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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형별 논술 교과서 /11. 조건비교형 관련논제 해결하기 아름다움, 예술,

설경. 2008. 9. 8. 17:43

[한겨레] 우리말 논술
유형별 논술 교과서 / 11. 조건비교형

관련논제 해결하기 [난이도 수준-고2~고3]

■ 기출유형 2 (조건에 의한 제시문 비교) 다음 제시문 (가)~(다)는 '예술의 가치'에 관한 여러 관점을 드러내고 있다. 각 제시문에 나타난 입장의 차이를 '진정한 예술의 가치'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비교 서술하시오.

(가)

예술이 아름다워야 한다면, 미가 예술과 비예술을 가르는 예술의 본질이 된다. 아마추어가 부르는 노래는 아름답지 않기에 예술이 아니고, 조 수미가 부르는 노래는 아름답기 때문에 예술이다. 슈베르트의 미완성 교향곡이 위대한 이유는 아름답기 때문이며, 소월의 산유화가 사랑을 받는 이유도 마찬가지이다.

어떤 사람들은 예술과 기술의 분화는 근대의 산물이라고 주장하지만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이런 견해는 그리스어 테크네(techne)가 예술과 기술을 모두 지시하는 말이라는 데에서 나온 듯하다. 그리스어 테크네는 배를 만드는 방식(기술)과 연극을 만드는 방식(예술)을 다 의미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둘의 차이를 그리스인이 모르는 것은 아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테크네를 조선처럼 생활에 쓸모 있는 것과 연극 제작처럼 실용성과 관계없는 것으로 구별했다. 그러니까 그리스 시대에도 이미 예술과 기술은 구별되어 있었고, 그 기준은 유용성이다. 이렇게 '유용한 테크네'와 '유용성과 관계없는 테크네'의 구별은 근대에 이르러 '아름다운 기술'(fine art)과 '아름답지 않고 그냥 유용한 기술'(art)로 나뉜다. 이제 고대의 '유용성과 상관없는 테크네'가 '아름다운 테크네'(fine art)로 더욱 명확하게 규정된 것이다. '아름다운 기술'은 기술 자체가 아름다워서가 아니라 작품이 아름답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이다. 예술이 '아름다운 기술'이라는 이해는 작품의 가치란 미에 있으며, 예술 생산의 목적은 미라는 견해와 다른 것이 아니다.

(나)

예술 작품은 단순히 물질이 아니라 예술가의 혼이 담겨있는 정신의 외화이다. 고흐의 '별빛 밝은 밤'(The Starry Night)에는 단절 속에서 소통을 갈구하는 고흐의 영혼이 숨 쉬고 있으며, 소설 '변신'에는 가족 관계의 위선을 메스꺼워 하는 카프카의 경멸이 들어있다. 이렇게 작품에는 작가의 내면이 숨어 있기 때문에 작품은 가치가 있는 것이다.

예술 작품의 위대성은 미와 관계가 없다. 이발소 그림처럼 아무리 아름다워도 작가의 정신이 담겨 있지 않는 작품은 무가치하며, 피카소의 '아비뇽의 여인'처럼 아름답지 않더라도 작가의 내면이 담겨있는 작품은 훌륭하다.

작품의 가치가 예술가의 표현에 있다면, 정말 가치 있는 것은 작품으로 외화되기 전 예술가 자신의 정신세계이다. 그런데 예술가의 정신 세계는 그렇게 가치가 있는 것인가? 그들은 보통 사람하고 다른 신비한 내면이나 순수한 영혼 같은 것을 지닌 비범한 존재인가? 그러나 예술가의 정신 세계는 보통 사람보다 더 탁월하다고 할 수 없다. 사창가 여자에 대한 연민은 피카소만이 가지고 있는 감정도 아니고, 세상을 향한 외로운 절규는 고흐가 아니더라도 소외된 인간이면 누구나 가지고 있다. '아비뇽의 여인'과 '별빛 밝은 밤'이 위대하다면, 이유는 거기에 담겨있는 예술가 자신만의 내면일 수는 없다.

작품의 가치가 예술가의 내면에 있다면, 감상이란 작품 속에서 작가의 의도를 해석해 내는 것이다. 그래서 예술가의 의도에 맞추는 감상이 맞고, 빗나가는 것은 틀린 것이 된다면, 예술가는 태양이며 감상자는 그것을 향하여 돌아가는 위성과 같은 존재가 된다. 예술가의 내면이 해석의 진리가 되는 이상, 그것에 대한 정답은 예술가 자신이 가지게 되고, 감상자는 노예가 주인의 마음을 헤아리듯이 예술가의 의도를 짐작해야 한다.

(다)

쿠르베의 '돌 깨는 사람'은 남루한 옷을 입고 빈약한 손으로 망치를 휘두르는 석공을 묘사하고 있고, 발자크의 '고리오 영감'은 19세기 전반 프랑스 사회를 그리고 있다. 사회주의 리얼리즘은 고리키의 '어머니'에서처럼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과 노동자 계급의 승리를 보여주는 사회 현실의 반영에 중점을 둔다. (중략)

고대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은 국가론에서 예술의 중요한 특징을 모방이라는 용어로 지적했다. 모방은 행위에서 트로이 전쟁의 영웅 아킬레스처럼 용감한 사람을 따라하는 행동의 훈련일 수도 있고, 회화에서 의자 같은 실제 물건을 그리는 것일 수도 있다. 플라톤이 연극이나 회화를 모방이라고 하는 이유는, 겁쟁이가 아킬레스의 행동을 흉내 내듯이, 배우가 실제 사건을 흉내 내고, 화가가 사물을 흉내 낸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플라톤의 예술론은 '시인 추방설'로 자주 거론된다. 플라톤 시대의 시란 음악을 곁들인 연극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플라톤은 회화는 허용하지만 연극은 금지해야 한다는 서로 다른 주장을 펼친다. 예술의 장르에 대한 플라톤의 서로 다른 자세는 모방이 상반된 두 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는 데서 유래한다. 모방 즉 흉내에는 좋은 의미와 나쁜 의미가 둘 다 있다. 좋은 의미에서 생각하면 흉내는 나쁜 것이 아니다. 겁쟁이도 아킬레스를 흉내 내다 보면 아킬레스처럼 용감한 사람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나쁜 의미에서 생각하면, 흉내는 진짜인 척하는 가장이다. 실제로는 겁쟁이면서도 겉으로는 용감한 사람인 척하는 것도 모방이다. 흉내 즉 모방은 진실의 재현이 될 수도 있고, 허위의 가장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플라톤이 보기에 연극은 진실의 재현이 되기 어렵다. 왜냐하면 극장의 관객은 진실보다 기분 좋은 소리를 듣기를 원하고, 관객의 갈채를 받기 위해서 연극 예술가는 관객의 요구에 응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슬픈 일을 당하여 어쩔 줄 모르는 사람에게 연극은 감정을 자극하여 그들을 울려줄 뿐, 그들이 냉정하게 문제를 생각하여 해결책을 모색하도록 도와주지 않는다. 이렇게 연극은 현실을 엉터리로 보여주지만, 회화는 실제 사물을 흉내 낸다. 단지 회화의 문제는 시각에 따라 물건이 다르게 묘사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플라톤은 이런 문제는 심각한 문제가 아니라고 보아서, 연극은 추방하지만 회화는 허용한다.

- 배학수, '예술의 가치', < 예술부산 > 48호, 2007년 3·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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