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자료

[대입논술 가이드]‘교육의 자율성’ 진정한 의미

설경. 2008. 9. 22. 16:41

존 스튜어트 밀은 자유의 전제조건으로서 자율성(autonomy)을 강조했다. 자율성이란 스스로 지배함을 말한다. 내키는 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정한 원칙에 따른 자기 지배라는 점에서 방종(licence)과 구별된다. ‘스스로’라는 말 자체가 함의하듯 자율성은 독자적·독립적이어야 성취되는 것이며, 스스로 ‘원칙’을 정하기 위해서는 합리성과 자기입법성을 갖춰야 한다. 독자성, 합리성, 자기 입법 가능성 이 세 가지를 갖춰야 자율성이 있고 자유를 누릴 수가 있다. 만약 자율성의 어느 부분이 취약하거나 부족하면 자유의 향유는 원초적으로 불가능하다. 예컨대 알코올이나 마약 중독자의 경우 합리성이나 자기 입법의 가능성이 불충분하기 때문에 중독자는 자유를 제대로 누릴 수 없다. 이 경우 그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은 정당화된다. 당장 제한을 가함으로써 자유가 억압되는 것 같다. 그러나 제한으로 인해 중독에서 벗어났을 경우에는 자율성을 회복하고 온전하게 자유를 구가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중독자에 대한 간섭은 자율성을 억압하고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자율성을 조장하거나 복원하여 결과적으로 자유를 증진시킨다고 할 수 있다.

이상의 논의는 자연인인 개인을 염두에 둔 것이다. 하지만 조직이나 단체 또는 사회에도 적용해봄직한 원리다. 인간이면 누구나 자유의 권리가 있지만, 그가 온전하게 자유를 누리기 위해서는 자율성을 필수적으로 갖춰야 하듯이 조직이나 사회도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자유의 행사와 향유의 원칙을 규정하는 사회 제도나 법 역시 이런 원리를 배제한 채 어느 한 측면만을 고집해서는 안 된다.

최근 들어 교육의 자율화 외침이 유난스럽다. 대학입시의 변화가 조만간 예정되어 있고, 자율화라는 이름 아래 농어촌 기숙형 공립고 추진, 국제중 설립, 특성화중 확대, 수능 점수 공개, 고교 선택제 확대, 영어 몰입교육 실시 여부 등 정권 교체 반년 만에 기왕의 교육 현장의 틀을 흔들 만한 굵직굵직한 사안이 줄을 잇고 있다. 이런 사안들마다 찬반 의견의 장단점을 늘어놓고 기존 제도와 정책의 허실과 바꾸려는 것의 허실을 비교하자면 끝이 없을 것이다. 따라서 대차대조표 작성하는 식으로 제도와 정책을 평가하고 바꾸는 것은 매우 미묘하고 난감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사안을 단순화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판단의 엄중함이 드러날 수 있다. 자율화를 강조하는 쪽에서는 기존의 간섭이나 제한이 교육의 자율성을 가로막음으로써 교육 당사자들이 누렸어야 할 자유가 억압되었다고 한다. 최근 소위 ‘자율화 강조’는 우리 교육 현실을 모르는 것이라는 주장은 그 반대편에 서 있다. 자율성의 확대와 그에 따른 자유의 증진 이론은 그 자체로 옳다고 본다. 그러나 자율화를 강조하는 쪽이 말하는 ‘자율성의 확대’는 미시적으로 보면 자율성이 확대되는 측면이 있지만, 거시적으로 보면 오히려 그것이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 비유하자면 중독자를 임의로 자유롭게 놔두면 그의 입장에서는 자율성이 확대된 것으로 보이겠지만, 결과적으로 그의 자율성은 크게 훼손되고 말 것이다.

이를 사회적으로 확장해보면 특목고나 특성화중의 확대는 한편으로 자율성의 확대로 보이지만, 그로 인한 외부 효과 즉 사교육의 증가와 학부모와 학생, 교사 등 교육 주체들의 획일적 교육관 확산의 측면에서 보면 자율성은 크게 훼손되거나 축소될 수밖에 없다. 후자의 측면은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그럼에도 ‘자율화 외침’이 떨쳐지고 있는 것은 그 주장의 핵심이 자율화 내지는 자율성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자율화 외침의 근저에는 ‘자율성’보다는 경험적 엘리티즘이 더 강하게 깔려 있다. 주요 정책 결정권자들은 과거 엘리티즘(소수의 대학생)의 수혜자들이다. 그들은 미시적 차원의 경험으로 현재의 교육 제도와 정책을 바라보고 있다. 거시적이고 또한 진정한 의미의 교육의 자율성이라는 개념은 그들의 머리에 애초부터 자리잡지 않았다. 그저 남의 것 따라 하기에 바쁘고 현실을 외면하면서 흘러간 엘리티즘의 환상에 사로잡혀 있는 것이다.

1 ‘자유는 곧 자율’의 의미를 밝혀보라.

2 교육의 자율성 개념을 가지고 교육정책의 하나를 비판적으로 검토해보라.

3 현재의 교육 자율화 외침이 왜 공허한 논리인지 밝혀보라.

<최윤재 | 서울디지털대학 문창학부 교수·한국논리논술연구소장 klogic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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