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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통령은 국민의 이 우려들을 새겨들어야

설경. 2008. 9. 10. 16:01

이명박 대통령이 9일 '대통령과의 대화' 시간에서 처음으로 받은 질문은 "지지도가 10%대로 떨어진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였다. 이 대통령은 "정부가 열심히 하겠다고 해서 서두른 감이 있고 국민 심정을 이해하는 데 소홀했다"며 "경제를 살리라는 기대가 컸던 만큼 절망감이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 답변에 이명박 정부 6개월여의 문제가 모두 모여 있다. 정치·사회 분야에선 성급하게 하다 민심을 거슬렀고, 경제 분야에선 기대를 저버렸다.

예상대로 어려운 경제 문제에 대한 질문이 가장 많았다. 질문자들은 "제2의 IMF 위기가 오는 것 아니냐" "환율 막다가 나라 곳간이 비는 것 아니냐" "전기·가스비도 올리느냐" "부동산 투기가 다시 일어나는 것 아닌가" "비정규직이 경기 침체의 한 원인이다" "대기업 정책만 하고 중소기업 정책은 안 하느냐" "농촌은 이대로 놔 둘 것인가" "등록금 때문에 자살한 대학생까지 나왔다"고 했다.

질문 하나 하나가 지금 서민들이 매일 당하고 있는 고통이자 막연하게 느끼고 있는 두려움이었다. 이 대통령은 이렇게 심각한 질문이 쏟아지게 된 것 자체에 대해 깊은 책임감을 느껴야 마땅하다.

교육 문제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도 그대로 전달됐다. "국제중학교가 생기고 자립형사립고가 늘어난다는데 아이를 학원에 보내야 하느냐" "부모 소득과 학생의 명문대 진학률이 정비례한다는데 이제 개천에서 용 난다는 희망도 없어졌다"는 질문이 이어졌다. 이 대통령은 "사교육 받아야 대학에 갈 수 있는 제도는 이제 없어진다. 성적은 떨어지더라도 잠재력이 있다면 대학에 갈 수 있는 다양한 입시 제도로 바꿔보겠다"고 했다. 어떤 정책이 나올지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광우병 촛불집회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다행히 이제 "미국 쇠고기 먹으면 광우병 걸려 죽는다"는 황당한 얘기는 더 이상 거론되지 않았다. 그러나 촛불집회에 참가했다는 한 대학생은 "촛불집회는 대운하, 공기업 민영화, 교육 경쟁에 대한 민심이었다"고 했다. 실제로 이런 여론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공기업 민영화나 교육 경쟁력 강화는 피할 수 없는 길이다. 국민을 설득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할 책임이 대통령에게 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경제 살리라고 대통령으로 뽑아줬는데 형편이 언제 나아질 지 모르겠다는 한숨 소리를 듣는다. 국민 여러분의 심정을 누구보다 잘 안다. 희망을 잃지 말자. 우리에겐 어려움을 기회로 만들어온 역사가 있다"고 했다. 그런 각오를 누구보다 대통령이 먼저 새롭게 다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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