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대입

수험생 마음 다스리기/조바심은 수능 최고의 적

설경. 2008. 10. 13. 14:24


[동아일보]

한달 뒤 ‘그날’까지 예·복습 + 약점 보완… 페이스를 잃지 말라

외국어고 졸업생인 대학생 이모(19·여) 씨는 지난해 대학수학능력시험 언어 영역에서 낭패를 본 기억이 있다. 평소 모의고사에서 다른 영역은 1등급을 놓치지 않았지만 언어 영역 점수의 등락 폭이 커서 늘 자신이 없었던 이 씨는 지난해 9월 평가원 모의고사 언어 영역에서 2등급을 받았다.

하지만 실전에서 언어 영역 점수가 나쁘면 어떡하나 하는 불안함과 초조함 속에서 공부하던 이 씨의 걱정은 끝내 현실이 되고 말았다. 다른 영역은 모두 1등급이 나왔지만 언어 영역에서 4등급이 나온 것. 평소 실력만 제대로 발휘했어도 이런 사태는 없었을 텐데, 왜 이런 일이 생긴 걸까?

○ 집착 아닌 집중이 필요할 때

주변을 살펴보면 이 씨처럼 9월 모의평가에서 좋은 성적을 받고도 실전 수능에서 점수가 크게 떨어지는 수험생이 적지 않다. 이들의 공통적인 실패요인을 살펴보면, 학습에서 소극적이고 편향된 자세를 보이는 경우가 많음을 알 수 있다. ‘예습을 통한 수업 내용 확인-수업시간 예습 내용 점검-복습을 통한 확인학습’으로 이어지는 연결 고리가 약했다고도 할 수 있다. 이미 아는 부분만을 계속 반복 학습하는 편향성으로 인해 발목이 잡히는 경우도 적지 않다.

집중과 집착을 구별하지 못해 발생하는 문제도 있다. 모의고사 성적에 집착하다 보면 정작 실전 수능에 집중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얇은 귀’ 때문에 주변의 뜬소문에 휩쓸려 자신의 학습법을 버리고 생소한 학습법을 시도하는 바람에 수능을 망치는 수험생도 많다. 긴장감과 초조함 때문에 낮에는 집중이 안 된다는 이유로 늦은 밤이나 새벽 시간에 공부하는 습관 때문에 주야간의 생활 리듬이 바뀌어서 수능 당일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다. 밤에 공부하고 낮에 학교나 학원에서 조는 학습 리듬으로는 낮 시간에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실전 수능에서 백전백패일 수밖에 없다.

자신감 부족은 수능 실패라는 화를 부르는 근본 원인이다. 어쩌면 앞에서 언급한 모든 실패요인의 근본 원인이라 할 수도 있다. ‘나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 없이는 가벼운 슬럼프에 한 번만 빠져도 헤쳐 나오기가 어렵다.

○ 평정심을 유지하며 초조함에 맞서라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수능일에 웃을 수 있을까? 수업시간의 집중과 성실함은 기본이다. 예습을 통해서 수업시간에 알아야 할 것을 체크하고 수업시간에 최대한 집중한 뒤 복습으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학습 태도는 성공의 원동력이다. 기출문제에 대한 분석도 필요하다. 6월과 9월 모의고사를 통해 발견된 자신의 약점을 수능 기출문제 풀이를 통해 보완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무조건 많이 풀고 보자는 식의 양 위주의 문제풀이에서 벗어나, 분석적인 질 위주의 학습으로 좋은 성적을 기대해 보자.

선생님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성공요인이다. 수험생들을 이끌어 주는 동반자인 선생님에 대한 믿음 없이는 학습이나 생활에서 오는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하는 것이 힘들다. 선생님에 대한 믿음은 곧 자신에 대한 믿음이라는 생각이 성공의 지름길이다.

심리적인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자신과의 싸움인 수능에서 승리를 거두려면 계절의 변화에 따른 나태함이나 모의고사 성적에서 기인하는 불안감을 집중과 휴식의 적절한 배분과 철저한 자기관리를 통해 이겨낼 수 있어야만 한다.

○ 박지원은 밤중에 강을 아홉 번 건넜다

조선 후기 실학자인 박지원은 자신의 중국 여행기 ‘열하일기’에 실린 일야구도하기(一夜九渡河記)에서 “밤에 강을 건너는데 무시무시한 물소리가 청각으로만 쏠려, 마음속으로 단단히 각오를 하자 두려움은 사라지고 편안한 마음으로 무려 아홉 번이나 강을 건널 수 있었다”고 말하고 있다. 강물 소리가 다르게 들리는 것은 결국 듣는 사람의 마음에 따른 것이므로 대상을 대할 때 한결같은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는 것을 표현한 글이다.

수험생활 역시 마찬가지이다. 모두가 정신적, 체력적으로 힘든 싸움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결국 성공의 결정적인 요인은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고 실패의 결정적인 요인은 마음에 구속되는 것에 있음을 수험생들은 잘 알아야 한다.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수능까지 남은 시간 자신의 마음을 잘 다스릴 수 있는 수험생들은 그 효과를 톡톡히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조광연 평촌청솔학원 원장