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목고,자사고

특목고 지름길 올림피아드…‘더 많이 - 더 빨리’

설경. 2008. 9. 24. 19:41


[동아일보]

《과학고와 자립형사립고에 지원하려는 중학생이라면 각종 올림피아드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좋다. 수학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 천문 등 올림피아드에서 입상한 학생은 상실적에 따라 과학고, 민족사관고, 전주 상산고 등 일부 학교의 특별전형 지원이 가능하며, 과학고 일반전형에서 가산점을 받을 수 있다.

또 과학고 지원자들의 수학 능력을 평가하는 입시 시험문제가 수학올림피아드 1차 문제와 비슷한 유형이다. 올림피아드와 과학고 입시를 한 번에 준비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특목고 입시의 ‘지름길’이라 불리는 올림피아드에 도전하려면 어떤 분야를 선택하고,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좋아하는 과목 관련 서적 많이, 남보다 앞서 읽어야

선택 과목만 공부 금물… 인접 과목 지식도 함께 심화

○ 원칙1: 좋아하는 과목을 골라 체험·독서로 실력 쌓아야

올림피아드는 중학생부 문제라도 고등학교 과정은 물론 대학 전공서적에 나오는 내용까지 출제된다. 평소 폭넓은 독서를 통한 배경지식 쌓기는 기본이며, 선행학습이 필요하다. 공부할 범위가 방대한 만큼 흥미를 잃지 않고 꾸준히 공부할 수 있도록 자신이 좋아하는 과목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5월 치러진 한국천문올림피아드에서 중학생부 금상을 차지한 경기 오마중 3학년 한다니엘 군은 초등학생 때부터 망원경으로 별자리를 관측하고 사진을 찍는 동호회 활동을 즐겼을 만큼 ‘천문 마니아’다. 일식이나 월식이 일어나는 날은 달력에 꼼꼼히 체크해 놓고 무슨 일이 있어도 두 눈으로 확인해야 직성이 풀릴 정도다.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천문 공부를 시작한 한 군은 ‘오리온자리에서 왼쪽으로’ ‘우주로의 여행’과 같은 교양서적은 물론 ‘천문학 및 천체물리학 서론’ ‘기본 천문학’과 같은 전공서적까지 모두 섭렵했다.

8월에 열린 한국생물올림피아드에서 중학생부 금상을 수상한 경기 성주중 2학년 김준열 군 역시 곤충채집, 채소 기르기 등의 체험을 통해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부터 생물에 관심을 가졌다. 김 군은 “체험이 호기심을 자극했고,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해 백과사전, 인터넷을 찾아보기 시작했다”며 “생물과 관련된 과학 잡지, 다큐멘터리도 꼭 챙겨 본다”고 말했다.

두 학생은 “직접 만져보거나 관찰한 것은 기억에 더 오래 남는다”며 “체험으로 습득한 정보를 책으로 반드시 확인하고, 문제를 풀어 정확하게 활용할 줄 아는 단계까지 학습을 이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 원칙2: 선택 과목만 공부하면 실패한다

천문올림피아드는 지구과학 분야에서 천문학만을 대상으로 한다. 다른 과목에 비해 쉽게 생각될 수 있지만 물리와 수학실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좋은 성적을 거두기 어렵다. 생물도 수학적 개념은 물론 화학식을 자유자재로 쓸 수 있을 정도의 지식까지 쌓지 않으면 안 된다.

한 군은 올해 2월 초부터 본격적으로 올림피아드 준비를 시작했지만 중학교 1학년 때부터 과학고를 준비하며 천문에 필요한 물리 I, II 및 고등학교 2학년 수학 과정까지 마친 상태라 시험 준비에 큰 어려움은 없었다.

2월엔 전공서적을 보며 기본 개념을 정리하고, 하루 3시간씩 기출문제 및 올림피아드 대비 문제집을 풀며 공부한 내용을 확인했다. 모르는 문제가 나오면 지금까지 배운 개념을 모두 대입해 보고, 그래도 풀리지 않으면 문제에 나온 개념, 보기, 답안지 해설을 통째로 외운 뒤 반복해서 풀었다.

한 문제를 가지고 학원 강사와 오전 3시까지 토론을 하며 가능한 답을 모두 찾아보기도 했다. 같은 유형의 문제가 다시 출제되지 않기 때문에 알고 있는 개념을 어떤 유형의 문제에 접목시키더라도 답을 구할 수 있도록 ‘답을 찾는 과정’을 연습한 것.

시험 전 2주 동안은 매일 14시간을 올림피아드 대비에 쏟아 부었다. 천문올림피아드 문제는 비교적 답이 딱 떨어지기 때문에 하루 50∼100개의 문제를 풀며 ‘답을 맞히는 연습’을 했다. 내년 3월 한국영재과학고 입학 예정인 한 군은 “영재고 준비를 하며 ‘서술형 문제’에 대비했던 것이 큰 도움이 됐다”며 “채점자가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논리적으로 답을 쓰는 연습도 게을리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올해 처음 출전해 금상을 거머쥔 김 군은 1년 전부터 시험을 준비했다. 3개월 동안은 문제집에 나온 개념을 정리하고 암기한 뒤 3번 이상 정독했다. 각 단원에서 나오는 화학식까지 빠짐없이 공부한 것이 효과를 봤다. ‘일반생물학’ ‘생물학강의’ 수준까지 공부해야 올림피아드 문제를 비교적 쉽게 풀 수 있다.

김 군은 학기 중에는 하루 50문제, 방학에는 400∼500문제를 풀며 객관식 문제의 ‘보기’와 ‘그림’ 중심의 오답노트를 만들었다. ‘모두 고르시오’ 문제는 헷갈리는 보기 하나 때문에 틀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 유전, 생식 등 ‘과정’이 중요한 단원은 그림을 보자마자 중요 개념이 연상되도록 직접 그리기를 반복했다.

김 군은 “시험 전 선생님, 친구들과 토론을 하며 문제와 자료를 빠르게 해석하는 능력을 키우고, 올림피아드 관련 정보를 꾸준히 수집해 문제가 출제될 확률이 높은 단원을 집중적으로 공부하는 것이 요령”이라고 말했다.

이혜진 기자 leehj0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