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대입

고1땐 내신·고2땐 논술·고3땐 수능 ‘89년생의 저주’

설경. 2007. 11. 19. 11:16
대학수학능력시험은 끝났지만 1989년생(현 고교 3학년생)의 저주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지난 15일 2008학년도 수능시험을 치른 고3생들의 시름과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89년도에 태어난 현 고3생들은 고1때는 내신 열풍, 고2때는 논술 광풍, 고3때는 수능 열풍에 휘말렸다. 2008년에 도입되는 대입제도의 ‘희생양’이라는 의미에서 교사들은 이들에게 ‘저주받은 89년생’이라는 별명을 붙인 바 있다.

그러나 이들에게는 ‘수능 등급제’라는 또 다른 암초가 도사리고 있다. 이번 수능은 가채점을 해 몇 점을 받았는지 알고는 있다. 하지만 등급을 알 수가 없어 대입 지원전략을 어떻게 짜야 할지 혼란스럽다. 수험생들은 수능성적이 발표되는 다음달 12일까지는 자신의 등급을 알 수 없다. 참고가 될까 해서 사설 입시기관에서 내놓은 등급별 최저점수도 알아 보지만 기관마다 달라 오히려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다.

일부 수험생들은 자신의 등급을 추정해서 대입전략을 짜보기도 한다. 하지만 이 역시 효과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한 등급만 차이가 나도 지원가능 대학군이 바뀌는 ‘치명적인 결과’를 낳는다. 더구나 대학마다 논술과 면접 등의 출제 경향이 다르다. 따라서 지금 목표 대학에 맞춰 공부해도 등급이 예상과 다르게 나오면 입시전략은 원점에서 재검토할 수밖에 없다.

수험생들이 대입에 대비해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은 것이다. 이러다보니 수험생들은 불안감만 높아지고 있다.

부산외고 3학년 김모양은 18일 “가고 싶은 대학이 있는데 1점 차로 등급이 바뀔 수 있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며 “일단 지망대학에 맞춰 논술 등 대비를 하고 있지만 괜히 시간만 낭비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서울 경희여고 3학년 김모양도 “가채점을 해보니 내 성적은 입시기관에서 발표한 등급 커트라인에 걸린 과목이 많다”며 “지금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등급 최저점수가 내려가 내 등급이 떨어지지 않도록 기도하는 것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진학지도 담당교사들도 답답해 하고 있다.

서울 대진여고 교사 최성숙씨는 “지난해까지는 시험 직후 입시기관에서 내놓는 배치표 등으로 학생의 성적 서열을 어림잡을 수 있어 진학지도가 가능했지만 올해는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다”며 “89년생들이 또 다른 실험대상에 올랐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유웨이중앙교육 이만기 평가이사는 “수능 등급을 최악으로 가정한 후 각 입시군별로 1개가 아닌 2~3개의 대학을 정해 그에 맞게 준비를 하는 것이 그나마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선근형기자 ss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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