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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을 증시 부양에 동원하나

설경. 2008. 9. 30. 18:01

국민연금의 주식 투자수익률이 올들어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어서 국민들의 노후자금을 날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총 228조원 규모의 국민연금기금 수익률은 올해 8월말까지 마이너스 0.99%로, 2조1,583억원의 손실을 냈다. 국내 주식에서 마이너스 20.7%, 해외 주식에서 마이너스 16.7%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주식 부문에서 8조4,812억원을 까먹었다. 그나마 채권과 대체투자에서 6조3,333억원을 벌어 손실규모를 만회했다.

국민연금이 '더 내고 덜 받는' 방식으로 개편돼 매달 수령액이 종전보다 33%나 깎여 쌈짓돈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수익률마저 초라해지고 있다. 참으로 걱정스럽다. 기금운용 수익률이 금융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것을 감안하면 1년 미만의 단기 실적을 문제 삼아 비판하는 것은 무리이다. 하지만 국민연금의 최근 주식 매입은 지나치게 공격적이라는 점에서 신중을 기해야 한다.

국민연금은 이달 들어 하루도 거르지 않고 주식을 사들여 미국 금융위기로 패닉상태에 빠져 있는 국내 증시를 떠받치는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주가가 폭락한 9월에만 3조원 어치를 사들인 국민연금은 연말까지 총 7조원 가량을 증시에 투입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문제는 국민연금의 주식투자가 자체적인 투자전략보다는 증시 부양에 부심하고 있는 정부와의 교감 하에 이루어지고 있다는 의구심을 불러 일으키는 점이다. 국민연금이 폭락장에서 정부의 원격 조종을 받아 주식을 사들이다가 수익률이 곤두박질친다면 그 피해는 국민연금 가입자들이 볼 수밖에 없다.

국민연금을 증시 부양에 강제로 동원하는 것은 절대로 안 된다. 더욱이 국민연금은 현재 12.7%인 주식투자 비중을 2013년까지 40%로 확대할 계획이어서 위험 관리가 긴요해지고 있다. 국민의 노후를 책임지는 국민연금은 안정적인 포트폴리오 운용으로 원금을 보존하면서 투자수익률도 높여야 한다. 정부가 지금처럼 국민연금기금 운용에 개입한다는 인상을 준다면 내년에 민간 독립기구로 발족할 기금운용본부의 독자적인 투자정책과 자산 배분도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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