렇다고 이런 문제를 민간 사업자라고 해결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마찬가지로 막대한 예산이 들기 때문이다. 문제는 민간의 경우 시설 투자비와 사업자가 챙기는 이윤만큼 물값은 오른다. 외국의 경험으로 보아도, 민영화든 위탁경영이든 물값만 폭등시켰다. 혜택 보는 쪽은 기업이고 바가지를 쓰는 건 국민인데, 왜 그런 짓을 하는지 않 수 없다. 벌써 혜택받을 기업이 실명으로 거론된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싸고 안전한 물이다. 노후시설 교체, 전문가 양성, 관리감독 강화는 지방자치단체도 할 수 있다. 위탁시 업자에게 줘야 할 운영비만 제대로 투자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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